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검색

검색어 입력폼

목차


내 회사 빼앗아 자수성가(?) 하겠다는 남편 시누 [771]

그 흔한 연애 한번 안 해보고 일만 바라보고 달리고 달리다 서른 넷에 제법 튼실한 중소기업을 차리게 됐고 올해 서른 여덟이 된 여인네입니다. 아버지는 일찍 돌아가시고 엄마 혼자 계시는데 마흔을 바라보는 딸 때문에 많이 고민하셨고 주변에서도 중매니 선이니 들어왔는데 그다지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어 독수공방을 오래 하게 됐네요.


그러다가 2년 전에 우리 회사에 들어와 일하고 있는 여직원이 자기 오빠를 소개시켜줬고 처음에는 부하 직원 오빠라 크게 내키지 않았지만 막상 만나보니 사람도 순박하고 다정해 보이는 것이 마음에 들었고 뭔가 열정이 있는 사람 같아 매력이 느껴졌네요. 태어나서 처음으로 사랑받아 본다는 느낌이 행복했고 직원들도 저를 보면서 얼굴에 빛이 난다고 얘기할 정도였으니 제대로 콩깍지가 씌인거죠.


신랑은 서른 세 살이고 시누는 서른인데 시댁이나 저희 친정이나 보태주실 형편은 따로 못 되었고 제가 거의 준비를 다 했어요. 엄마는 언제 시집가려나 싶었던 딸이 훤칠한 사윗감을 데려오니 좋아하셨고 시부모님은 제가 나이가 많은 것에 마뜩찮아 하셨지만 신랑이랑 시누가 열심히 설득해서 나중에는 환영해 주시더라구요. 제가 원래 살던 아파트에 살림을 꾸리고 살림살이는 이미 다 있고 없는 건 남편 하나였는데 이제 남편이 생겼으니 완벽해졌다 싶은 생각도 들었네요.


결혼식 올리고 시누에게 어제까지 김대리~ 라고 부르던 걸 아가씨~ 하고 부르니 이제서야 오빠가 결혼한 게 실감이 난다며 시누가 펑펑 우는 모습이 안쓰럽기도 했고 내가 뜨겁게 사랑해서 택한 사람 행복하게 만들어 주고 싶은 생각에 뭐라도 다 해주고 싶었어요.


다만 제가 신랑한테 요구한 건 나는 가정보다 일이 중요하니 아이 생각은 없다고 못을 박았고 딩크족으로 살겠다고 약속을 했던거죠. 대신에 저는 시부모님께 시누가 제 회사에서 일한다는 걸 비밀로 했고 그냥 직장인이라고 했어요. 남편은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새 직장을 알아보던 중이었고 주변 눈 생각해서 신혼집이랑 결혼비용도 남편이랑 반반한걸로 말을 맞췄지요.


그런데 결혼하고 한 몇 달 지나고 나자 슬슬 분위기가 이상해지네요.


시누는 회사에서도 올케 올케 거리면서 말을 툭툭 놓질 않나 자기가 사장 시누라고 슬슬 위세도 부리는 것 같고 직급이 대리인데 상사들에게도 나댄다고 해야 하나 뭐 그런 낌새가 보이네요. 거기다가 시부모님은 하루가 멀다하고 아이 얘기 하시면서 늦으면 안 된다 얼른 직장 그만두고 아이부터 가져라 여자가 애 안 낳으면 아무짝에도 못 쓴다(!!!!)느니 꾸중을 하시고 신랑도 처음에는 미안하다 부모님이 옛날분이라 그러신다 하더니 점점 우리 부모님이 저리 원하시는데 아이 하나 낳자느니 하며 지분거리고 있네요.


지난 추석에도 왜 아직까지 손주 소식이 없냐고 시아버님이 호통을 치시고 신랑은 입만 꾹 다물고 있어 집에 와서 대판 싸우기도 했는데 신랑은 결국 부모님 소원 들어드리고 싶다고 올해 안에 아이 갖자고 하는 거예요. 시누도 와서는 결혼을 했으면 며느리가 애 낳는 건 당연한 거다 남편 시부모 뜻에 따를 줄도 알아야 된다 퍼부어대서 제가 듣다 듣다 결국 내가 임신하고 들어앉아 있는 동안 회사는 어떻게 될 줄 알고 애를 가지냐 했더니 그 말을 듣자마자 시누가 한 마디를 하네요.


"회사는 우리 오빠한테 맡겨 놓으면 되잖아. 나도 있고..."


어차피 시부모님은 며느리가 그냥 보통 직장인인줄 알고 있으니 내 회사를 신랑이 차린 것으로 해서 대표 자리를 신랑에게 넘기고 자기는 승진한 것으로 해서 임원으로 올려 달라는 말도 덧붙이네요. 자기 부모님 평생 꿈이 아들이 자수성가하는 걸 보는 거였다는 소리까지 플러스로....


얼른 직장 그만두고 아이부터 가지라고 윽박지르는 시부모에

회사는 자기랑 자기 오빠한테 넘기고 임신부터 하라고 들이미는 시누에

그동안 수고 많았으니 이제는 집에서 편하게 쉬라면서 슬슬 들어오는 신랑에


제가 이상한 건가 아찔해질 지경이네요.


아직 남편 사랑하는 마음은 있지만 신랑이 언제 작심하고 저를 임신시키려 들지 몰라 각방을 써야 하나 고민중이네요. 혹시라도 임신을 하게 되면 어쩔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이제 결혼한 지 일년인데 이혼하네마네하는 것도 이상하고 그렇다고 평생 일군 회사를 이렇게 덜컥 남의 손에 넘긴다는 건 더 말이 안 되는 소리인데 신랑만 빼내오기는 불가능한 건지....


화가 나면서도 마음이 복잡해집니다

게시물 목록
제목 글쓴이 공감 조회 날짜
선택 내 회사 빼앗아 자수성가(?) 하겠다는 남편 ... 미령 0 240322 18.10.01
답글 최상의 방어는 공격입니다. 비타민 0 3688 18.10.03
답글 나쁜인연은 버리세요 미에로화이바 0 3446 18.10.02
답글 우선 시누이를 내보시길 바람의 아들 0 4054 18.10.02
답글 미망인 후배 밭두렁 0 6486 18.10.02

오늘의 주요뉴스


Copyright © Kakao Corp. All rights reserved.
위 내용에 대한 저작권 및 법적 책임은 자료제공사 또는 글쓴이에 있으며 Kakao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