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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께 드리는 편지 [75]

형님..

저 막내예요.

어떻게 말로는 못하겠고..생각만 생각만 하다가 글을 씁니다.


물론 형님이 이 글을 읽을지 못읽을지 모르겠지만, 누군가 말한 대나무숲에 소리치기처럼 저도 그냥 올려봅니다. 임금님귀는 당나귀귀~~


스무살시절 첫사랑으로 이사람을 만나 서른 다되서 우여곡절끝에 결혼을 했네요.

형님 막내남동생이 제 남편이 되어 지금까지 수많은 고비를 넘기며 남들,형님들,우리부모님들 못 헤어져 살듯이 저희도 그렇게 살고 있습니다.


제가 10여년전에 쓴 일기중에 행복했던 시간들을 꼽아본 날이 있었는데, 그날 기준으로 59분이 쓰여있었습니다.

뭔 생각으로 그날 일기에 그렇게 계산해서 써 놨는진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큰애 태어난 날, 작은애 태어난 날, 몇번의 아름다운 풍경을 본 날, 맛있는거 먹던 순간.... 이런것들을 나름 합해 놓았던거 같아요. 그당시 결혼 10주년정도 된거 같네요.


10년동안 행복했던 시간이 59분이라니...

다시 10년이 지난 지금 읽으면서 눈물이 났습니다.


형님...

살면서..저희 수없이 부부싸움하면서.. 저는 한번도 친정부모님께 이르거나 찾아가거나 하소연한적이 없답니다.

왜냐하면 슬퍼하실 거 알기때문이지요..

딸이 언어폭력과 협박과 욕을 들으며, 때로 무서워서 아이 데리고 시내 모텔로 피하기도 하고, 보일러 안돌린방에서 덜덜떨며 이사람이 얼른 잠들길 바라고..어느순간 어느말에 어떻게 소리칠지 몰라 불안해 하며 산다는걸 알면 어느 부모가 안슬퍼하겠어요?...

그냥 눈치는 채셨겠죠.. 분위기가 안좋구나..정도..싸웠구나..정도..

뭐 그정도는 형님들도 저희부부 얼굴보면 다 아셨으니까요..


둘째 가졌을 때, 부른배를 보면서도 벽에 밀어버려서 털썩 주저앉으며 배가 뭉쳐 울면서 애기야 미안하다미안하다..만 속으로 되뇌었었죠.

내가 뭘 잘못 말했길래... 내가 뭘 화나게 했길래...

알지도 못한채..


이사람은 절 엄청 답답해하고 꽉 막혀하고 이해할 수 없는 여자라며 욕했습니다.

전 긍정적이고 낙천적이고 해맑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게 이사람에겐 무책임하고 대책없고 생각없고 멍청하다고 자리잡더군요.

하~~

뭐 성격은 사람마다 다르니까요..


근데 철두철미하고 계획적이고 단호하고 흑백만 있는 사람에겐

사람마다 다른성격이 있다라는게 잘 받아들여지질 않나봐요.


애들때매 못챙긴 냉장고속 무른 야채를 보면 ..

보면..보면..

불같이 화를 냈었죠..


저는 부모님과 살 때 냉장고에서 그런것들을 자주 봐와서 ..그리고 살림을 하다보니 아무리 계획적으로 장을 봐도 음식하고나면 남는것이 생기는건 다반사인데,,...

......

정말 힘들었습니다.


20년지난 지금은 이렇게 말합니다.

"지난번 오이 아직도 남아있어? 좀 먹으라니까... 으휴.."

분위기 더 틀어지기전에 얼른 꺼내서 깎아 먹든지 무치든지 해야죠.




흠...


부부싸움 얘길하다가..

딴데로 샜네요.

죄송해요.



형님..

제 열 손가락중에 아픈손가락은 우리큰아들입니다.

제가 제욕심에 큰아이를 많이 힘들게 다그쳤다는걸 최근에야 깨닫고 용서를 빌었어요.ㅠㅠ

이사람은요 형님이 아픈손가락입니다!!

부정하지 않더군요.


그래서 말씀드리는건데요, 형님도 저희부부가 싸우지 않고 오손도손 알콩달콩 끝까지 잘 살길 바라시쟎아요..그쵸?

그럼 제발 무슨일이 생길때마다 이사람 찾지 말아주세요.

부탁입니다.

그것만해도 저의 싸울일이 반으로 줄거같아요.


이사람은 형님연락만 받으면 터지기 일보직전의 풍선이 됩니다.

형님한텐 별소리 안하죠? 그냥 듣다가 잘지내하며 끊죠?

즐겁고 기쁘고 좋은일은 얼마든지 연락하셔도 됩니다.

그치만 큰동생작은동생도 아니고 막내에게만 연락해서 형님 힘든걸로 이사람 맘을 아프게 하는건 정말 정말이지 아닌것 같습니다.


형님도 성인이고 어른이고 엄마고 아내이지 않습니까?

네.. 압니다. 어디 하소연할 데가 없으니 젤 편한 막내에게 목소리라도 들을겸 이런일있다..에고 우짜노..못살겠다..저런일 있는데 힘들다..어떡하지??? 하시면.......


이사람은 그소리 듣고 바로 우울모드 들어가서 저희 가정은 가족모두 이사람 눈치보며 말조심 말조심 말조심해야하고 불안에 떨며 시간이 지나기만을 기다려야합니다.

어떠한 위로도 해결방법도 대응도 통하지 않아요.

헛소리하지마라!!!!!!!!!! 니가 뭘 안다고!!!!!!!!!! 에이씨 정말 뭣같은 말만 하네!!!!!!

집어치워라!!!!!!!



형님..

어렵던 시절 부모님 일찍 돌아가시고 동생들 키우고, 형님살아야하고, 견뎌야했던거 이사람에게 들어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 이사람은 누나를 안타까워한다는것도 잘 압니다.

하지만 형님,

이젠 각자 가정이 있고 각자 가족이 있지요.

저도 제동생들에게 전화해서 매형이랑 싸웠는데 힘들어 못살겠다 죽겠다 이구..정말..하며 말하면 어떨까 생각해봤습니다.

저는 정말 못합니다 그렇겐....


형님.

형님동생이 힘들고 슬프고 안타까워하고 괴로워하는게 좋진 않지요?

당연히 그러리라 믿어요 저는.


그니까 형님.

형님...

부탁드립니다.

좋은일만 좋은일만..





어찌 좋은일만 있을 수 있냐고하신다면

그렇다면

정말 그런맘이시라면


저는

이제 그만하고 싶습니다.

말못하고 속이 문드러지는거 이제 싫습니다.

형님도 아주버님때문에 속이 타버리셨으니 아시지 않습니까?


저는

이제 정말이지 그만하고 싶습니다.

제발


형님..


부탁드립니다.

...






막내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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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형님께 드리는 편지 피해의식 0 104647 18.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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