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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모님아!! 당신 아들이 손해임 [90]

결혼 20년차 주부입니다. 오랜만에 미즈토크 글을 읽다보니 신혼초 시모한테 서러움 당할 때 기억이 떠오르네요.

 

 

신랑과는 결혼하면서 친정집 근처인 혜화동에 방을 구하려고 했는데 결혼일자를 잡은 후에 갑자기 시어머니께서 맏며느리를 들이는데 그냥 살림 내줄 순 없다고 말을 바꾸는 바람에 할 수 없이 시댁으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친정은 대학로, 시댁은 청량리라서 엄청 가까웠지만 말입니다.

     

처음에 시모는 시댁살이 3년을 원했는데 남편이 결사 반대하면서 1년만 약속했어요. 

시집살이가 크게 힘들진 않았는데 욕심 많고 이기적이며 괄괄하신 시모때문에 자존심 상하는 일이 많아서 눈물을 여러번 흘렸습니다.

   

시댁살이때는 시동생은 지방 현장에 있어서 시부모님하고 시누와 같이 살았는데요 

시누는 학교 다닐 때 얼굴정도만 기억나는 여고 동창입니다 

서로 모범생이고 공부만 하던 학생들였고 문과와 이과로 갈라져 신랑과 연애할때 비로소 시누를 알게 되었는데요. 시누 친구들은 같은 동네 사는 애들이 많았고 효제초, 사대부여중 나온 친한 동창도 있고 해서 많이 반갑더군요

   

그런데요!! 막상 결혼하니까 여고동창생 시누라는게 꼭 좋지만은 않더군요. 처음엔 멋모르고 서로 편하게 지내자고 말을 놓았는데 어느 순간엔 서로 거북함과 불편함에 존칭을 쓰는게 편한 우리를 보게 되더군요. 역시 보이지 않는 벽이 존재하게 되더군요.

 

 

지금도 가장 후회되는게 결혼하면서 남편과 시댁의 권유로 대학 졸업후 3년을 다녔던 은행을 그만두게 된거예요.  회사를 그만 둔 덕분에 행복해야 할 신혼생활이 전업주부가 아닌 시댁 전업하녀가 되었고 가끔 처량한 내 자신이 한심스럽기도 했었고요.

입사동기생중 결혼하고도 꾸준히 다닌 몇 안되는 여자 동기들이, 나보다 모든 면에서 쳐졌던 동기들이 지금 차장이고 몇 년 후면 지점장으로 나갈텐데 솔직히 많이 부럽네요.

인생사 새옹지마인가봐요.   

 

 

 

결혼 6개월이 지나는 어느 토요일 오후였어요 

의대졸업하고 개업을 준비하던 시누는 잠시동안 경험을 쌓는다고 모 복지원의 의무과장을 하고 있었는데 그날 여고절친들 5명을 만나서 날 본다고 같이들 집으로 온 거예요.

 

위에 얘기했듯이 친했던 친구들이 있어서 엄청 반가웠죠. 친구들도 하나같이 공부만 하던 애들이라 하늘대학 출신에 전문직 또는 은행같은 안정된 직장을 다니고 있어서 내 신세랑 비교하면 안되는데 말이죠. 

 

거실에 모여 앉아 커피마시며 오래 만에 수다 떨다보니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있었죠 

일찍 퇴근하신 시아버님은 현관문 열고 들어 오실 때 날 보더니 며늘아가가 재미있는 시간 보내는데 방해되고 싶지 않다고 저녁때 오겠다면서 다시 나가셨고요. 

 

 

시모흉만큼이나 시부님 자랑은 한도 끝도 없을 정도로 정말 존경하고 사랑하는 분예요..

S대 출신, 행시, 고위공무원 퇴직하셨는데  자애롭고 며느리 사랑이 최고이신 분이죠. 이젠 그 사랑이 손녀딸한테로 넘어갔지만요. ㅎㅎㅎ

집안행사 끝나면 시모 몰래 봉투주시면서 수고했다고 가족들과 외식이라도 하라고 위로해 주시고 대학생딸 학비지원에 매월 손녀딸 통장에 적지않은 용돈을 꼬박꼬박 보내면서 필요하면 더 이야기하라고 하시는 분!!!  친정부모님 돌아가신 후론 제겐 친아빠같습니다.

 

애고!!!  시모님 서러움에 눈물흘리고 시부님 고마움에 눈물흘리고 친정부모님 생각에 또 눈물흘립니다.  

 

 

  

시아버님이 나가신 후에 얼마있다가 동네 마실 가셨던 시모님이 집으로 귀가하십니다.

 

친구들을 보더니 엄청 반가워하시고 몇분 정도 같이 앉아 이야기를 나누시곤 안방으로 들어가셨어요. 오늘따라 배려심이 있으시네 하면서 잠시 더 수다를 떠는데 잠시 후 시모가 나오시더니 평소 호칭이던 00! 00 친구들이 왔으면 과일도 내고 과자도 챙겨야지 네가 왜 거기 앉아 있냐고 갑자기 화를 내기 시작합니다.

   

시누와 친구들 있는 앞에서 5분가량 꾸짖는데 어머님 앞에서 부당함에 대해 조리있고 당당하게 이야기도 못하고 단지 서럽다는 생각에 감정이 복받쳐 눈물만 뚝뚝 흘리는 내 자신이 정말 초라해보이고 싫어지더군요. 시누와 친구들은 어색하게 자리를 피하려고 방으로 들어가다 나랑 눈이 마주쳤을땐 정말 죽기보다 싫더군요

 

  

참다 못 한 시누가 자기방에서 나오더니 시모한테 제발 엄마 그만하라고 하면서 오랜만에 같이 재밌는 시간을 보내는데 엄마 때문에 챙피해 죽겠다고 하고.. 그 말 들은 시모는 더 난리치시고.... 

 

그 날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친구들이 집으로 갈때 해줬던 위로의 말들도 전혀 기억나지 않았고 저녁내내 방안에서 울었어요. 몇 일 동안 분한 마음에 밥도 넘어가질 않았고요.

   

다음 날 일요일 아침에 시모한테 장보러 간다고 말하고 택시 타고 친정으로 가 버렸죠. 아침에 시장에 간 며느리가 오후에도 안들어 오니까 궁금했는지 친정집으로 전화가 오더군요.

 

영문도 모르는 엄마는 얄밉게도 연신 죄송하다고 굽신대길래 전화를 뺏고선 내가 뭘 잘못해서 그렇게 혼을 내셨는지 말씀해보시라고 하고 정말 서운했다고 울먹이면서 이야기했죠. 마지막엔 시아버님한테도 내 마음을 말씀드리고 싶다고 전화 바꿔달라고 했더니 시모님이 얼른 끊어버리시네요. 며느리 사랑은 시아버님이고 그런 시아버님한테 시모님은 꼼짝 못하시거든요. ㅎㅎ 쌤통이죠.

  

 

친정에서 몇일 있다 가고 싶었는데 엄마 성화때문에 저녁나절에 시댁에 돌아갔어요 

마침 12일로 회사야유회를 다녀 온 신랑이 귀가하는 바람에 밥을 차려 줬더니 꾸역꾸역 저녁밥 쳐먹고 거실 쇼파에 앉아 시부모랑 같이 태평하게 tv를 보는 꼴을 보니 부아가 치밀더군요.

 

근처 공원으로 끌고 갔어요. 맛 좀 보라고 내가 당한 2배로 화풀이를 해버렸죠 

남편은 영문도 모르는 채 아내의 히스테리에 당하면서 처음엔 화를 내더니 눈물을 흘리는 나를 보면서 대충 짐작했는지 곰처럼 그냥 묵묵히 당해줍니다.  

 

그 날 이후로 내 맘속엔... 시모님아 당신이 날 건드리면 당신 아들만 손해고 내가 당신 아들에게 본때를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남편이 개고생!!

 

신혼초 원기왕성한 시기에 신랑은 보름동안 금욕생활을 해야 했고 밤에는 침대 사용을 금지당한 채 이불 1개 던져주곤 방바닥에서 새우잠 자게 만들어 줍니다. 그리고 밤중에 잠이 깰 때마다 바닥에 쳐 자빠져 자는 신랑을 발로 쿡쿡 쑤시고 흔들고 배를 살짝 걷어차버리고 화가 안풀릴 때는 잠자는 신랑의 뺨을 손으로 찰싹 때려 버리곤 했죠.

   

그래도 태평하게 잠 자고 있는 신랑을 보면 참 사랑스웠고 든든한 버팀목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이게 다 당신이 엄마 잘못 만난 죄이니까 눈 질끈 감고서 몇대 더 패주고는....

 

 

 

지금도 신랑한테 밤에 때려 준 이야길하면 엄청 재밌어 죽습니다. 이때는 왜 때렸고 저때는 무슨일 때린건지 사실감있고 상세하게 이야기 해 달라고 보채는 울 신랑!!!  

  

시모한테 비밀로 해달라고 했으니까 아마 지금도 울 시모는 며느리 기선제압하려고 날 서운하게 했을때마다 당신 아들이 나한테 어떻게 당했는진 모르고 있을겁니다.

 

 

   

긴 글이 되어 버렸네요. 지금도 그때 생각하면서 글을 쓰니 속이 다 후련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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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시모님아!! 당신 아들이 손해임 달해피 0 143112 13.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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