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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시월드 [136]

여기 글들 읽기만 하다가 오늘 처음 써봅니다.


제목에도 썼듯이 저는 영국인과 결혼했습니다. 저와 시댁의 관계는 여기 많은 분들이 쓰신 한국의 시월드와는 조금 다른 것 같긴 한데, 물론 영국서도 사람마다 집안마다 서로 다른 케이스가 있을테니 여기 쓰는 건 그저 제 경우입니다.


우선 기본적으로 시부모님이 저희 인생에 훈수를 두지 않으시고, 둘 권한도 없습니다. 남편이 저랑 연애를 하고, 청혼을 하면서 시부모님께 알리기는 했지만 그건 사후 통보에 가까웠어요. 허락을 받는게 아니고요. 사실 이점은 저도 마찮가지였기에 특별히 한국과 다르다고 하긴 그렇네요. 원래 저희 부모님이 리버럴하신 편이라 제가 회사를 떼려치고 6개월씩 배낭여행을 떠나도, 40 넘게 결혼을 안해도 제게 별 참견을 안하셨습니다. 네 인생이니 네가 결정해서 살되 모든 결과는 네가 책임을 져야한다고만 말씀 하셨지요.


하지만 그런 저희 부모님도 결혼 후 제 나이가 나이인 만큼 언제 아기를 가질지 관심이 많으셨는데, 시부모님께서는 단 한번도 언급을 하지 않으셨어요. 한 마디로 그걸 저희 프라이버시로 보신거지요.

시부모님은 은퇴후 시골에서 소일하며 사십니다. 저희와 좀 멀리 사시는데 1년에 3번 만납니다.

1년에 2번은 시부모님이 캠핑카를 타고 영국내 여행을 하시며 저희집을 들르시는데 절대로 저희집에 묵지 않으십니다. 서로 불편하다며 캠핑장으로 가시지요. 제가 아기를 낳고 나서는 1주일후 비행기로 오셔서 아기를 보고 무척 좋아하셨지만 숙박은 인근 호텔에서 하셨습니다. (원래 바로 오고 싶으셨던 것 같은데 제가 남편에게 한 삼칠일 얘기를 들으시고 3주후에 와야하냐고 물으셨어요. 그래서 바로 오셔도 된다했더니 출산 1주일후에 오셨습니다.)

크리스마스엔 저희가 시댁에 갑니다. (우리 설날/추석처럼 가족이 모이는 때입니다.) 거기가 있으면 저는 정말 편해요. 시부모님은 저를 철저히 손님으로 대우하십니다. 제가 아침에 일찍 못일어나는 편인데 늦잠을 자도 안깨우세요. 9시반쯤 일어나보면 아침형 인간인 시댁식구는 이미 아침식사를 끝내고 두런두런 얘기중이죠. 제가 나가면 시아버님이 아침을 만들어주십니다. 베이컨, 소세지, 스크램블 에그로 이루어진 잉글리시 블랙퍼스트를 아침부터 먹으면 속이 부딪끼지만 해주시니 다 먹습니다. 그 후 같이 설겆이를 합니다. 처음엔 손님이 웬 설겆이냐며 말리셨지만 제가 부득부득하겠다고 우기니 요즘은 같이 합니다. 설겆이도 하고 밥 하실 때마다 쫄래쫄래 쫓아다니며 돕는다고 했더니 시어머님이 무척 흡족해 하시지요. 다른 손님들은 안 그런다면서요.

물론 다 좋기만 한 건 아닙니다. 한국 부모님들이 흔히 하듯 자식들에게 경제적 도움을 주지 않으시거든요. 저희 신랑은 대학시절 학비는 대출을 받았고 생활비는 부모님께 빌렸습니다. 네, 대주신게 아니고 빌려주셨어요. 신랑은 그걸 오랜 세월에 걸쳐 이자까지 값았고요. 혹시 저희가 시댁에 가기전 '어머님~ 저희 ㅇㅇ가 필요해요. 마트 갈 때 좀 사다놔 주세요~' 이러면 생일/크리스마스 선물 용돈에서 공제하십니다. ㅎㅎㅎ

저희가 결혼할 때는 딱 500만원 있다시며 결혼에 쓰라 하셨지요. 그래서 한국서 결혼 할 계획이니 시부모님과 시동생 한국 오시는 경비로 쓰시라 했습니다. 아무래도 맨입으로 하긴 뭔가 서운해서 예단이라 생각하고 옷 해입으시라 100만원 드렸더니 웬 큰돈을 주냐며 놀라셨어요. (저도 신랑에게 100만원 받아 저희 부모 드렸습니다.) 폐물이니, 명품백이니 아무것도 못받았지만 저는 만족했어요. 그냥 부모님 상견례 때 서로 영국/한국 기념품 선물하는 걸로 뗑.

시부모님이 저를 좋아하시는 것 같긴 한데 그래도 물론 당신 아들과 저를 차별 하시긴 합니다. 생일 선물로 항상 돈을 입금해 주시는데 남편은 10만원, 저는 5만원.

좋으신 분이고 제게 늘 다정하게 해주시니 저도 나름 열심히 선물을 챙기는 편이에요. (신랑이 워낙 무신경한 편이라 선물 같은 거 안 챙김) 그래봐야 생신, 성탄 선물이고 보통 5-6만원짜리지만 (비싼 것 부담스러워 하심) 뭔가 좋은 것 볼 때마다 제 것 사면서 하나씩 더 사게 되네요. (사실 제일 좋아하는 선물은 아이 사진 보내드리는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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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영국의 시월드 다사로 0 80056 18.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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