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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정말 남의 편이군요.. [764]

아직 결혼한 지 일년도 안된 새댁입니다.

세상 남의 일만 같던 게시글들이었는데, 결혼이란 걸 하니 저도 글을 쓰게 되네요ㅎ


남편은 저보다 일곱살이 많습니다.

결혼에 대한 생각은 없었지만 생에 낙이 별로 없는 엄마한테 효도하는 셈치자는 생각으로 나간 자리에서 처음 만나 6개월만에 결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악의는 없지만 담아두는 일 없이 하고싶은 말 모두 내지르시는 시어머니감이 좀 걱정되었지만,

사랑한다는 말만 믿고 잘 다니던 직장, 친구들이 가득한 연고지를 떠나 새로운 곳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지요.


사실 결혼하자마자 굴곡이 많았어요.

신혼여행 다녀오자마자 10년 전 암투병하시다가 완치 판정도 받으셨던 친정아버지의 재발 소식을 들었습니다.

결혼 준비 중인 저에게는 그 동안 비밀로 부치셨던 겁니다.

엄마와 남동생은 학교 선생님이라 평일에 아빠 간호를 하기는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결혼하고 아이를 빨리 가지기를 원하는 남편과 시댁의 뜻으로 당시 백수였던 제가 평일 간호를 맡아 서울 병원으로 왔다갔다 하게 되었지요.

신접살림에 익숙해질 여유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남편에게 늘 미안했어요.

그래도 서울 병원 가기 전에 국이랑, 찌개, 반찬은 늘 준비해두었고,

주말이 되면 좀 쉬고 싶어도 남편 따라 시댁에 꼬박꼬박 다녀왔습니다.

하지만 간호하는 보람도 없이 아빠의 병은 하루가 다르게 심각해져 대소변도 받아내어야 하는 상황이 되었고, 그렇게 투병하신지 7개월도 채 되지 않아 61세 이른 연세에 결국 돌아가셨습니다.

제 노력이 부족했던 건지 신랑에게서도 시댁에서도 병간호때문에 터져나오는 불만이 많았던 터라 그 7개월 동안 어디서든 마음 편하게 쉴 수도 없었어요.

이제 너도 사돈어른도 고생할 거 없으니 차라리 잘 되었지 않느냐 라던가,

장례식장에 오셔서 막 미망인이 되신 친정엄마에게 그간 병간호 때문에 결혼 생활에 지장이 있어 서운했다고 말씀하시는 시어머님 때문에 속이 상해도 친정엄마 생각하며 내색 안했지요.

사실 필터링 없이 마구 쏟아내시는 시어머님 말씀이 비수가 되어 박히는 일이야 비일비재해요.

일일이 예로 들기도 힘들만큼요.

어차피 남편은 뭐가 속상한 지 전혀 이해를 못 해주니 이야기 꺼내봤자 싸움날 게 뻔해 그저 속으로 삭히고 살았고요.


상치르고 3주 후, 그래도 기쁜 소식을 들었습니다.

임신이 되었다고 하더라고요.

임신 5주이니 병원에서는 2주 후에 오라고 했지요.

남편이 무척이나 기뻤던지 시댁에 그렇게 가고 싶어해서 6주차에 시댁에 다녀왔어요.

근데 그 주 주말 무렵부터 심상치가 않더니 혈흔이 비치길래 바로 병원에 갔는데,

아기집이 비어있다는 거예요...

병원에서는 3일 후에도 비어있으면 수술로 제거해야 한다더라고요.

아빠 나이도 40대 초반이고 저도 30대 중반이라 염색체 이상 확률이 높아져서 그랬나봐요.

병원 다녀온 그 날 저녁부터 하혈이 시작되어 밤새 쏟아져나오고 배도 너무 아팠습니다.

남편은 자느라 몰랐지요.

다음날 아침 남편 출근시키고 병원에 갔더니 아기집이 이미 배출되었다고 하시더라고요.

밤새 유산이 되었던 거죠.

의사선생님 말로는 아무리 조심했어도 유산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이니 자책말라셨어요.

조심하지 그랬냐던가, 그러게 이러저러한 건 하지 말지, 혹은 이렇게 했어야지 라는 말들..

모두 제 잘못이라는 말로만 들리는 이야기들에 잔뜩 주눅들어 있던 터라,

생판 남인 의사선생님 그 말씀에 눈물이 쏟아지더라고요.

그렇게 유산된 후에도 집안일은 다 했어요. 식사 준비, 설거지, 청소, 빨래..

남편은 그 정도는 해도 되는거 아니냐더라고요. 너무 당연하게 생각해서 할 말도 없었어요.

늘 밖에서 돈 벌어오는 자기를 위해 집안일 신경 안 쓰게 하는 건 기본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저도 밖에서 돈만 벌어본 사람인데 남의 돈 받아 살림하는 게 마음 편하지가 않더라고요.

성에 안 차면 늘 "집에서 하루종일 뭐하냐"는 말을 하는데 그 말이 그렇게 듣기 싫었습니다.


유산된 지 열흘되던 날은 남편 생일도 있고 해서 원래 시댁 식구들 여섯분 모시고 집에서 식사하기로 했던 날이었어요.

그런데 몸 회복도 더디고 좀 힘들어서 남편만 시댁에 다녀오면 안되겠냐고 물어보았지요.

남편 대답은 절대 안된다는 거였어요.

그냥 밖에서 먹을테니 일단 모시자기에 그럼 그렇게 하기로 하고 연락은 남편이 드리기로 했지요.

그런데 시어머님께서는 너희 둘이 알아서 하라고 하셨대요.

원래 모시기로 했던 건데 송구스러운 마음에 직접 전화를 드렸습니다.

첫 마디는 "네가 직접 전화를 했어야지"로 시작해서 "귀찮아서 그러는 거 아니냐"는 말로 끝났지요.

그저 "죄송합니다"만 되뇌이다 끊었어요.

시어머니, 시아버지, 형님, 아주버님께 모두 전화드려 죄송하다고 말씀드렸지요.

전화 끊고 서러운 마음에 눈물만 뚝뚝 흘리고 있었어요.

그 때 부모님과 통화를 마치고 방으로 들어온 남편이 도끼눈을 뜨고 도대체 전화해서 뭐라고 말씀을 드렸냐며 화를 내더라고요. 남편도 싫은 소리를 들은게지요.

제가 무슨 말을 했겠어요. 제 입으로 귀찮다고 그랬겠어요?

울고 있는 제게 남편은 화만 내고 나가버렸습니다.

저의 건강과 안녕보다 부모님의 기분이 더 중요했던 거죠.


마흔이 넘도록 막내아들로 혼자 살아온 시간이 많아서인지 남편은 유독 자기애가 강합니다.

일단 자기가 먼저고, 그 다음은 부모님, 그 다음은 형... 저는 없어요.

이렇게 무시당하며 살 만큼 보잘것 없는 삶을 살아오지 않았습니다.

어떤 일이든 먼저 나서서 곰같이 하면 했지 요령 피우며 여우같이 살지도 않았고요.

가족들과 친구들로부터도 사랑받고, 받은 것 이상 사랑하며 살아왔는데..

저도 적은 나이가 아니라 그런지 노력하는 데도 잘 안 풀리니 모든 게 서럽기만 하네요.


오늘로 유산된 지 2주가 되었습니다.

마음도 몸도 아프고 시리네요...

달리 하소연 할 곳이 없어 주저리주저리 쓰다보니 별 것 아닌 글이 스크롤 길이만.. ㅠㅠ

다들 이렇게 사시는 거죠?

위로받고 힘내서 또 살아가야겠습니다.

누가 우쭈쭈해주나요? 스스로 해야죠ㅎ

힘들고 외로운 하루하루 살아가시는 모든 분들, 화이팅하십시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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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글쓴이 공감 조회 날짜
선택 남편은 정말 남의 편이군요.. Konoi 0 244374 17.03.20
답글 덧붙이는 말.. Konoi 0 1723 17.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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