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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만난 남자 [869]

안녕하세요.
몇 날 몇 일 고민하며 괴로워 하다가
글 올려 봅니다.
여러분들의 의견 들어보고 싶어서입니다.

47살 여자입니다.
처음 만났던 남자에게 데어서
두 번 다시는 남자 사귀지 않으리라
조용히 나의 일만 열심히 하며 살리라
다짐하고 살아온지 10여년 되어 갑니다.
그러다가,
5년 전 1월 겨울눈꽃이 너무 좋아
산행에 참여했다가 산행 후기 사진과
글 한 편으로 산악회 임원이 되었습니다.
어색하고 정신없어서 제가 적응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잘 챙겨주고 기다려주며
관심 가져 주는 분의 끝없는 노력 끝에
식사도 하는 사이가 되었고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주말 드라마 같은 미래의 계획을 세우고 큰
금액의 적금도 들어가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지난 일요일 정기산행으로 해발 1,097m
우리나라 3대 악산 중의 하나인 월악산을
가게 되었습니다.
잘 알고 있는 언니가 잡아 놓은 버스 옆자리에 저는 앉았습니다. 잠시 후에 온 그 남자는 이 사람 저 사람 살피며 여기 앉아라 저기 앉아라 하면서 부산하게 움직이더군요. 그러다가 어느 여자 분께 여기 앉아라 하더니 본인은 바로 그 옆에 앉더군요.

목적지에 도착해서 산행하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는 제가 보이는 거리 유지하며
산행하였고 친절하게 챙겨 주었습니다.
저는 매우 고맙게 생각하였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선두에 서서 그 여자 분과
산행을 하더군요. 그 여자 분은 산을 잘 타지요.
그 남자로 인하여 그 여자 분은 작년부터
제가 소속되어 있는 산악회 오는 걸로 알고 있어요. 저는 산을 잘 못 타서 대부분 맨 후미에서 따라가며 완주하는 편이고요.
산행하는 어느 지점에서 만나게 되었네요.
그 여자랑 사진 같이 찍으려고
옆에 서기도 하고 둘이서 떨어지지 않고
계속 같이 움직이더군요.
산행 끝나갈 쯤에 그 남자를 보게 되었네요.
저랑 몇 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걷다가 갑자기 속력을 내어 앞서 가더군요. 제가 따라 갈 수 있는 보폭으로 가는게 아니었어요. 그 여자는 따라 붙더군요. 둘이서 계속 산행을 하더군요. 제가 비탈길에서 넘어졌네요.
제 바로 뒤에 옆에 일행이 있어서 두 사람의 도움을 받으며 일어났네요. 그 남자 한 번 뒤돌아보더니 못본듯이 둘이서 나란히 계속 가더군요.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바람이 제 마음에 불어왔어요. 그 남자에게 향했던 제 마음 거두어 가는 바람, 그 남자에 대한 신뢰감 무너지는 바람, 두 사람의 뒷모습 보여지는 내 눈을 믿고 싶지 않은 바람, 그 여자에게 나와는 아무 사이도 아니라고 보여주기 위한 바람...
여러가지 바람이 섞여서 불어오는데 눈물만 고이더군요.
내가 아닌 그 남자가 넘어졌을 때
나는 이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까?
저는 당연히 가던 길 멈추고 돌아와서 괜찮냐고 했겠지요.
식사하는 곳까지 왔습니다.
그 남자는 그 여자랑 같은 테이블에서 식사하며
저는 안중에도 없었어요. 옆에 지나가는데도 저를 아예 못 본체 하더군요. 저 역시 모른체 했어요.
여기로 와서 앉아라, 이것 먹어봐라 저것 먹어봐라,많이 먹으라고 더 먹으라고 챙겨 주시는 분들의 배려를 위안 삼아 저는 식사를 했어요.

버스를 탔네요.
눈을 감았네요. 생각을 해봤네요.
나는 앞으로 처신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남자가 옆으로 오더니 아는체를 하더군요.
느낌이 그 여자 눈치보며 오는 것 같았어요.
노래 하라고 해서 내 인생에 박수를 불렀네요.
신경 쓰이는 산행을, 꿈인지 현실인지 모르고 해서인지, 목이 잠긴 상태에서 마음으로 울며 노래를 했네요. 그 남자가 노래 참 잘했다고 하더군요.
아닙니다. 나는 노래 못합니다 라고 대답했네요.
잠시 후에 다시 오더니 내 손을 잡더군요.
나는 속으로 지금 뭐 하자는건가 하면서 손을 뺐어요.
잠시 후에 또 오더니 안주 있냐고 하더군요.
있는데도 저는 없다고 했어요.
이젠 끝났구나.
만남은 없으리라.

아침에 나갈 때 마음에 꽃구름 둥실.
저녁에 들어 올 때 마음에 돌구름 가득.
너무 다르고 기가 막히는데
내색도 못하고 집에 도착했네요
나를 생각해 주는 사랑의 마음
진실하게 간직한 사람 못 만난 것도
내 운명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다가 잠들었네요.

이른 아침에 문자가 왔네요.

"잘 쉬었는지...
다리는 안팠는지... "

저는 다음과 같은 문자로 답했어요.

"이런 문자 왜 보냈는지요.
앞으로 문자하지 마세요.
만나기 전의 사람으로 돌아가서 살아가요.
제가,
잘못 봤고
잘못 생각했고
그동안 잘못 살아왔습니다.
내가 부족하여 내린 결정입니다.
불편하게 신경쓰지 말고
각자 알아서 살아가기로 해요.
산행안내문 부탁도 하지 말고,
그 어디도 안갑니다.
청소부로 사는 한이 있어도 안가기로 했으니
다른 사람으로 대체하기를...
오늘부터,
각자 알아서 처신하며
서로 아무 관계 아닌 사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 남자,

"무슨 이유때문인지 모르겠다.
점심 맛있게 드시고 힘 내세요."
"왜 이해를 못하는건지. 전 도저히 이해를 못하겠습니다. 조금만 내 입장에 서서 생각해주면 좋을텐데...
그게 잘못됐다면 많은 사람들 어떻게 만나고 살아갑니까? 양보하고 이해하며 살아가는 것이 최선입니다. 자기 만족대로 살아갈 수 없는거 같아요."

저는 다음과 같은 내용의 문자 보냈어요.

"내가 무엇때문에
돌아섰는지 아시고 말하는지요.
무엇을 양보하고
무엇을 이해하라는
것인지요.
제 입장에서 비참하고
저 자신이 얼마나 바보같이 보였으면
그랬을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고,
여기서 멈추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네요.
자유롭게 살아가세요. 각자 알아서.
아무 사이 아닌 것처럼 지내면
서로가 마음 상할 일 없어요.
나는 여러번 생각해 보았어요.
입장을 바꾸어서...
그리고, 별 볼 일 없는 관계라면
내 마음이 어땠을까?
그래도 서로가 좋아하고 사랑한다고 했는데
진실이었나?
내가 잘못봤고 잘못생각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한가요.
그냥 아무 사이도 아닌게 더 속 편하다라는
생각이 드네요.
한가지 난 알았어요.
남편과 헤어졌든 안헤어졌든 상관없이.
남편복 없는 사람은
그 어떤 남자를 만나도
남편복 없는 것처럼 똑같다.
그러니 남편 외에 다른 사람 만나는 일
모두가 부질없는 일이고 근심거리를
더 많이 안고 살아가는 일이다.
사람이란 상대방의 말에 속고 행동에 실망하고
고민하다가 결국에는 원위치로 돌아간다는 것이지요. 제가 그러네요.
더 묘한 꼴 안보고 참을 수 있는 선에서
조용히 뒤돌아갈 수 있음을 감사드려요.
돈은 돌려드립니다.
보험적금이라 지금 당장 해약하면 손실율이 얼마인지는 모르겠지만, 손실율이 크다면 다른 방법으로 돌려줄 생각입니다.(저는 보험회사 다니는 사람 아니예요)
저하고 더 시간 끌며 지저분하게
엮어갈 필요 없습니다.
나는 진실을 좋아해요.
말과 행동이 다르면서 둘러대는 말 하는
사람 안좋아해요.
우리가 서로 좋아해서 먼 미래까지 내다보고
이런 말 저런 말 오고갔지만
이제는 아니라고 보네요.
내가 이렇게 말 안해도 더 잘 알겠지요.
아니라고 하면 더 나쁜 사람이지...
좋은 마음으로 지내며 평생동안 잘 살아가는 것도 서로가 배려해주는 마음이 있어야 되는데...
이런게 몇 순위인지도 모르고 기분대로
혹하는대로 대책없이 행동하는 사람
저는 안좋아 합니다.
저는 마음 정리 다 했어요.
좀 더 시간이 지나면
제 마음도 단단해지겠지요.
각자 알아서 살아가는 것이니
마음의 진실 숨기지 말고 가세요."

본인이 일하는 모습 사진도 보내왔어요.
그래서 저는
"저에게 올 사진이 아니네요" 했어요.

그 남자 저녁에,

"죄송합니다. 술 한 잔 먹었네요. 자기한테 미안해서 눈물이 납니다. 정말 눈물이 납니다.
내 모습은 어디로 갔죠. 자기한테 있는데...
잘 자요."

그 남자 어제 오후에,

"문자가 안오니 답답하다. 죽겠다. 내가 너무 나만 생각했나 보다. 이제부턴 다시 안그러겠습니다. 한번만 봐 주세요"

여기까지입니다.
눈물이 나고 어지럽기만 하네요.
머리 속은 땡겼다가 멍해지고
속도 쓰리다가 울렁 거리네요.
이와 비슷한 상황 이번이 세 번째랍니다.
누구든 어떤 잘못이든 한 번으로 끝나는게 아니라
언젠가는 또 하게 되고 서로 갈등을 일으키며 살아가나 봅니다.
고민거리 안겨주며 갈림길에서 선택을 하게 만드는 잘못을 하며 살지 않으리라 나는 다짐해 봅니다.

제가 이해하고 양보하는 마음이 부족한가요?
제가 내린 결정이 성급한가요?

여러분의 말씀을 들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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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산에서 만난 남자 잎새 0 612993 14.11.26
답글 남자는 사람이 아니고 동물입니다 천리코 0 3050 15.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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