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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살아왔다 생각했는데 비참합니다 [469]

빵 만드는 회사에 다니고 있습니다. 통근 버스를 타고 3교대로 일하는 시스템입니다. 학창시절 공부에도 흥미없고 집안사정도 여의치 않아 대학진학 없이 제빵기술도 가르쳐 주고 돈도 벌 수 있는 회사에 취직해서 결혼하고 지금까지도 다니고 있습니다.

이른 시간 통근 버스를 기다리면 젊은 직장인들이 바쁘게 출근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우연히도 남편은 저보다 좋은 회사에 다니다 통근버스 기다리는 저와 매일 눈만 마주치다 어느 날 말 한마디 하고 안면을 트고 사귀게 되고 결혼을 하면서 지금까지 왔습니다.

학력도 저보다 좋고 집안 사정도 저보다 낫고 어느 것 하나 남편보다 나은 조건이 없음에도 저를 좋아해 주었고 사랑했고 영원히 함께하고 싶어 결혼을 했습니다. 결혼 후 부족한 제 환경을 만회하고자 회사 일도 다니며 집안살림도 혼자 다 했고 남편을 위해 남편 손톱발톱까지 깎아 주며 살 정도로 남편이 좋았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좋은 남자가 나와 연애하고 결혼도 해주었을까 바라보기만 해도 좋았었네요.

시댁어른들께서는 좋은 분이고 잘해주십니다. 아이를 낳고 세월이 흘러가고 남편은 집안일 육아 하나 도와주지 않고 퇴근하면 제가 자신의 모든 수발드는걸 이제는 당연시 하고 있었지만 제가 남편을 더 좋아했습니다. 그런데 신혼이 지나고 첫아이를 낳고 아이가 자라자 육아하는 제 모습을 보더니 "모르면 책 좀 봐" "남들보면 무식하다고 해" 하면서 이래서 여자도 배워야 한다며 고졸인 저를 무시하는 느낌을 받곤 했습니다.

그러다 남편이 이혼을 요구하더라구요. 정말 헌신했고 경제적으로라도 보태려고 결혼 후에도 3교대하면서도 남편에게 맞추려고 정말 노력했었습니다. 그런데 그 빵만드는 기술도 자신은 정말 싫고 회사에 대졸 여사원들 처럼 정장입고 구두신고 다니는 여자가 좋답니다. 제 몸에서 나는 빵냄새가 너무 싫답니다.

열심히 벌어 남편 차 바꿔주고 좋은 양복사주고 좋은 구두 사주며 아이들 간식값이라도 보태는 게 낙이었는데 허무하더라고요. 집안살림 소홀 한 적 없는데 너무 서운하다고 하니 그냥 제 자체가 꼴도 보기 싫다합니다. 결혼이 장난이냐고 결혼은 힘들더라도 참고 인내하고 잘못된 건 고쳐나가는 거라고 제가 바뀌어 보겠다고 매달렸습니다.

고졸학력에 빵밖에 모르는 주제에 어떻게 바뀔거냐 묻더군요. 좋아하는 여자가 있느냐고 물었더니 밖에만 나가면 회사에 가면 잘나가는 커리어우먼이 얼마나 많은 줄 아냐면서 저와 결혼한 자체가 너무 후회스럽다고 절규를 하더군요. 좋아하는 여자가 있고 그 여자는 자신에게 여자로 느껴진다 합니다. 저는 아이엄마 그 이상 아무 느낌도 없고 저를 둘러싼 모든 것이 싫답니다. 

좋아한다는 여자를 만나게 해달라고 했습니다. 그 순간 정말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가 누구인지 알아낼 생각도 말고 깨끗하게 이혼하자고 합니다. 나같은 여자가 만나서 어떻게 할 여자가 아니랍니다. 비굴하게도 무릎꿇고 매달렸습니다. 버리지 말아달라고 더 잘하겠다고 울며 빌었습니다. 제 손을 뿌리치고는 정말 다 끝이라고 서류를 준비하겠다고 합니다. 

전 남편을 사랑합니다. 첫사랑은 아니지만 남편만큼 사랑한 사람은 없습니다. 그가 없으면 살아갈 자신이 없습니다. 내 몸에 빵냄새가 오늘처럼 싫은 날은 없었습니다. 정말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아왔는데 인생이 너무 허무합니다. 남편을 잡고싶은데 그의 표정이 너무 싸늘합니다.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두서 없는 글 읽어주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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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열심히 살아왔다 생각했는데 비참합니다 오늘도화이팅하며 0 130192 18.09.16
답글 며칠만에 확인했더니 공감도 많이 해주셨네... 오늘도화이팅하며 0 3077 18.09.18
답글 나또한... 파릉채 0 1558 18.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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