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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주말부부의 말로. [161]

70억명의 인구가 있다면 70억개의 성격이 있고 천만쌍의 부부가 있다면 천만 형태의 부부생활이 있을 것이다. 우리 부부도 누구도 이해하지 못하는 갈등을 안고, 어느 누구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모습으로 이 시기를 살아가고 있다.

 

우리는 연애 7년만에 결혼했고 10년을 살았다.

물론 사랑했고 너무 당연하게 부부란 이름으로 살았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면 성격이 너무 다르다는 것과(어느 부부도 같은 성격은 없겠지만) 주말부부라는 것.

연애, 결혼 17년 중에 14년은 떨어져 지냈다.

성실한 그와 씩씩한 나는 각자를 절대 믿으면서 본인의 생활에 충실했다.

나는 직장생활하면서 아이 둘을 내 손으로 키웠고, 키우고 있고, 그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금요일 자정쯤 어김없이 내려왔다.

 

그러던 작년... 모든 남자가 그래도 내 남편은 절대!... 라던 믿음이 깨지는 일이 일어났다.

여자친구가 있는 것이었다.

그의 집안 일(시댁), 회사일, 나와의 잦은 다툼으로 괴로워하던 시기.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얘기하고 싶어서 만난 전 직장 동료 여직원이었다.

둘이 깊은 사이도 아닌 것 같지만 나와는 공감하지 못하는 일을 둘이 얘기가 통하고 성격이 비슷하고 가치관이 비슷하다는 말에는 정말 용서가 안 되었다.

차라리 하룻밤 자고 실수였다 미안하다 했으면 차라리... 넘어갈수도 있는 일을...

 

난 그랬다. 그런 감정 생길 수 있다.

나도 그런 적 있으니까.

그렇지만 내가 알았으니 이제 그만해라. 다시 연락하지 말아라.

분명 그렇게 약속했는데 계속 연락하고 있는 걸 알게 되고 자주 다투고... 그 여자도 만나고 통화도 하고...

그 여자는 이혼녀였고 이 사람을 많이 좋아했으면서도 내게 거짓말을 해댔다.

이 사람 역시 얘기하다보니 좋았겠지. 내가 그만두라고 해도 그만 두지 못할 정도로...

나에게는 연락 않는다, 이제는 완전히 끝났다, 이제는 나에게 떳떳하다고 얘기를 했으면서도... 연락을 했었나부다.

그 말을 믿고 난 노력했고 연락을 안했다고 했으니 통화 기록을 떼오라고 했다.

그 통화 기록을 보고나면 나도 맘이 편해지고 다시 남편과 노력해볼 생각이었다.

나는 그랬다.

그런데... 못 떼오겠단다. 연락을 했었단다.

 

나는... 참 허탈해졌다.

내 마음을, 내 고통을 보여주기 위해 별의 별짓을 다 하고 미친 년이 되었던 나는... 허탈해졌다. 더 이상은 안 되겠구나 싶었다.

그는 그곳에서 인정받고 내 눈앞에는 안 보이고 그 여자랑 만나는지, 자는지도 모르는데... 나를 위한 사과 변명조차 제대로 못해주는 사람.

자존심은 있어서 나와 가정을 지키기 위해 눈물 흘리며 무릎 꿇지도 못하는 사람.

사람은 서로 다르니 바꾸려고 하지 말고 인정해 달라고 하는 사람.

이해는 하지만 공감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사람.

하루에 몇분이나 나와 통화하며, 나와 얘기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을 했었는지 생각해봤음 좋겠다.

상처받은 나를 오히려 방치하고 외면했다.

그러면서 책임을 나에게 돌리고 있다.

 

그 여자와의 일을 알게 된 날로 8개월이 지났다.

미워하는 마음이 괴로워 노력하려 했지만 그때마다 번번히 나에게 했던 거짓말이 들통나 내 마음은 점점 더 멀어지기만 한다.

 

그러다... 알게 됐다.

그와 그 여자와의 일이 문제가 아니란 것을...

문제는 나와 그 사람이었다.

결혼 초에 썼던 일기장, 몇년전에 쓴 일기장, 근래에 쓴 일기장...

모두 그에 대한 서운한 마음과 나를 감싸주지 못해 괴로워하는 내용이 담긴 그 일기들을 읽어보고...

연애초를 빼고 결혼했을 때부터 내내... 힘들었던 것 같다.

그는 가정과, 남편으로서의 책임감은 누구보다 강하지만 나를 감싸주고 내 얘기를 들어주고 위로해주며 공감해주는 사람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니 앞으로도 그 때문에 얼마나 눈물을 흘릴까 싶은 마음에... 급하게 용서하고 아이들을 위해 잘 살아보세... 할 일이 아닌 것 같다.

 

남들보기에... 능력 있고 매너 있고 바르고, 책임감 강하고, 아이들 사랑하는 가정적인 남자에, 멋진 남자이지만...

나를 외롭게 하는 사람이었다.

우린 별거를 택했다. 내가 일방적으로 선언했다.

내 마음이 편한대로 하라고 동의해줬다.

 

그를 안 본지 한달 정도 되었다.

아이들을 보러 2주에 한번 내려오지만 그때는 나에게 휴가이다.

그가 내려오면 나는 집을 나선다.

찜질방에서 자고 가까운 곳으로 여행을 가거나 도서관에서 하루종일 책을 읽었다.

주말에 그는 아이들과 놀아주고 드라이브하고 여행도 간다.

직장과 육아로 힘들던 나에게는 혼자만의 시간이 되었고, 나 때문에 눈치보느라 힘들었던 그 사람은 아이들과의 시간만 보내면 되니까 서로 괜찮은 것 같다.

다만... 아직 아이들이 이상하게 생각하겠지.

양가 가족들 아무도 모르고 말할 수도 없지만 그렇게... 얼마나 지낼 수 있을까.

 

아직도 나는 그를 용서할 수가 없고 이해할 수가 없다.

많이 생각하면 너무 괴로워져 지금은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쓴다.

별거... 두세달이 될 수도 있고, 2-3년이 될 수도 있고.

그를 이해할 수 없고 그도 나와 맞출 수 없으니... 서로가 서로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

 

결혼은 미친 짓이다.

아이 때문에 이런 편법을 쓰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행복을 줄 수 없다면... 굳이 살려고 애쓰지 않아도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타인에게는 너무 좋은 두 사람이, 같이 살기에는 부적합할 수도 있다는 걸 뼈져리게 느끼고 있다.

 

주말부부...

처음에 함께 살면서 서로를 어느 정도 맞춰갈 수 있었다면 모르지만 우리처럼 연애 때부터 결혼 내내 떨어져 살아서, 함께 있는 것이 오히려 불편하고 한번 일어난 일은 해결의 실마리가 생기지 않는...

이런 사태가 생기고 만다.

EBS에서 '우리 남편이 달라졌어요.'를 보면서 울었다.

우리 남편도 달라졌으면 좋겠다. 좋겠다...

그럼 너부터 달라져라... 하겠지만.

 

우리의 끝은 어디일까.

이대로 각자의 길로 향하게 될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서로 함께 하게 될까,

과연... 행복하게 될까...

너무 다른 우리, 서로가 서로를 위해 노력해줄 수 없는 우리.

우리의 끝은 어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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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글쓴이 공감 조회 날짜
선택 어느 주말부부의 말로. 별나라 0 261630 12.04.09
답글 서로 나누고 내리고 배려하세요 천지인 0 482 14.01.21
답글 허허참 스마일 0 914 12.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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