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검색

검색어 입력폼

목차


30대가 되어 확 달라진 삶 [105]

오늘 열심히 돈모아 집을 마련했다는 미즈넷 베스트 글을 보고

대나무 숲에 외치는 마음으로 글 올립니다



30대 초반 기혼 여성이예요

결혼한지 1년 반 조금 넘었습니다.

제 삶이 30대가 되니 너무나 많이 달라졌네요



여기에서 본 많은 분들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어릴적의 저는 사실 많이 불우한 편이었습니다.

저랑 동생은 항상 아버지의 주폭에 시달렸고

자식들이 매맞을 때 어머니는 온몸을 던져 아버지를 막았습니다.


아직도 생각나는 첫번째 여섯살 기억은

동네 언덕을 맨발로 도망가던 엄마의 모습이예요

엄마를 찾아 동네를 헤매면 동네 사람들이

너희 엄마 저쪽으로 도망갔다 했습니다.

앞집 할머니, 근처 자취하는 언니들...

주폭에 시달리는 저희 세가족을 아빠를 피해 숨겨주곤 했어요.


종종 술먹고 들어온 아빠를 피해서

세가족이 늦은밤 거리를 배회하곤했는데

하루는 엄마가 우릴 보면서 했던 말이 기억에 남아요

"우리 셋이 같이 여관에 가서 살까?"

엄마가 이렇게 말했었는데 너무 어린 저는 여관이 뭔지 몰라서 여관이 무어냐고 물었어요

엄마가 캄캄하고 작은 방이라고 대답했던것도,

너무 캄캄한곳은 싫다고 대답했던것도 기억이 나네요

30대가 되니 엄마가 무슨 마음으로 우리한테 그렇게 말했던 걸까

그때는 몰랐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져 지금도 눈물이 납니다.



항상 욕하고 때리는 아버지의 밑에서 자랐으니

동생도 저도 자존감이 몹시 낮았고..

학교에서도 적응을 잘 하지 못했습니다.

자연스레.... 반에서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습니다.

잘 어울리지 못했다는 것은 조금 양호한 표현이네요

초중고 12년 내내 수학여행때는 항상 함께 자리에 앉을 짝이 없었고

중학교때는 반아이들한테 괴롭힘을 당하기도 했어요..

가끔 함께 어울렸던 친구들이 있었는데

대부분은 동정심으로 인했던것 같네요


부모님은 사교육에 신경쓸 경제적 여력이 없었기에

선생님들께 답안이 모두 적혀져 있는 문제집을 받아 공부하며

어서 어른이 되기만을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성인이 되면 무언가가 삶이 달라질줄 알았거든요



스무살이 되어서는 아빠와 떨어져 지내게 되었어요.

그동안 엄마는 아빠를 벗어나고자 하지 않았던건 아닌데

항상 아빠는 억척스럽게 엄마를 찾아내곤 했어요

긴 시간의 도망 끝에 엄마는 저희와 아빠를 떨어뜨리기 위해

저와 동생과 따로 집을 얻어 아빠와 둘이 살았습니다.

그때는 몰랐는데, 나중에 엄마가 말하길

아빠와 떨어져 있으니 너무나 밝은 저와 동생을 보니

도저히 함께 살수가 없었다고 했어요.

그래서 그런 선택을 했었다고.....

저희로 인해 그런 선택을 하신 엄마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미어지네요


아빠와 떨어져 밝아진 덕인지

저는 그뒤로 괜찮아졌습니다.

대학교 와서는 친구들도 많이 사귀었고

지금의 남편도 만나 좋은 연애도 했어요



아빠는 그뒤로 병에 걸려 꽤 오랜 기간을 투병하시다 돌아가셨습니다.

그동안 술을 참 많이도 드셨으니.. 몸이 버티시지 못했을 거예요

제 결혼식에 오겠다고 악착같이 버티시더니...

결혼식 몇개월 앞두고 돌아가셨어요.


제 불우했던 어릴적의 모든 원흉이 아버지인것 같아

기억하는 대부분의 시간을 아빠를 원망하고 미워하며 살았지만

떠나기전 몇년동안 아빠를 지켜보며

아빠도 불우한 어린시절과 누군가에게 사랑받지 못한

불쌍한 사람이었구나 하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세상의 나쁜 사람들이 사실은 사랑받지 못해서 생겨나는 거구나 하는 것도요..



결혼한 저는 너무도 저를 아껴주고 사랑해주는 남편과

저를 딸처럼 챙겨주시는 시부모님이 생겼고

누구도 부럽지 않은 행복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학찰시절에는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해 항상 주변인으로 살았는데

막상 결혼은 반장을 도맡아 하던 사람이랑 하다니..ㅎㅎ

인생 정말 모를일이죠.....




10대와 20대에는 제게 이런 행복한 삶이 찾아올거라고 생각할수 없었어요

행복한 삶이 무엇인지 경험해 본적이 없었거든요..

퇴근후 집에 돌아가 남편과 함께 저녁을 차리고 오늘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하고

함께 꼭 껴안고 잠이들면서

이게 바로 행복한 삶이구나 라는것을 매일 느낍니다.


지금 누군가 본인이 불행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면

언젠가는 그 불행이 가시고, 행복이 찾아올거라고

꼭 찾아올거라고 말하고 싶어요.



쓰다보니 너무 길어졌네요 ㅎㅎ 이만 마칩니다.


게시물 목록
제목 글쓴이 공감 조회 날짜
선택 30대가 되어 확 달라진 삶 보현진인 0 134021 18.11.29

오늘의 주요뉴스


Copyright © Kakao Corp. All rights reserved.
위 내용에 대한 저작권 및 법적 책임은 자료제공사 또는 글쓴이에 있으며 Kakao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