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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의 밀당 [322]

아들넘이 장가를 갔다.
사람좋은 웃음을 늘 실실거리는 녀석이라...
멀리 객지에서 뚝 떨어져 살아도
큰 걱정이 없는 녀석이다.
식성도 좋아 뭐든지 잘먹고
잘 싸는(지 말로) 넘이니
뭐든 대충대충 잘 넘어갔다.
결혼도 그렇게 설렁설렁 했다.
늦게까지 공부하느라
모아둔 돈도 부족했을텐데...
부모에게 큰 부담 안 지우고 제 가정을 꾸렸다.
공부하느라 고생한다 싶어
가끔씩 보급부대가 되어
원격지원을 했다.
거울 쳐다볼 시간도 없다고
하도 꼬지레 후즐근하게 다니니
쇼핑몰만 가면 습관처럼 아들 옷을 고른다.
세상이 좋아서 사진찍어서 이거 어떠냐
물으면 후딱 대답이 오니 편한 세상 덕을
후하게 누린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혹여 장가 못 간 홀애비냄새 풀풀나는
독거 노총각될까봐서리..ㅎㅎ
만나기만 하면, 오기만 하면
그저 아들 챙기기 바빴다.
그렇게 장가를 가고 몇달 후 맞은 내 생일,
설마했는데 아들넘이 까맣게 잊고 넘겼다.
짜슥~
괘씸하다.
지 에미는 용돈만 생기면 꼬불쳐 두었다가
밥사줘. 옷사줘. 신발사줘.
명품은 아니라도 바리바리 한번도 어김없이
챙겼건만 섭섭하고 어이가 없다.

한달 뒤에 중간 지방에서 아들 며느리를 만났다.
속으로 큰 결심을 했다.
나도 이제부턴 니들한테 돈 안 쓸꼬야!!
실은 이전에 아들 며느리가 해외여행을 간다 해서
언젠간 나도 죽기전에 유럽여행 한번 가볼라고
다람쥐 도토리 모으듯이 야금야금 조금씩
모아놓은, 숨겨둔 꿀단지같은 달라돈까지
탈탈탈 털어준터라...마음이 더 헛헛했던가.

1박2일이면 캐리어라도 끌고 올 일이지
지 배낭에, 지 마눌님 가방까지 이고지고
땀을 삐질삐질 흘리는 아들녀석을 보니
어느새 아들 어깨에 얹혀진 가장의 무게가
느껴져 모질게 먹은 마음이 자꾸만 흔들린다.

-엄마 뭐 드실래요?
-너네는 뭐 먹고 싶니?
-우리는 늦잠 자고 호텔조식을 많이 먹고 와서
별로 배가 안고파요.
엄마 드시고 싶은대로 아무데나 가요~

(아이들이 미안한 마음에 거하게 쏘겠지, 김칫국부터 한사발 들이키고 미리 약속 장소에 가서 사전답사까지 했지만 배가 안고프다는데 어쩔 수가 없네.ㅋㅋ)
-그래? 그럼 엄마가 좋아하는 파스타나 간단하게 먹을까?

나는 시원한 조개가 들어간 봉골레 파스타를,
며느리는 까르보나라를,
이쁜 며늘의 머슴같은 아들은,
같이 나눠먹으면 되겠다면서 피자를 시켰다.
속으로 샐러드를 하나 더 시켰으면 싶었지만
오늘은 굳세게 마음먹은 바대로
절대로 내가 계산 안할거라....
그 와중에 아들 돈많이 들까봐.ㅠ
꾹 참고 며느리에게 먼저 내 파스타를
조금 덜어주고,
아들에게도 좀 덜어주고 식사를 끝냈다.

성질 급한 내가 슬그머니 나가서 계산을 하고
아들 며느리가 "엄마, 어머니,, 왜 또 계산을 하셨어요?"가 순서일텐데...
셋 다 자리에서 일어서지 않고 계속 뭉기적거린다.ㅋ
드디어 아들이 나간다.
며느리가 뒤따라 나간다.
마지막으로 내가 아이들이 빠뜨린 물건이 없는지
잘 살피고는 천천히 나간다.
시간은 왜 이리도 천천히 가는가....ㅎㅎ
아들 카드를 뺏고 내 카드를 들이밀 시간이
아직도 충분하다.
아들이 피같은 돈으로 계산을 하고 있다.
야무진 며느리가 계산서를 꼼꼼하게 체크하고 있다.
아..............................
아..............................
도무지 먼 어깨너머라도 바라보고 있기가 넘 힘들다.
무너지는 마음을 다잡고 밖으로 먼저 나왔다.
진땀이 난다.
괜히 허둥거린다.

젠장!!!!!
아들에게 생일밥 한번 얻어먹기가
이렇게나 힘들다니!!!!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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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글쓴이 공감 조회 날짜
선택 아들과의 밀당 사과가 좋아 0 152736 18.09.10
답글 흐믓해 지는 재미있는 수필.잘 읽었숩니다 ascd 0 1305 18.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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