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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직이래도 진상은 못피하네요. [62]

외국에 사는 약사입니다. 

저보다 힘들게 돈버는분들 많은거 알아서 불평불만 자제하려하는데

오늘은 도저히 안되네요. 


한국만큼 약사가 대우가 좋진 않아요, 제가 사는 지역이... 

약국에서 일하는 일개미 약사로서, 

하루에 수많은 사람들과 대화합니다.

점심시간도 따로 없이 그냥 하루 시작하면서 입 열고 끝나면서 입을 닫습니다.  

건강한 분들은 몰라요, 사람들이 약사에게 얼마나 많은 질문을 하고, 하루에 전화와 팩스는 얼마나 많이 오는지... 


오늘 한창 일하고있는데, 

30대쯤 되어보이는 남자가 계산대 앞에 서서, 주구장창 친구랑 수다를 떨더군요. 

보통 저를 기다리며 이야기하다가 제가 다가가면 용건을 말하시는데, 

이 사람은 제가 아무리 말을 건네려 해도 애써 저를 무시하며 소리높여 대화하더군요. 

그런가보다 했어요. 엄청 반가운 친구인가보네. 

가까이 서서 제 할일 하며 기다렸더니, 

한참 뒤에 처방전은 카운터에 휙 던지며 이거 준비해줘- 하곤 친구와 가버리려 하더라구요. 

처방전 던진거 기분나빴지만, 애써 티 안내고 저쪽 데스크 쪽에서 도와드릴게요 하고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일부러 처방전 제가 집어들지 않은거 맞아요. 사람 분위기 보니- 제가 처방전 가져가면 막무가내로 안올것 같은 느낌이어서. 


보통 사람들은 이 상황에서 아, 카운터 잘못 골랐네요, 하고 그냥 따라와요. 

헌데 이 사람은, 

친구에게 실실 웃으면서

저 여자는 자기가 집어서 처방전 들고가면 되지 그걸 굳이 본인에게 시킨다며, 비싸게 군다며 비웃더군요. 

애써 모른체 하고 데스크 쪽에서 처방전을 받아들었는데

못들은줄 아는지 일부러 계속 그말을 하며 거기 있는데 왜 안들고오냐며 따지더라구요. 

황당했지만, 그냥 넘기려는데

의사가 본인 이름을 알파벳 몇개만 휘갈겨서 누군지 도저희 알수가 없어서 물으려고 고개를 드니 그새 또 친구랑 저쪽으로 가고있길래 불러세워서 의사이름을 물었어요. 


한마디 물었더니 속사포로 그래서 의사이름을 못읽는다는거냐, 그래서 약을 못주겠다는거냐, 

약사면 이런건 다 아는수가 있지 않느냐, 나 지금 병원에서 왔는데 니 헛소리 들어줄 시간 없다

따발총을

와... 뭔소리했는지 기억도 안나요

계속 무시하는 발언 섞어서 하는데

속에선 울컥해도 아닌척... 아닌척... 

목소리는 어찌나 큰지... 

병원에 전화해봐야한다고 두어번 말해도 무시하고 계속 비웃으며 멍청이 취급을 하더니

급기야 저에게... 니 불량한 태도 집어치우고 약이나 준비해, 라며 비웃더군요


손이 덜덜 떨리면서 

나한테 무슨 불만인거냐 되물었더니

너야말로 사람 오라가라 처방전 니가 들고가면 되는걸 귀찮게 한다더니

딱 절 무시하고 제 뒤쪽에 서있는 어시스턴트를 가르키며 (남자에요. 저는 여자이고)

매우 상냥한 말투로 이 여자가 날 안도와주는데 네가 날 도와주지 그래? 하며 절 없는 사람 취급하더군요. 


제가 너무 황당해서

지금껏 일하면서 한번도 처방전 거부한적이 없는데

거부했어요. 딴데 가라고요. 

그랬더니 막 웃으면서 친구더러

야, 이거 너가 증인좀 서라, 이 여자가 내 약 주기 싫덴다. 

내가 카운터 잘못 골라섰다고 그거 땜에 약 안준덴다 

이런 소릴 하면서... 가라는데 가지는 않고... 


하아

그러더니 폰을 꺼내서 비디오 촬영을 하는거에요. 

진짜 순간 너무 화가 나고

촬영하지 말라고 몇번을 말해도 계속 웃으면서 

니가 왜 약을 안주는지 설명해보지 그래?

멍청한 짓인줄 알면서도 그땐 피가 거꾸로 솟는 상황이어서 나름 차분하게 말하기 시작하니

뭔말을 할때마다 둘이 낄낄거리며 저를 이상한 사람으로 몰아가더라구요. 

둘이 제가 괴로워하는걸 너무 즐거워하며

그 친구랑 사람도 같이 폰을 꺼내들고 제 얼굴이랑 이름표에 들이대며 인터넷에 올릴거라 떠드는데

왈칵 눈물이 나서 가게 매니저한테 도망갔어요. 

정말 당당하고 싶었는데

저런 놈들 때문에 울고싶지 않았는데

눈물이 줄줄 나더라구요. 


어쩜 그리 말한마디를 해도 

깔보고 놀리고 무시하고 비웃고


매니저분이 올라가서 대면했더니, 

막 웃으면서 자긴 그런 의도가 아닌데 오해 했나보다며

그중 한명은 동영상 지우더래요. 

다른 동영상 하나는 아직도 있겠지요. 

체인 약국점인데 인터넷에 올리면 정말 귀찮은 상황이 발생하겠죠. 

아무리 제 잘못이 없어서 결국에 회사는 직원을 쪼니까요. 


인종차별 성차별 나이차별

젊은 아시아인 여자... 로서 정말 그런거 생각하기 싫은데 

현실은 이유없는 갑질 진상은 다른 남자 약사보다 제가 훨씬 더 만난다는게 억울해요

남자 매니저가 올라오면 바로 꼬리 내리고

심지어 제 밑에서 일하는 남자 어시스턴트도 더 좋은 대우를 받을때

적어도 나이차별이라도 안받게 얼른 늙고싶단 생각이 들어요. 


제가 아직 단단해지려면 멀었나봐요. 

이딴 진상 코웃음 칠수 있어야하는데 

내공이 많이 부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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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전문직이래도 진상은 못피하네요. walnut 0 64655 17.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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