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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못하고 공무원 시험 떨어졌으니 올해는 꼭 시집가라는 말 [177]

"취직도 못하고 공무원 시험도 떨어졌으니 올해는 꼭 시집가세요"라는 말.. 저에게는 지당하고 어쩌면 과분한 말입니다. 하지만 저 말을 엘레베이터에서 겨우 안면만 아는 이웃에게 들으면 어떠시겠나요.. 제가 자격지심이 심한건지 혼란스러워서 글을 올려봅니다..


저는 삼십대 초반 취준녀입니다.. 이십대의 대부분을 공무원 시험에 투자했지만 번번한 낙방으로 인해 우울증과 강박증에 시달리다 마지막 낙방했을 때에 자살충동의 기로에서 가까스로 정신을 다시 부여잡고 깨끗하게 공무원 시험을 포기하였습니다.. 한동안 정신이 나간 것처럼 방구석에서 힘든 나날을 보내다가 대학생때 어느 강사님께서 강의 시간에 해주신 말이 떠오르더군요.. 지금 너가 인생에서 제일 밑바닥에 떨어졌다고 생각이 들 때엔 정말 다행이라고.. 이제서야 너에게 옳은 길을 찾아서 올라가면 된다고.. 그 말을 주문처럼 외우며 힘을 내었고 지금은 내일배움카드를 발급받아서 학원에 기술을 배우러 다니고있고 그 일이 저에게는 참 즐겁습니다. 그리고 남는 시간에 주3일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생계를 유지해가고 있습니다. 비록 내세울 것은 없지만 그래도 열심히 살아가려고 노력하니까 자존감도 많이 생기고.. 살짝살짝 희망도 보이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얼마전 저희 아파트 엘레베이터에서 너무 화가나고 억울한 일을 겪게 되었습니다.

그날도 여느때와같이 학원과 아르바이트의 일과를 마치고 엘레베이터로 향했습니다. 승강장 앞에는 예전에 동대표를 하셨던 이웃 아저씨께서 서 계셨습니다. 저는 인사를 드리고 내려오는 층수를 바라보며 엘베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저씨께서 저에게

"아가씨, 공무원 시험은 붙었어요?" 라고 물어보셨습니다. (부모님과 가볍게 아는 사이셔서 제가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다는 것을 알고계십니다.)

"아니요.. 못붙었어요.."라고 대답하는데 왠지 좀 창피했습니다.

"그럼 지금 뭐 하세요?" 라고 다시 묻더군요.

그래서 저는 학원에 다른 거 배우러 다닌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랬더니 제 얼굴을 보면서 알 수 없는 묘한? 표정을 지으시더니 이내 웃으면서

"그럼 취업도 못하고, 공무원 시험에도 떨어졌으니 올해는 꼭~ 시집가세요~ ㅎㅎㅎ"라고 말씀을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아.. 네 ㅎㅎ"하구서는 엘레베이터를 탔습니다.


그런데 엘레베이터를 타고서는

"취업도 못하고 공무원 시험에도 떨어졌으니 올해는 꼭 시집가세요~ㅎㅎ" 라는 말을 또 하시더군요..

두 번째 이 말을 들으니 아! 이 분이 그냥 인사치레가 아닌 뭔가 비꼬려는 의도로 말을 하는 거같다라는 생각이 스치더군요. 그래서 저는 핸폰을 보는 척 하면서 음성녹음을 해보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또 "취업 못하고~~ 꼭 시집가세욯ㅎㅎ" 이말을 했을 때는 갑자기 울컥하여서 저도 모르게 

"네.. 그런데 아저씨 저 잘 아세요? 저는 그쪽 잘 모르는데 오지랖이 좀 심하신것 같아요.." 라고 노려보며 말했습니다. 이 말을 듣고는 갑자기 표정이 굳으시더니 조용히 내려서 집에 들어가시더군요.. 좀 섬뜩했습니다;

이 날 저는 제 방에 들어왔을 때 왠지 모를 서러운 기분에 울면서 잠을 이뤘습니다.. 그러나 강사님의 말을 떠올리며 그 날의 기분 나빴던 일은 잊기로 했습니다.


그러고서는 한달여가 지난 오늘.

아침에 어머니와 식사를 하는데 어머니께서 저에게 심각한 표정으로 말씀을 하시더군요.. 얼마전에 관리사무소에 볼 일이 있어서 갔다왔는데 관리소장님이 이상한 소리를 하더구나.. 예전에 동대표하셨던 8층의 아저씨 알지? 그 분이 너에 대한 행실에 대해서 나랑 이야기를하고 싶다고 하셨더구나.. 라고 하시길래 아저씨와의 그날에 있었던 일을 말씀드렸습니다. 하지만 어머니께서는 저보다 나이 많은 어른에게 너무 버릇이 없었다며 앞으로 창피해서 어떻게 다니냐며 저를 나무라셨습니다. 저는 억울하여 그날 녹음해두었던게 떠올라서 녹취록을 들려드렸습니다. 엘레베이터 안이라서 아주 생생하게 녹음이 잘 되었더라구요. 그 대화내용을 다 듣고나서 어머니는 충격에 빠지셨습니다..

아무래도 이 아저씨께서 제가 대화내용을 녹음해두었다는 사실을 모르고 관리소장님, 어쩌면 다른 이웃들에게까지 제 험담을 하고 다니시는 것 같은데 너무 억울합니다.. 취업 못하고 공무원 시험에도 떨어졌으니 올해는 꼭 시집가라는 말이 곰곰이 생각해보면 할 줄 아는 것 없으니 남자한테 다리나 벌리라는 말처럼 들려서 수치심마저 느껴집니다.. 성희롱으로 성립이 된다면 고소라도 하고싶어요..


이런 감정을 느끼는 제가 자격지심과 피해망상이 심한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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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취업 못하고 공무원 시험 떨어졌으니 올해는 ... 도토리의꿈 0 38832 17.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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