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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가 무슨 죄겠어요 고객을 위해 열심히 한 거지 [32]

벌써 2년 전 이야기네요. 제 이혼이.

제가 이혼할 때 저는 돈이 없어서 변호사를 못 썼어요.

그런데 남편은 호화롭게 변호사를 썼지요.

남편이 살기 힘들다며 협의이혼하자는 제 버릇 잡겠다고 자기가 소송을 걸어서 제가 피고였는데

남편도 저도 이혼하자고 합의가 되었고 재산도 제가 미리 다 나눠 받았는데

그럼 재판을 할 이유가 없잖아요.

그런데도 남편은 무슨 생각이었는지 이상하게 재판을 취하하지 않더라구요.

아마 자기 말대로 제 버릇을 휘어잡고 싶었던 듯해요. 법원에서 개망신 한번 주고 싶었나봐요.


피고인인 저도 패소(이혼)를 바라니까 재판에 안 나가면 되지 않냐

여기저기 물어보았지만 사람들 답변은

혹시 무슨 불이익이 있을 지도 모르니 소장 받은 거면 나가라고 하더라구요.

참고로 저는 가족이 없어요. 엄마는 저 학생 때 죽은지 오래고 아빠는 아예 말도 안 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안 갔어도 되는 건데.

당시 재판에서 혼자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너무 창피하고 삶이 분하고 그러더라구요.

지금은 제가 드세지고 당당해져서 울 일이 뭐 있나 나도 싸우면 되지 싶은데

당시는 어렸고 내가 왜 그 자리에 있는지도 모르겠고

남편이라는 게 제가 악녀같은 시어머니 때문에 힘들어 이혼하자고 말한 걸로

버릇 잡겠다고 큰소리치며 재판으로 부른 거다 생각하니 더욱 서러웠어요.


당시 서로 걸릴 게 없으니 재판이라고 할 것도 없이 바로 이혼이 되었는데요.

판사도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변호사도 없는 내가 불쌍해보였는지

저에게 유리하게 오히려 남편 측 변호사를 마구 몰아세우며 바로 재판 끝 하고 나갔어요.

이혼은 된 거니까 남편 측 변호사가 승소한 건 맞는데

재산이니 뭐니 이상하게 저에게 유리하게 되어 그냥 재판 끝! 하고 끝나버렸어요.

남편 측 변호사는 한 일이 하나도 없다고 느껴질 정도였어요.

저는 패소는 패소인데 제가 바라지도 않았던 재산이 조금이라도 더 넘어왔었구요.


판사가 그랬던 이유를 돌이켜보면

일단 제가 변호사도 없이 가난해 보였던 듯하고요.

남자는 잘 나가는 연봉 억대의 사 짜 직장에 부모님도 잘 나가는 사람이지만

저는 친정이 아빠밖에 없고, 그나마 아빠가 먼 곳에 살고, (이것까지 판사가 알지는 모르지만)

여자는 뚜렷한 직장도 없이 알바로 살고 있고,

남자는 아이 안 갖는다고 양육권 포기각서 쓴 상태고, (친권은 남자 갖고)

이혼하자는 사유가 고작 '여자가 성격이 원만치 않아 시어머니에게 의무를 안 한다' 이런 거고,

이래서 그러면 안 되지만 여자 편에 서서 재판해주신 게 아닌가 싶었어요.


그리고 남은 쟁점이 남편 명의 재산이랍시고 남은 게 소액 있었던 것은

그게 남편의 명의임에도 판사가 '여자가 혼자 이혼당하고 아이 건사하며 살아야 하는데

원고~ 그거 넘겨줄 생각 없나요?'라고 묻자

남편이 대답을 안 하고 남편 측 변호사가 나서서 악다구니 쓰며

법률상으로 안 된다고 했었던 기억이 나요,

그러자 판사가 원고의 온정에 기대해봤지만 그럼 하는 수 없다며 반 나누라고 했어요.

남편 측 변호사는 반 나누라는 말에도 굉장히 기분나빠했고요.

그리고 변호사가 또 나서서 그 소액이 제 통장에 들어 있다면서

그걸 제가 오늘이라도 빨리 반을 빼서 줘야 한다고 하더라구요.

그러자 판사가 날카롭게 기한을 정해주었는데 그게 2주일 쯤 후였어요.


나 혼자 법원을 나서는데 남편 측 변호사가 달려나오더니

무슨 죄인 부르듯이 제 이름을 XXX씨 하고 무섭게 불러대면서

지금 은행가서 바로 돈 뽑아 보내라고 호통을 치는 거예요.

지금 생각하면 답변 안 하면 되는 건데, 그 변호사가 하도 미우니까 제가 돌아보고 답을 했죠.

글쎄요, 저야 판사님이 정해준 기일에 보내면 되죠. 그랬어요.

그러자 변호사가 저더러 글쎄 사람이 왜 그러고 사느냐고 하더군요? 하하하

당장 바로 지금! 돈 보내고 쫌 깔끔해지라고 하더니 바로 자기 차 타고

신경질적으로 엔진소리 내며 사라지더라구요.


지금까지는 열심히 일하고 사느라고 생각이 안 나다가

최근 제가 어느 모임에서 그나마 휴일 놀지 않고 아이 용돈이라도 벌고 있는데

그 모임에 저 변호사가 나오더라구요.

정확히는 변호사 친한 지인이 저랑 가까운 사이였는데

그 지인이랑 SNS 하면서 이미 그 변호사 같은 사람이 친구명단에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그저께 그 지인이 행사를 하면서 저를 굳이 불러냈는데

그 자리에 그 변호사가 왔어요.


뭔가 눈치챈 듯한 뻘쭘한 눈으로 저를 흘낏거리다가 제가 쳐다보면 시선 거두던데

마누라랑 둘이 서서 애정행각 보여주는 것까지 제가 글쎄, 밉더라구요.

생각해보면 변호사가 무슨 죄인가, 남편에게 고용당했으니 남편을 위해

열심히 한 것 뿐이 아닌가,

그러나 그 지인 SNS에서 그 변호사가 친구 같다고 본 이후부터

자꾸 그 변호사 못된 모습이 기억나고, '사람이 왜 그러고 살죠?' 라든가

'당장 지금 돈 보내고 쫌 깔끔해지라고요!' 하던 것 등등요.

제 마음이 편해지려고 그 변호사가 뭔 죄인가 생각하는데 쉽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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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변호사가 무슨 죄겠어요 고객을 위해 열심히 ... Frequant 0 36846 18.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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