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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것들만 기억하는 부모님 [41]

제목 그대로 좋은것들만 기억하는 부모님 때문에 스트레스 받아서 넋두리 삼아 글 써 봅니다.

제 유년생활은 심하진 않아도 늘 오빠와의 남녀차별에 서러웠던 기억이 가득합니다. 이를테면 온갖 심부름은 제게 다 시키고 왜 오빠한텐 심부름 안 시키냐고 물으면 “오빠는 남자니까 힘 쓰는 일은 오빠 시킬거야” 라고 설명하셨지요. 하지만 지금까지 힘 쓰는 집안일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좋은 것, 비싼 것은 다 오빠만 사 주시고 “우린 두 명 다 좋은 것 사 줄 형편은 안 되지만, 오빠라도 좋은 것 사 주면 넌 물려 입으면 되니까 둘 다 좋은 걸 입힐 수 있지”라고 부모님이 설명 하셨지만 오빠는 남자에 비만이라...제가 물려 입을 수 있는 옷이나 신발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마찬가지 논리로 과외 수업도 오빠만, 저는 언제나 자율학습..
심지어 컴퓨터 같은 것도 오빠가 쓰다가 못 쓸만 하면 새 컴퓨터를 오빠에게 사 주고, 제게는 오빠 것을 물려 주셨습니다 (대학교를 저는 서울로, 오빠는 지방으로 가서 각각 컴퓨터가 필요 했어요)

그런데 결론적으로....오빠는 하고 싶은 걸 다 하면서 자라서 공부에도, 직장에도 별 의지가 없었던 반면, 저는 이 집에서 벗어나려면 경제적 자립이 필수라는 생각을 어렸을 때부터 많이해서 명문대 입학해 좋은 직장을 얻었습니다.

그런데 가족을 만날 때마다 스트레스 받는 건, 부모님의 기억이 왜곡 된 건지, 의도적인 건지...늘 저를 이렇게 키우기 위해 얼마나 힘들었는 지를 , 좋았던 기억만 편집해서 강조한다는 것입니다. 아래가 몇 가지 예시

1. 내가 너 S대 보낸다고 매일매일 도시락 싸고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지..(당시에는 급식이 없었으므로 모두가 도시락 싸 다녔던 시절입니다. S대 보내려고 힘들었다기엔.....집안 식구 그 누구도 제 목표가 S대인 걸 인정해 주지 않았고, 합격증 들고 가서야 모두가 자기 덕이라며 친구들 불러서 파티 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명문대 갈거라고 굳게 믿고 사교육 엄청 시켰던 오빠가 이름없은 지방대를 가게 되자, 사교육도 없이 알아서 공부한? 저는 당연히 더 이름없은 지방대 밖에 못 간다고 생각 하셨기 때문입니다.)

2. 내가 너, 노트북 사 준다고 부업해서 얼마나 힘들었는지 기억하지? (오빠가 수년씩 쓰다가 못 쓰겠다고 해서 물려 준 컴퓨터를 쓰다가, 컴퓨터가 순간 먹통이 돼서 리포트를 날린 적이 한 두 번이 아닙니다. 그래서 그 때마다 하소연해서 겨우겨우 엄마가 노트북 사 주셨는데 앞얘기는 쏙 빼고 노트북 사 주신 얘기만...즉, 그 전에도 컴퓨터 몇 대를 오빠에게 사 준 얘기는 없음)

3. 내가 너 결혼 시킨다고 천만원이나 되는 돈을 모은다고 얼마나 힘들었는지......(오빠는 신혼집을 사 준 반면, 저는 시아버지 드리라고 엄마한테 천만원 받은 게 전부입니다. 그것도 아버님이 다시 800만원 돌려 주셔서 엄마에게 전해 줬고, 엄마는 그 중에서 200만원을 한복 사라고 주셨으니 400만원 쓰신 거지요. 제 이름으로 들어온 축의금도 전부 엄마가 하셨으니, 400도 썻다고 하기에는...)

제가 가끔 전후 사정을 설명하고, 왜 이렇게 얘기에 편집이 많냐고 하면 “니가 어려서 기억을 잘못 하고 있다”고 하시다가 실질적인 증거를 들이밀면 “몰라. 난 기억 안 나는데, 너는 이런 쓸데 없는 것도 다 기억하고 사냐” 합니다.

얘기가 길어져서 급 마무리를 하자면..
부모님이 어릴 때는 남녀차별 하면서 오빠에게만 투자를 하시더니, 크고 나서는 “니가 지금처럼 잘 사는 건 다 내 공이 크기 때문이다” 를 강조 하셔서 스트레스 받고,

지금은 형편껏 도와 드리려고 하는데, 통해 통해 들어보면, 제가 해 드렸던 것들이 “오빠가 해 준 것으로” 얘기 되고 있고 (이건 나중에 여쭤 봤더니, 장남의 자존심을 세워주기 위해 오빠가 해 줬다고 거짓말 하신 거라고)

신랑이나 제가 부모님께 받은 게 거의 없어서.....현실적으로는 빚잔치로 결혼 생활을 시작했음에도, 부모님은 제가 명문대를 나왔다는 이유로 엄청 잘 산다고 생각해서 이것저것 은근 바라는 투로 얘기하신다는.....그래서 스트레스 받아 넋두리를 올려 봅니다.

최근에 가장 놀랐던 얘기는...학교 특성 상, 학사 졸업 후 대부분 석사 진학을 하는데 저는 부모님이 돈 없다고 딱 잘라 말하셨기 때문에 바로 사회생활을 했습니다. 결혼하고, 여유돈이 조금생기니 신랑이 ‘그 동안 석사 엄청 하고 싶어 했잖아. 늦었지만 이제 해 보는 개 어때?’ 해서 석사 시작 했어요. 전, 부모님이 사위보고 고마워할 줄 알았는데 “우리 딸이 명문대 나와서, 석사 하면 돈 더 벌 수 있다는 계산이 서니까 석사 하라고 하는거지” 라고 하셔서.......사람 마음이 참 다 다르구나 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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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글쓴이 공감 조회 날짜
선택 좋은것들만 기억하는 부모님 625053611 0 15472 18.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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