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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중 재해로 장애 가진 아이, 산재보험 안 된다니..

【베이비뉴스 최규화 기자】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동 국회의원회관에서 '제주의료원 사례로 보는 여성노동자 모성보호 강화를 위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에 관한 토론회'가 열렸다. 공동주최자인 윤소하 의원(왼쪽 첫 번째)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27일 오전 서울 여의도동 국회의원회관에서 '제주의료원 사례로 보는 여성노동자 모성보호 강화를 위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에 관한 토론회'가 열렸다. 공동주최자인 윤소하 의원(왼쪽 첫 번째)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우리 조합원들이 울면서 이야기했습니다. 국가를 원망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일하는 여성은 애 낳지 말라는 이야기 아닙니까? 제주의료원 사건은 9년이 지난 지금도 대법원에 계류 중입니다. 아이들에 대한 유전적 책임은 엄마들의 죄책감으로 이어집니다. 아직도 이런 아픔을 말하지 못하는 고통에 처해 있는 것입니다."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동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제주의료원 사례로 보는 여성노동자 모성보호 강화를 위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에 관한 토론회'에서 현정희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본부장이 한 말이다.

2009~2010년 제주의료원 간호사 15명이 임신해 5명이 유산했고, 4명이 선천성 심장질환을 가진 아기를 낳았다. 선천성 심장질환아를 낳은 간호사 4명은 출산 후 자녀에 대한 산재보험 적용을 신청했다. 2014년 1심은 원고 승소. 하지만 2016년 2심 재판부는 '산재보험 급여의 수급권자와 청구권자는 동일해야 한다'는 이유로 1심 판결을 뒤집고 태아에 대해서는 산재보험을 적용하지 않았다. 현재는 대법원 계류 중.

이날 토론회는 제주의료원 사례를 계기로 여성노동자 모성보호권 강화를 위한 산업재해 기준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공공운수노조와 한국여성노동자회, 강병원·김상희·박주민·윤소하·이정미 의원이 주최했다.

'제주의료원 사례로 보는 여성노동자 모성보호 강화를 위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에 관한 토론회' 공동주최자인 박주민 의원의 인사말.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제주의료원 사례로 보는 여성노동자 모성보호 강화를 위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에 관한 토론회' 공동주최자인 박주민 의원의 인사말.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 자녀에 대한 산재보험 적용, 1심은 '된다' 2심에선 '안 된다'

윤조덕 한국사회정책연구원 원장이 좌장을 맡은 가운데, 이현주 우송대 간호학과 교수가 발제를 진행했다. 이 교수는 우선 2007~2015년 직장가입자 임신결과 현황을 근거로 연평균 4만 7000여 명이 유산을 한다고 밝히고, 여성노동자들의 근무환경과 유산·조산 등의 관계에 관한 연구 결과들을 소개했다. 교대근무·야간근무·장시간 서서 근무하는 경우 자연유산·조산·태아발육 지연·저체중아 출산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초저출산 시대라며 여성들이 아이를 안 갖는 것을 문제 삼지만, 가진 아이도 지켜내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꼬집으며, 문재인 정부의 저출산 정책에도 임신노동자의 안전 대책은 빠져 있다고 비판했다. "임신노동자 사용금지 직종에 관한 근로기준법은 유명무실"하며, "고용노동부의 모성보호 위반 의심 사업장 근로감독에도 임산부 관련 금지업종과 규제 위반 적발은 전무"하다는 것이다.

특히 산업안전보건법상 임신노동자 금지업종 관련 조항은 단 하나 "수두와 풍진 등 선천성 기형 유발 감염병 환자 접촉 제한 및 기형검사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심지어 임신노동자가 인화성 가스가 나오는 곳에서 일을 해도 아무 법적 규제가 없다"고 문제의 심각성을 짚었다.

그렇다면 산재보험의 모성보호가 취약한 이유는 뭘까. 이 교수는 "굴뚝산업 사고 중심의 재해인정 프레임"을 원인으로 짚었다. 산재보험 적용이 광업, 제조업, 건설업 등 업무상 사고 중심으로 확대됐고, 여성노동자가 주로 종사하는 서비스 중심의 3차산업으로 확대된 것은 산재보험 제정 이후 27년이 지난 뒤라는 것이다.

이현주 우송대 간호학과 교수가 '제주의료원 사례로 보는 여성노동자 모성보호 강화를 위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에 관한 토론회' 발제를 맡았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이현주 우송대 간호학과 교수가 '제주의료원 사례로 보는 여성노동자 모성보호 강화를 위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에 관한 토론회' 발제를 맡았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2012년 이후 임신 관련 업무상 재해 승인 건수는 고작 8건 신청에 4건 승인. 이는 모두 2013년 제주의료원 간호사들이 신청한 것이다. 이를 제외하고는 5년 동안 단 한 건의 신청도 없다. 이 교수는 "여성노동자의 연간 유산이 4만여 건이 넘는 것을 생각하면, 임신 관련 업무상 재해는 산재 승인 가능성도 낮고 소송으로 가면 절차도 복잡하기 때문에 신청조차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이 교수는 제주의료원 사례가 재발되지 않으려면 독일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1977년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모체와 태아는 자연적 통일체로서 보험사고에 동일하게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독일 산재보험법은 "태아 및 출생아의 건강손상에 대해 태아의 '특별한 보험사고'로 규정해 태아 자신은 산재보험에 가입되지 않았지만 수급권을 인정"하도록 개정됐다.

이 교수는 우리도 "임신노동자가 업무상 재해로 인한 사산·유산의 경우 또는 자녀의 건강손상 우려가 있는 경우 여성노동자를 비롯해 출생한 자녀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한다는 것을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며, 이는 "법에서 정한 미숙아와 선천성 장애아에 대해서도 인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임신노동자 금지업종과 관련해 "여성의 일할 권리를 최대한 보장하되, 모성 및 태아 보호, 임산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물질과 인자는 광범위하게 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를 전제로 업무상 재해의 입증책임을 완화해 "유해인자에 해당되는 사업장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고, 해당 유해인자에 노출돼 미숙아 및 선천성 이상아를 출산한 경우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론자로 나선 현정희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본부장은 제주의료원 사례를 두고 토론자로 나선 현정희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본부장은 제주의료원 사례를 두고 "이것이 일하는 여성이 마주하고 있는 인권과 노동권의 민낯"이라고 말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 "임신노동자의 사산·유산·선천성 이상아 출산, 업무상 재해 인정해야"

첫 번째 토론자로 나선 현정희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본부장은 제주의료원 사례를 두고 "이것이 일하는 여성이 마주하고 있는 인권과 노동권의 민낯"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병원 현장이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없이 각종 산업재해에 노출된 것도 모자라 업무상 연관관계가 확인됐음에도 고등법원은 산재를 인정하지 않기 위해 모체와 태아의 단일체마저 부정하는 판결을 한 것"이라고 2심 재판부를 비판했다.

이어 "임신한 근로자에게 발생한 태아 장애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는 것이 상식이고 도덕"이라며, ▲안전한 일터를 만드는 것 ▲임산부와 교대근무자부터 기준 노동시간을 줄이는 것 ▲사업장 특성을 고려해 금지업종, 노출금지 물질과 인자를 광범위하게 규정하고 산재 입증 기준도 완화하는 것 ▲유·사산이나 출산한 자녀의 건강손상이 있는 경우 산재가 적용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서두르는 것 등 의견을 밝혔다.

두 번째 토론자는 강문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무총장. 강 사무총장은 "제주의료원 사례는 궁극적으로 산재법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세밀한 입법 작업은 필요해 보인다"며, "언젠가 입법이 된다면 소급 규정을 반드시 넣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강 사무총장은 "태아에 대한 산재 인정은 현재 산재법 해석상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산재보험 급여의 수급권자와 청구권자는 동일해야 한다'는 이유로 태아에 대한 산재를 인정하지 않은 2심 결과에 대해 "수급권자가 청구해야 한다는 것은 꼬리에 불과하고, 몸통에 따라 꼬리를 해석하는 것이 맞다"며, "꼬리를 보고 몸통을 흔들어버리는 판결을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한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조합원. 조끼에 토론회에 참석한 한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조합원. 조끼에 "안전한 병원 만들기 지금 당장 정규직화로"라는 구호가 쓰여 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황우정 여성가족부 성별영향평가과 과장은 세 번째 토론자로 나서 여성건강 전반에 대한 인식 부재를 꼬집었다. 황 과장은 "그동안 정부는 저출산 대책을 논의하면서도 여성건강에 대한 기본계획도 없었다"며, "저출산 대책의 핵심은 심층적이지 않고 그냥 더 낳게 하는 것 위주로만 구성됐다"고 말했다.

이어 "여성건강에 대한 로드맵을 만들고 국민건강증진 종합계획에 젠더 지표를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히며, 태아에 대한 산재 인정과 관련해 "고용노동부에 제도 개선을 권고할 예정으로, 법 개정까지 가려면 세밀한 연구가 필요한데 여성가족부도 개선 권고가 이행되는지 점검하면서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다.

마지막 토론자인 주평식 고용노동부 산재보상정책과 과장은 우선 "유·사산이나 출산한 자녀의 건강손상이 있는 경우 태아에 대해서도 산재보상해 노동자의 보상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에 정부도 공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독일을 제외하고 태아에 대한 산재보상을 인정하고 있지 않아 비교 사례가 부족"하다며 "적용방안에 대한 연구와 함께 사회적 합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법만 있다고 다 되는 것이 아니라 잘못하면 희망고문이 될 수도 있다"며, "독일에서도 실제로는 업무관련성 입증 문제로 산재 인정 사례가 드물다"고 말했다. "업무관련성에 대한 판단 기준, 가이드라인, 매뉴얼이 보완되지 않으면 공염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에 따라 "금년 중 연구용역을 실시하고 하반기에 정부 의견을 제시해 입법발의를 추진할 것"이라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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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여성노동자 모성보호 강화를 위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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