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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둥이가 좋은 이유

다둥이가 좋은 이유

저출산 문제는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나라는 2001년부터 지금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의 초저출산국(합계 출산율 1.3명 이하)으로 분류되는데, 지난해에는 2000년 통계 작성 이후 최저치인 합계 출산율 1.2명 이하를 기록하며 ‘인구 절벽 시대’의 서막을 알렸다.

베트남 소수 민족 가정의 맏이 ‘피아’와 막냇동생‘금수저’와 ‘흑수저’ 논란에서 보듯 사회적 계층 이동이 어려운 시대인 데다 낮은 경제 성장률과 주거 불안정, 과도한 양육 비용 등의 원인이 더해져 우리나라의 출산율 문제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렇듯 실마리를 풀기 어려운 저출산 문제를 기어이 극복해낸 국가들도 있으니, 이들 사례는 가히 눈여겨볼 만하다.

대표적으로 언급되는 나라는 영국과 프랑스, 스웨덴이다. 이 3개국의 공통점은 정부가 복지에 과감한 투자를 하고 사회적으로 아이가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고자 긴 시간 동안 노력했다는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그렇기에 밖으로 눈을 돌려 다른 나라의 사례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매일 티격태격하며 지내기 바쁜, 이탈리아의 ‘레오나드로’와 ‘루도비코’

저출산율과 비례해 외동아이 가정이 늘어나는 시점에서 6개국 다둥이의 삶을 가감 없이 담아낸 EBS 다큐멘터리 ‘내 동생은 0살’은 의미 있는 메시지를 던진다. 한때 오롯이 제 몫이던 것들을 동생과 나누며 자연스레 배려를 배워가는 다둥이의 모습이 그러하다. ‘나눔’이 일상화된 ‘다둥이 가정’을 통해 ‘가족과 함께’라는 가치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자.

다둥이가 전하는 ‘나눔’의 메시지
‘내 동생은 0살’은 방영 기간 내내 전문가 집단과 일반 시청자 모두에게 호평을 받으며 뜨거운 반응을 일으켰다. 그중에서도 아이들의 감상평은 흥미롭다. 서울 강남의 한 초등학교 아이들은 다큐멘터리를 보고 자신같이 평범한 애가 주인공이라는 사실에 놀랍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재미있어했다. 꼭 영웅이 아니어도 누구나 자기 삶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용기를 얻은 것이다.

특히 외동아이들은 ‘형제자매’를 가진 다둥이들이 부럽다고 했다. 때로는 서로 다투고, 동생 때문에 짜증이 나고, 우여곡절(?) 많은 다둥이의 삶이건만 늘 ‘나 홀로’인 외동아이의 입장에서는 괴로울 때나 즐거울 때나 모든 순간을 ‘함께하는’ 형제 자매의 존재가 부러운 것이다.

네 자매의 맏이로 의젓한 큰언니가 되고 싶은, 한국의 ‘서안’이

다큐멘터리를 본 어른들의 반응은 어떨까? “아이를 낳아야 할까 봐요.” 20년간 교직 생활을 하며, 오래전부터 딩크족으로 살겠다고 결심했다는 40대의 시청 소감이다. 무려 6개국이 참여한 공동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끈 정현숙 책임 프로듀서(CP)를 만나 궁금한 것들을 물었다.

EBS 다큐멘터리 ‘내 동생은 0살’의 정현숙 책임 프로듀서


어린이를 주인공으로 한 다큐멘터리 ‘내 동생은 0살’을 제작한 이유는


어른들조차 다큐멘터리를 즐기는 사람은 많지 않은 상황이지만, 그래도 어린이 다큐멘터리에 도전해보고 싶었어요. 단순 흥미 위주의 콘텐트가 아니라 깊은 울림이 있는 콘텐트가 아이들에게도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아이들이 ‘터닝메카드’와 ‘뽀로로’만 좋아하는 건 아니에요. 다큐멘터리를 아이들이 재미있게 보도록 15분으로 영상을 편집하고, 중간에 애니메이션과 더빙을 삽입했어요.

‘내 동생은 0살’을 통해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다둥이 아이들의 목소리를 전하고 싶었어요. 아이들은 백이면 백 각각 다른 색을 갖고 있어서 짧은 인생이지만 하고 싶은 이야기는 되게 많은 것 같아요. 아이의 사회성과 관계성에 포커스를 맞춰서 다둥이의 이야기를 담았죠. 인생이 아름답기만 한가요? 실은 피곤한 상황도 많잖아요. 이런 상황을 어떻게 긍정적인 기회로 만들어야 하는지는 인간의 몫이죠.

아이들의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 싶지는 않았어요. 아이들이 주인공이니까 특정한 ‘결론’을 보여주고 싶지도 않았고요. 그저 아이들이 스스로 풀어나가는 과정을 보여주며 공감대를 형성하려고 했죠.

아이들의 속마음을 알기 위해 들인 노력은

아이들이 처음에는 낯을 가리고 좋은 모습만 보여주려고 해서 2~3개월을 기다렸어요. 아이 곁에 24시간 있을 수는 없으니까 근처에 숙소를 잡고 출퇴근하며 다가갔죠. 아이가 불편해하는데 계속 있는 건 고문과 마찬가지니까요.

아침 일찍 가기도 하고 어떤 때는 밤에 가서 찍기도 했는데, 나중에야 아이가 속마음을 드러내더라고요. 아이들은 ‘작은 사람’이에요. 우리보다 더 똑똑해요. 하지만 사람이니까 가끔 가다 방심할 때가 있는데, 그런 순간을 놓치지 않고 담았죠. 실수를 하니까 사람이고, 그런 모습이 또 예뻤어요.

어른이 놓치기 쉬운 아이의 모습은

사람은 다 똑같다고 생각해요. ‘작은 사람’도 마찬가지예요. 사랑받고 싶고, 칭찬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어 하죠. 부모라면 누구나 자신의 자녀가 우등생이 됐으면 좋겠다는 열망을 가지고 있어요. 실제로는 자기도 1등만 한 게 아닌데 말이죠. 부모의 이런 바람 때문에 아이들이 더 지치고 힘들어하는 것 같아요.

너무 심한 경쟁 시스템도 문제예요. 모두 한곳을 보고 달리죠. 곧 자정 작용이 나타날 것 같기는 해요. 속도를 늦추는 것도 필요하니까요. 우리나라는 개발로 인한 악영향이 저변에 깔려 있어요. 내 아이가 높은 데 있길 원하지, 힘들게 고군분투하며 살아가길 원하지 않죠. 그래서 경쟁시스템에 합류해 1등을 외치는 거고요. 하지만 갑자기 점프해서 다른 세상으로 갈 수는 없어요.

일단 내 울타리 안에서 관계를 튼튼히 할 필요가 있죠. 점점 폐쇄되어 가는 공동체의 모습이 안타까워요. 다둥이 가정의 아이들은 제 몫을 누군가와 나누는 것을 자연스럽게 터득하는데, 외동아이는 사회에 나가 따로 배워야 하는 거죠.

그런데 사회적 분위기는 ‘함께’보다는 ‘혼자’만의 1등을 요구하고요. 나만 잘되려는 사회는 더 이상 건전한 사회가 아니잖아요. 그래서 가족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형제자매와 함께 나누고 서로를 통해 배우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각 나라의 다둥이 가정은 평범한 듯하면서도 색달라요. 한 아이에게 집중적으로 관심을 쏟는 우리나라의 보통 가정과는 달리, 다둥이 가정에서는 아이들의 ‘관계성’에 초점을 맞춰 양육하죠. 그 속에서 아이들은 자연스레 함께 나누는 법을 터득하게 되고요.

요즘 젊은 부부들은 자식을 많이 낳지 않는 이유로 “하나도 잘 키우기 힘든데, 어떻게 두셋을 키웁니까?”라는 말을 해요. 하지만 ‘잘 키운다’는 기준이 강남 학군이나 서울권 대학 진학인가요? 어쩌면 아이의 개성을 살려주지 못하는 양육법인 거죠. 가정 안에서 천천히, 함께 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큐멘터리의 사회적 반향은

저출산 문제에 뚜렷한 해결책을 제시하려던 건 아니에요. 그저 생각해볼 ‘단서’를 제공하고 싶었어요. 한 사람, 한 프로그램이 무언가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작은 모티브가 커지면서 즐거운 사회로의 단초를 제공했으면 좋겠어요. 함께 나누며 살아가는 사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기획_민복기 | 사진_정하승, EBS제공
여성중앙 2017.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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