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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독서 혁명 '낭독'의 힘

부모가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것이 교육적으로 좋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부모는 아이가 어느 정도 자라면 스스로 책을 읽기를 바란다. 이유는 다양하다. 가끔은 책을 읽어주는 것이 피곤하고 귀찮은 일로 여겨지기도 하고, 무엇보다 아이가 스스로 읽는 연습을 빨리 시작할수록 책을 더 잘 읽게 되고 그 효과로 학습 능력도 향상될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부모가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낭독’의 중요성을 강조한 책이 나와 화제가 되고 있다. <우리아이 낭독혁명>의 저자 고영성 작가는 문자를 일찍 깨치는 것이 오히려 아이의 언어 능력 발달에 해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리고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는 아이가 혼자 책을 읽는 시간 외에도 부모가 아이에게 책을 ‘낭독’해주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교육에 관심이 높은 부모 중 일부는 아이를 독서 영재로 키우기 위해 어릴 때부터 많은 노력을 쏟고 있다. 자녀의 빠른 학업 성취도를 위해 한글 교육을 6세 혹은 더 이른 5세 이전에 시작하기도 한다. 물론 아이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아이의 발달 상황을 무시한 채 책 읽기와 한글 공부를 강요하기만 하면 오히려 아이가 훌륭한 독서가로 자라는 데 역효과를 낸다는 게 이 책의 핵심이다.

Part 1 낭독의 비밀은 무엇일까?

독서 방법은 다양하다. 소리 내어 읽는 낭독과 눈으로 글자를 읽는 묵독이 대표적. 그리고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 빠른 속도로 읽는 속독도 있다. 그중에서도 고영성 작가가 주목한 ‘낭독’은 언어와 문자를 배우기 시작한 아이들에게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꼽힌다. 이때 낭독이란 부모가 아이에게 소리 내어 책을 읽어주는 방식과 적절한 시기에 문자를 깨친 아이가 스스로 책을 소리 내어 읽는 것 두 가지를 모두 의미한다.
아이들은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스스로 말을 깨친다. 하지만 글자는 가르쳐주지 않으면 평생 배울 수 없다. 왜 그럴까? 인간의 ‘뇌’가 그렇게 프로그램되어 있기 때문이다.쉽게 말해 인간의 뇌는 ‘들으면 말하라’는 프로그램이 이미 뇌 속에 내장되어 있지만 ‘문자를 보고 이해하라’는 프로그램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문자를 읽고 이해하는 능력은 뇌가 충분히 성숙한 다음 학습을 통해 익혀야 한다.
독서학자들은 독서는 뇌의 다양한 영역, 특히 청각·시각·언어를 담당하는 영역을 기억 및 감정과 연결하고 통합하는 매우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고 말한다. 독서를 위해 뇌의 다양한 영역들이 힘을 합치려면 각 영역이 최소한의 성숙도를 확보해야 한다. 여기서 ‘성숙하다’는 말은 각 영역이 연결되고 통합될 수 있을 정도로 발달하는 시기를 말한다. 독서에 필요한 주요 뇌 영역은 6~7세는 되어야 성숙한다고 알려져 있다. 아이의 발달 과정을 무시한 채 주입식 교육을 하기보다 학습에 가장 효율적인 ‘때’를 기다려야하는 이유다.
이에 관한 흥미로운 실험 결과가 있다. 5세에 글자를 배워서 독서를 시작한 아이와 7세에 글자를 배워 독서를 시작한 아이 중 누가 초등학교 후반기에 독서력이 더 높을까? 일반적으로 글자를 2년 먼저 깨쳐 독서를 일찍 시작한 아이의 독서력이 더 높을 것이라 예상하지만 실험 결과는 그 반대다.
영국의 독서학자 우샤 고스와미 교수가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7세에 글자를 익혀 독서를 시작한 아이들이 5세에 시작한 아이들보다 독서력이 더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단지 한 언어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연구팀이 다른 3개의 언어 사용자들을 조사했을 때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아직 문자 학습의 뇌가 준비가 되지 않은 아이들이 한글을 배우게 되면 위와 같은 상황이 벌어진다. 부모가 한글을 외우게 하면 열심히 외울 수는 있다. 그렇게 해서 겨우 글자를 좀 외우면 부모는 외운 글자를 확인하기 위해 책을 소리 내어 읽게 한다. 이때 읽는 책은 한 쪽에 한두 문장 밖에 없고 문장도 짧고 간단하다. 그리고 이미 아이가 알고 있는 어휘가 나온다. 하지만 아이는 눈으로 이미 알고 있는 어휘와 매우 단순한 문장도 매우 힘겹게 읽게 된다.
같은 시간에 부모가 책을 낭독해준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앞에서 언급했지만 인간의 뇌는 ‘듣기’에 더 효율적이다. 부모가 책을 읽어주는 걸 들으며 아이들은 처음 들어보는 어휘를 접하게 되고, 복잡한 문장을 귀로 들으며 뇌에 다양한 어휘가 자연스럽게 입력되고 새로운 어휘를 다시 말로 표현할 수 있게 된다. 이 시간이 누적되면 두 아이의 어휘력과 문장 이해력은 현저하게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누구나 각자가 가진 언어만큼의 세상을 본다. 더 많은 세계를 보고, 더 많은 사고를 하고, 더 많은 창의성을 발휘하려면 어릴 때부터 어휘력을 키워야 한다. 얼마나 많은 어휘를 머릿속에 저장했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지식 수준뿐만 아니라 사고력에도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묵독을 할 때와 낭독을 할 때 뇌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실험한 결과 또한 흥미롭다. 낭독할 때 독서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뇌 부위가 더 많이 사용되는 것으로 나타난 것. 뇌파를 측정했을 때에도 집중할 때 나오는 저주파가 더 많이 측정되었다. 주의 집중이 잘된다는 것은 기억 능력이 오래간다는 의미. 묵독을 할 때보다 낭독을 할 때 내용이 기억에 더 오래 남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Part 2 효과적인 낭독을 위한 조언

아이의 독서력은 ‘글자를 언제 배웠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머릿속에 ‘얼마나 많은 어휘와 문장이 들어 있느냐’에 따라 좌우된다. 한글은 아이가 충분히 준비된 7세 이후에 시작해도 늦지 않다. 물론 문자를 좋아하면 먼저 시작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아이가 책을 좋아하고 언어 능력이 뛰어난 아이로 키우는 일이다.

부모편
부모는 한글을 배우는 것과 책을 읽는 게 즐거운 일이라는 걸 아이 스스로 깨닫게끔 도와줘야 한다. 그 즐거움을 느끼게 해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부모가 어릴 때부터 아이에게 자주 책을 읽어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부모는 아이에게 어떻게 책을 읽어주는 것이 좋을까?

1 즐거운 분위기에서 읽어준다 아이를 품에 안고 책을 읽어주면 좋다. 아이와 자연스럽게 스킨십을 나누며 읽어주면 아이는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느끼고, 독서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자리 잡는다. 그리고 뇌는 결코 그것을 잊지 않는다. 부모의 사랑으로 책을 읽었던 아이는 독서를 삶의 일부분으로 여길 것이고 결국 숙련된 독서가로 자라게 될 것이다.

2 아이가 읽고 싶은 책은 스스로 고르게 한다 아이와 함께 독서를 할 때는 자율성을 키워줘야 한다. 어릴 때부터 이런 습관을 기르면 스스로 동기 부여를 하는 아이로 자라날 수 있다. 자율성은 단순히 무언가를 선택했다고 생기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선택이 ‘옳았음’을 느껴야 생긴다. 다만 아직 아이가 어려서 선택하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면 부모가 옆에서 도움을 주는 게 좋다. 가령 아이에게 읽을 책을 골라오라고 했을 때 머뭇거린다면 부모가 재빨리 몇 가지 책을 제시해주는 식이다. 여러 개의 책 중 아이가 스스로 책을 선택했다면 충분히 칭찬해주고 부모가 읽어줌으로써 자신의 선택이 옳았음을 느끼게 해주어야 한다.

3 아이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읽어준다 책을 읽어주는 부모도 ‘고객’의 까다로운 취향을 맞추는 센스가 필요하다. 아이의 수준에 맞는 낭독법을 찾는 것이 부모의 임무. 아이가 과장된 몸짓과 목소리를 원한다면 기꺼이 해주고, 아이의 성향상 한 쪽을 다 읽는 걸 기다리지 못하고 다음 장을 궁금해한다면 그렇게 맞춰준다.

아이편
이제 막 한글을 알기 시작해서 독서를 유창하게 하기 전까지 아이들에게는 어떤 능력이 필요할까. 우선 문자와 음성이 연결되어 있음을 알고, 음절 분할과 음소(언어의 음성 체계에서 단어의 의미를 구별하는 최소의 소리 단위) 인지를 제대로 해야 한다. 단어를 읽을 때 불규칙성을 체화하고 문장을 유창하게 읽어내며 글을 언제 다시 읽어야 하는지를 아는 것 정도다. 이 목표를 달성하는 방법은 생각보다 쉽다. 부모나 교사가 함께 있는 상태에서 아이가 책을 큰 소리로 낭독하는 것이다.

1 아이와 부모가 함께 낭독한다 낭독은 아이들에게 특별한 것이 아니다. 처음 책을 읽을 때부터 큰 소리로 책을 읽게끔 가르칠 것. 여기서 중요한 점은 ‘부모나 교사가 함께 있는 상태에서 큰 소리로 읽는 것’이다. 또한 아이가 혼자서 낭독을 할 줄 알아도 부모가 따로 낭독해주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적어도 아이가 글을 유창하게 읽을 수 있을 때까지는 부모의 낭독을 병행할 것. 아이가 묵독할 수 있다고 해도 낭독을 꾸준히 시키자. 초등학교 저학년 때도 병행하길 권한다.

2 낭독할 때 부모의 적절한 피드백은 필수 이제 막 독서를 시작한 초보 독서가들은 갈 길이 멀다. 문자와 소리를 제대로 연결하지도 못하고 음소도 잘 인지하지 못한다. 만약 아이에게 피드백을 주지 않는다면 잘못된 독서를 계속할 수 있다. 이때 낭독을 하게 되면 아이에게 적절한 피드백을 줄 수 있다. 피드백을 할 때도 주의할 점이 있다. 아이가 책 읽는 것에 거부감을 느낄 수 있으므로 낭독의 진도를 나가지 못할 정도로 계속해서 지적하지는 말 것. 고영성 작가가 추천하는 방법은 한 쪽씩 부모와 아이가 번갈아 읽는 것이다. 아이는 부모의 소리를 들으면서 책의 글자를 보게 되며, 이 과정에서 문자와 소리의 연계를 자연스럽게 배운다. 아이가 한쪽을 다 읽은 후에는 기분 좋은 목소리로 잘못 발음한 것을 한두 개 정도 손으로 가리키며 다시 읽어준다.

3 낭독의 시작은 ‘동시’ 동시는 소리 내어 읽는 맛이 뛰어나다. 낭독하다 보면 운율을 느끼게 되고 그러면 소리 내어 읽기가 신이 난다. 특히 글밥이 적고 짧기 때문에 낭독 초기 단계에 활용하기 좋다. 시를 암기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시 한 편을 정해 일주일 동안 낭독하면 자연스레 외워진다. 시에 흥미를 못 갖는 아이라면 다양한 방법으로 협상을 해보자. 5분간 몸놀이를 해주면 5분간 시 한 편을 낭독하는 방식도 좋다.

mini interview <우리아이 낭독혁명> 고영성 작가
“아이에게 사랑을 담아 책을 읽어주세요”

<우리아이 낭독혁명>은 저자가 올해 일곱 살이 된 첫째 딸을 키우며 겪었던 시행착오를 담은 책이다. 책을 좋아하고 글을 쓰는 아빠인 고영성 작가는 아이가 네 살 무렵 글자에 관심을 보이자 본격적으로 한글을 가르쳤다. 단어 카드를 만들고 재미난 게임 하듯 한글 카드 놀이를 시작했다.
“처음엔 재미있게 시작했는데 시간이 지나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어요. 우선 아이가 그 전에 외웠던 글자를 대부분 잊어버리더라고요. 그래서 놀이 중에 단어를 외우는 시간을 좀 늘렸더니 아이가 카드 놀이에 금세 흥미를 잃더군요. 결국 한글 카드 놀이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죠.”
딸아이의 첫 한글 교육을 실패한 이후 ‘아이들의 독서’에 대한 자료를 살펴보던 고영성 작가는 자신이 잘못 생각하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뇌 발달상 7세 이전 아이들은 문자를 깨치는 것보다 부모가 책을 읽어주어 어휘력을 늘리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 무리해서 문자를 익히는 건 오히려 아이가 어휘를 즐겁게 습득할 기회를 빼앗는 일이었다.
“그 일을 계기로 아이들의 학습과 독서에 대한 연구 자료를 찾아보기 시작했어요. 그 결과를 토대로 <부모공부>라는 책을 썼는데 <우리아이 낭독혁명>은 그 책의 내용 중 ‘독서’ 분야에 대해 중점적으로 다루었어요. 어릴 때부터 무조건 책 읽기를 강요하고 글자를 가르치는 것보다 부모가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며 자연스럽게 어휘와 글 읽기의 즐거움을 알도록 하는 게 가장 좋은 독서 교육이라는 걸 공유하고 싶었거든요. 그중에서도 ‘낭독’은 아이의 언어 능력을 향상시키는 최고의 지름길입니다.”
알게 된 것을 실천에 옮겨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기 시작했다는 고 작가. 아이가 공룡에 관심이 많았던 시기에는 공룡 관련 책을 과장된 목소리와 몸짓으로 읽어주고 아이와 신나게 공룡 놀이를 하며 애착을 쌓았다. 책 읽기보다 몸놀이를 훨씬 좋아하던 딸아이는 아빠와 재미난 책 읽기를 시작한 후에야 비로소 다른 책에도 눈길을 주었다.
“책 읽기를 꾸준히 하다 보니 확실히 아이가 이해력도 좋아지고 새로운 이야기에 관심이 많아졌어요. 원래 글이 많은 책은 아이가 이해하기 어려울 것 같아 피했거든요. 그런데 안데르센 동화 전집을 선물 받아 <병정 인형>이라는 책을 함께 읽게 됐는데 아이에게 너무 어려울 거라고 생각한 게 저의 착각이더라고요. 저 역시 오래간만에 읽는 이야기라 스토리에 몰입했고 아이도 집중해서 듣더군요. 이야기가 슬픈 반전으로 끝나서 저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는데 아이가 울지 말라고 저를 꼭 안아줬어요. 책을 읽으며 서로의 감정을 공유한 것이죠. 아이에게 동기 부여만 잘되면 글이 많은 책도 지루해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어요.”
고영성 작가가 마지막으로 당부한 내용은 아이의 ‘감정’을 잘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책을 읽거나 한글을 배울 때 부정적인 감정이 동반되면 성취도가 떨어진다. 아이가 책을 좋아하고 그 안에서 지적 즐거움과 행복감을 느끼게 하려면 독서에 입문할 때부터 긍정적인 기억을 차곡차곡 쌓아주어야 한다.


기획 : 심효진 기자 | 사진 : 이성우, 이혜원 | 일러스트 : 이현주 | 모델 : 김서헌(5세) | 스타일리스트 : 김지연 | 의상협찬 : 오즈키즈(02-517-7786), 봉쁘앙(02-514-9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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