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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엄마 창업가]육아 병행 위해 진로 바꾼 김혜진 대표

김혜진(37) 대표는 무대의상 디자이너였다. 일 자체는 좋았지만 결혼 후 아이를 낳으려고 보니 밤을 새거나 일정 변경이 허다한 공연계 일의 특성상 육아와 병행하기는 힘들겠다 싶었다. 일찌감치 어머니도 아이는 못 키워준다고 선언했다. 저녁이면 반드시 퇴근해서 아이를 돌볼 수 있는 일을 고심했다. 탐색 끝에 무대의상을 접고 한복 공방을 열었다. 진로를 변경한 계기는 아이 때문이었지만 지금은 스스로도 만족스럽다. 혜윰 한복(blog.naver.com/hyezzinii)은 입으면 확실히 태가 다른 한복, 엄마의 마음을 아는 아이 한복을 선보인다는 평을 듣는다. 소재 사용도 창의적이다. 면, 폴리에스테르 등 입는 때에 따라 적합한 소재를 써서 남다른 한복을 찾는 이들에게 사랑을 받는다. 특히 최근에는 아이용 성장 한복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자극 없는 면 소재로 저고리를 만들고 치맛단을 뗐다 붙였다 할 수 있으며, 엘라스틱 밴드로 품 조절도 돼서 엄마들에게 반응이 좋다.

넓게 보면 옷을 만든다는 것은 같지만 무대의상과 한복은 정말 다른 영역 아닌가요?

일단 아이를 돌볼 수 있는 일로 바꾸는 것이 더 중요했어요. 결혼하자마자 임신도 하기 전에 고민할 정도로요. 걱정이 컸어요. 공연 막바지에는 며칠씩 밤도 새야 하는데 애는 누가 보나, 애가 아프면 어쩌나 등등 현실적인 고민이 들었죠. 이제와 보니 미리 걱정한 것 같긴 해요(웃음). 한창 바쁠 때는 남편의 도움을 많이 받고, 남편과 아이를 시댁에 잠시 보내기도 해요. 닥치면 어떻게든 다 되더라고요. 무대의상을 제작하면서 한복을 만든 적이 있었는데 그때 기억이 좋았어요. 한복을 배우고 시간 조절을 하면서 아이도 키우면 좋겠다 싶어서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배우러 다녔죠.

한복 만드는 법은 어디서 배운 건가요?

한복 장인께 배우러 다녔어요. 박물관에서 손바느질로 한복 만드는 프로그램도 듣고요. 단국대학교에서 침선 프로그램도 수강했어요. 출토 복식을 그대로 복제하는 수업이었는데 그때 1년 동안 손바느질 수련을 엄청나게 하면서 실력이 많이 늘었어요. 한 벌 짓는 데 밥 먹고 그것만 해도 한 달씩 걸리는 옷도 있었거든요. 그래도 정말 재미있었어요. 열심히 하니까 선생님들께서 예쁘게 봐주시고 용기도 북돋아주셔서 즐겁게 배웠지요.

본격적으로 혜윰 한복을 시작한 건 언제예요?2009년에 결혼하면서 혜윰이란 이름으로 사업자 등록을 하고 활동하기 시작했어요. 주변 지인들 소개로 한복을 만들어주고, 아이들 한복도 주문을 받아 만들면서 점차 확대됐어요.

디자이너로서 나만의 사업 방침이 있나요?일반적인 사업가들과는 방향이 좀 다를 수 있는데요. 제 성향 자체가 부풀려서 이야기하는 걸 못해요. 이재에 밝고 과장도 잘하는 사업가들도 있겠지만 전 그런 스타일이 아니에요. 육아 하는 와중에 열심히 배우러 다닌 것도 제가 과장을 못하니까 실력을 키워서 옷으로 보여주자는 취지에서였죠. 제대로 한복을 하기 위해서 대학원에서 한국복식역사 석사과정도 작년에 마쳤어요. 계속 배우면서 퀄리티를 높여가자는 주의예요.

대학원도 다니고, 가게도 운영하고, 옷 주문도 받으면서 육아까지 해냈네요?

애를 업고 옷을 만들었죠(웃음). 잠은 항상 부족했고요. 너무 피곤해서 아이 재우면서 같이 쓰러져 자고 싶은 걸 꾹 참고 뜬눈으로 새운 날도 많죠. 집안일, 육아 등 신경 쓸 게 산더미니까 공부가 제 맘대로 되지 않을 때도 많았어요. 가슴이 답답했죠. 이젠 딸이 일곱 살이 되니까 좀 나아요. 공부도 끝났고, 자리도 좀 잡았고요. 이렇게 되기까지 피나는 노력을 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요(웃음). 남편도 많이 협조해줬고요. 저희는 서로 시간 약속을 하고 배턴 터치하면서 아이를 돌봐요.

한복이란 아이템으로 창업해보니 어떻던가요?

쉽게 하시는 분도 있어요. 기성복을 팔면서 한복은 명절 때 잠시만 팔거나, 물건을 떼어다 팔거나, 적당히 디자인해서 하는 경우도 있어요. 근데 그건 오래갈 수 있는 방법이 아닌 것 같아요. 그렇게 하면 차별화가 안 되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인데 경쟁력이 있을까 싶어요. 그런 점을 고려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엄마라서 유리했던 점은 있나요?

아이들 한복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되죠. 저도 엄마지만 우리 딸한테 입힐 한복은 편하게 입힐 수 있고, 관리도 쉽고, 오래 입힐 수 있어야 해요. 당연히 맵시도 있어야 하고요. 이런 점을 디자인에 반영하려고 노력해요. 제가 미혼이었다면 이런 부분은 덜 신경 썼겠죠. 성장 한복을 선보인 것도 아이 키우다 보니 아이디어가 생긴 거고요. 주부 입장에서 아이 한복 가격이 비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서 그 점도 반영했어요.

반응은 어떤가?

국악 하는 분들, 혼수 준비하는 분, 아이 한복 찾는 분이 주요 고객이에요. 입어본 분들은 다른 한복과는 느낌이 다르다고 말씀하세요. 제 고객들은 취향이 까다로운 분들이 많아요. 다른 곳에서 만족하지 못하고 오세요. 근데 저는 그런 고객들이 좋아요. 제가 열심히 만든 한복을 입어본 분들은 차이점을 단번에 알아봐주시더라고요.

고비는 없었나요?

내가 애를 키우면서 이렇게 정신없이 살아도 되나 싶은 때가 있었는데, 그때 공모전에 응모했다가 1등 장관상을 받았어요. 반신반의하면서 가고 있었는데 노력하면 되겠구나, 계속 열심히 해야겠구나 싶어서 큰 위안이 됐어요. 시부모님도 처음에는 왜 한복을 하냐며 탐탁지 않아 하셨는데, 제가 장관상을 타니까 반응이 달라지셨어요.

한복 디자이너 엄마에 대한 딸의 반응은 어때요?

무척 좋아해요. 결혼식에 갈 때 딸에게 꼭 한복을 입히거든요. 보는 사람마다 예쁘다고 하니까 그게 좋은가 봐요. 유치원에서 “우리 엄마는 혜윰 한복 디자이너다”라고 자랑도 하더라고요. 미안할 때도 많죠. 어린이집에 거의 꼴찌로 남아 있는 애였어요. 그래도 제가 바쁜 엄마이긴 하지만 이렇게 노력하는 모습이 딸에게 좋은 영향을 줬으면 좋겠어요. 엄마는 자신의 분야에서 전문가가 위해 이 정도로 노력했다, 라고 사는 방식의 본보기가 되고 싶어요.

솔직 조언! 창업을 꿈꾸는 엄마가 꼭 갖춰야 할 것

1 어지간하게 좋아하는 일 말고, 굉장히 좋아하는 일로 창업하라집안일, 육아와 사업을 병행하다 보면 내 맘대로 되지 않아 답답할 때도 있다. 그럴 때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정말 재밌어 하는 일을 한다는 기쁨이다.

2 자신만의 스트레스 푸는 법을 만들어라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많다. 아이가 아픈데 주문이 밀려 있다거나, 자금 회수가 원활히 안 되는 경우 등등 스트레스가 많이 쌓인다. 그때 스트레스를 푸는 자신만의 방법이 필요하다. 못 풀고 쌓아두면 그 스트레스가 모두 남편, 아이한테 간다. 그럼 열심히 일하는 의미도 없다.

<■기획 / 장회정 기자 ■글 / 정성민(프리랜서) ■사진 / 송미성(프리랜서) ■사진 제공 / 스칸디에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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