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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와 다툼 없이 대화한다고요?

[B급 남편의 알쏭달쏭 육아수다] 대화없이 다툼하기

부모란 자녀에게 하고 싶은 말보다 자녀가 듣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확인해야 한다. ⓒ베이비뉴스
부모란 자녀에게 하고 싶은 말보다 자녀가 듣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확인해야 한다. ⓒ베이비뉴스

장마와 장마가 오가는 사이, 회사에서는 자녀를 둔 부모를 위해 점심 특강을 마련했다고 했다. 그저 '통상적인 교육이겠지' 하며 지나치려는데 간단하지만 맛있는 점심 식사를 제공한다는 안내가 들려왔다. 그러자 나의 마음은 쉽게, 먹을 것에 움직였다. 아니다. 간단하지만 맛있는 점심이란 게 무엇일까, 하는 순순한 호기심이 발걸음이 자연스레 강연장으로 향했다.

그럼 그렇지. 생수 하나와 길쭉한 은박지 하나. 맞다. 김밥이다. 살짝 실망하며 은박지를 여는 순간, 앗! 내가 좋아하는 소고기김밥'이다. 우적우적 씹고 나니, 곧 강연자가 들어온다.

그는 능숙하게 자신을 소개하며, 처음 만나는 우리에게 자신의 헤어스타일이 바뀌었음을 뽐내었다. 그 엉뚱함에 다들 웃으며 긴장을 풀었다. 곧이어 그는 오늘의 주제가 '다툼 없이 대화하기'라고 소개하며, 청중에게 '이게 가능할까요' 하며 물었다.

여기저기서 쓴웃음과 억누른 탄식이 퍼진다. 쓱 둘러보니, 자녀들과는 대화 없이도 언제, 어디서든 다툴 수 있다는 즉, '대화 없이 다툼하기'가 좋다는 표정이었다.

등원을 앞둔 아이가 10분째 아침밥을 먹지 않고 쳐다만 본다면 어떨까? 더운 여름 긴 양말을 손에 끼고 장갑이라고 한다거나 비 오는 날 장화 대신 겨울 부츠를 신는다면 어떨까?

강사는 이런 경우가 생기면, '사실-감정-욕구' 순서로 말하면 된다고 했다.

첫째, 사실 말하기!

"등원 시간이 되었는데, 아직 너는 아침밥을 먹지도 않고 10분째 그냥 자리에 앉아 있구나."

둘째, 감정 말하기!

"너의 그런 모습을 보니 학교에 가서 배고프거나 영양이 부족해 성장이 더뎌질까 걱정이 되는구나." (짜증이나 화가 난다고 하더라도 이는 모두 자녀를 걱정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니, 절대 '짜증이 나는구나, 화가 나는구나'와 같은 표현을 하는 대신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욕구 말하기!

"몇 숟갈이라도 먹으면 좋겠어. 아침에 먹고 싶은 음식을 말해주면 내일은 그걸로 준비해둘게."

이는 '나 전달법, I-Massage'와 비슷하다. 이 방법은 '너는 왜 그런 행동을 하니?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라고 표현하는 '너 전달법'과 달리 상대방을 비난하지 않고 자신이 문제로 인식하는 상대의 행동에 대한 내 생각을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효과적인 대화기술이다.

이렇게 신비로운 대화기술을 오늘 처음 들은 것은 아니다. 아이가 태어나던 10년 전에도 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이런 강연을 들으면 마음이 무거워진다. 들었다고 해서 내가 행동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이는 어려웠던 모양이다. 참된 지식은 반드시 실행이 따라야 한다는 의미인 지행합일(知行合一)이란 말도 있고, '말하기와 행동하기 사이에 수없이 많은 신발이 닳아서 해진다'는 이탈리아 속담도 있으며, '당신이 할 수 있는 것이나 할 수 있다고 꿈꾸는 것이 있다면 그것이 무엇이든 시작하라'는 괴테의 말 등등 실행의 중요성을 언급한 것은 수도 없이 많다. 그렇게 많은 사람이 오랜 시간 동안 강조하는 것을 보면 쉽게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닌 게 분명하다. 휴~ 다행이다.

그날 저녁.

일찍 퇴근해 저녁을 먹고 있었다. 다섯 살 빈이가 유튜브로 동영상을 보고 싶다며 엄마에게 투정 부리고 있었다. 급기야 울먹이며 소리 지르는 빈이에게, 아내는 "아침에도 하원 후에도 하나씩 봤으니, 오늘은 충분해. 그러니 내일 보자"라고 한다. 연이어 "으앙~ 보고 싶다고"라는 빈이의 날카로운 목소리를 들리자, 식탁에 앉았던 내 속에선 화가 차오른다. 그때 아내가 담담하게 "안 돼" 하고 무심히 지나친다. 차분한 그 말이 너무도 단호해서 내 안의 짜증마저 주저앉았다.

어떻게 해서, 아내가 오늘의 경지에 오른 것이지, 혹은 오늘만 그런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분명한 건 실행하는 것이 어렵다거나 나만 언행이 불일치하는 부모는 아니라는 핑계로 위안을 삼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존경의 눈으로 아내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순간, 점심 때 강사가 던진 마지막 질문이 떠오른다.

"당신의 집은 언제 환해지나요? 부모가 현관은 열고 들어올 때인가요? 아니면 현관을 열고 나갈 때인가요?"

혹시 후자인 경우를 대비해 그는 팁 하나를 알려주었다. 부모란 자녀에게 하고 싶은 말보다 자녀가 듣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확인해야 한다고 말이다.

*칼럼니스트 윤기혁은 딸이 둘 있는 평범한 아빠입니다. 완벽한 육아를 꿈꾸지만 매번 실패하는 아빠이기도 하지요. 육아하는 남성, 아빠, 남편으로 살아가며 느끼는 은밀한 속마음을 함께 나누려 합니다. 저서로는 「육아의 온도(somo, 2014)」, 「육아살롱 in 영화, 부모3.0(공저)(Sb, 2017)」이 있으며, (사)함께하는 아버지들에서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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