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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기자의 "고작, 그깟, 사소한 것에 분노하는 너!"

모르는 외국어로 된 책을 못 읽는다고 난독증이라고 할 수 없듯이 말이죠. 게다가 분노조절장애는 정확한 진단명이 아니고 실체를 파악하기 어려운 일종의 신조어에 가깝습니다. '간헐성 폭발장애'라는 진단명이 따로 있기는 합니다. 그럼에도 우리에게 분노조절장애란 말이 훨씬 익숙한 것은 그만큼 일상생활에서 분노를 조절하지 못해 겪는 문제가 많다는 뜻일 겁니다. 분노를 조절하려면 어릴 때부터 감정을 조절하는 방식을 배우고 표현해보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우리 아이는 왜?' 4편은 아이의 분노에 대해 다룹니다. 이해하기 힘든 '아이의 화' 속에 담긴 진짜 의미는 무얼까요. 밑도 끝도 없는 '아이의 분노'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베스트베이비> 박시전 기자가 묻고, 관악아동발달심리센터 김이경 소장이 답했습니다.

버럭쟁이 우리 아이, 왜 그러는 건가요?

박 기자 ▶ 똑같은 상황에서도 아이마다 분노를 표현하는 방식이 각기 다릅니다. 어떤 아이는 ‘에휴’ 하고 한숨 쉬며 실망하는 낯빛이 다인가 하면, 두 주먹 불끈 쥐고 바닥을 구르는 아이도 있죠. 이런 차이는 왜 생기는 건가요?

김 소장 ▶ 아이들 대부분은 행동이 먼저 나옵니다. 일단 소리부터 지르고 보죠. 발 구르기는 기본이고 바로 뒤로 벌러덩 넘어가는 애들도 있어요. 일단 화가 나면 앞뒤 상황 가리지 않고 손부터 나가는 아이도 있고, 자기 머리를 때리기도 하죠. 반면에 웬만한 일에는 소리 한 번 지르고 나면 금세 화가 풀리는 아이도 있어요. 이런 차이는 ‘기질’과 ‘양육’ 둘 다 영향을 주지요. 기질적으로 유난히 충동적인 아이들이 있어요. 그렇게 타고났기에 어쩔 수 없죠. 충동성이 높으면 더 자주, 더 쉽게 화를 내기도 합니다. 말 그대로 ‘욱’하는 겁니다. 그리고 양육의 측면에서 볼 때 부모의 분노 표현이 심할수록 아이의 분노 반응도 더 많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기질과 양육, 둘 중 타고난 기질은 바꿀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 양육에 희망을 걸 수밖에요. 어른들도 화낼 수 있고, 화내는 것도 보여줘야 하지만 폭발은 금물입니다. 상담하다 보면 아침에 엄마한테 크게 혼난 아이가 그날 학교에서 친구들과 한바탕 싸웠다는 얘기를 심심치 않게 듣게 됩니다. 폭언, 폭력은 아이의 수치심을 자극해서 더 큰 분노를 만들어냅니다. 엄마가 화를 조절하기 어렵다면 일단 숨을 크게 들이쉬고 물이라도 한잔 마시며 마음을 다스려보세요. 화장실에라도 다녀오며 시간을 버는 것도 방법입니다. 시간이 지난다고 분노 자체가 사라지진 않겠지만 ‘폭발력’은 줄어들 테니까요.

너무 화를 안 내는 순둥이 아이는?

박 기자 ▶ 지나치게 화를 내는 아이도 문제지만 친구가 장난감을 빼앗거나, 밀쳐서 넘어진 경우, 그러니까 분명 화를 내야 하는 상황인데도 쭈뼛거리기만 하고 표현 못하는 아이도 있어요. 단순히 순한 아이라고만 여기기엔 부모 입장에서는 속이 타지요. 이런 경우 상담 선생님들은 ‘적신호’로 보기도 하던데요.

김 소장 ▶ 화를 참는 게 꼭 나쁜건 아닙니다. 하지만 무척 힘이 들지요. 화를 밖으로 표출하는 것 못지않게 화를 안으로 눌러 담는 것 역시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에요. 밖으로 내보내지 못한 화는 결국 스스로를 공격해 무기력해집니다. 화를 잘 표현하지 못하는 아이를 지켜보는 엄마 아빠도 갑갑하겠지만 아이에게 왜 화를 못 내느냐고 다그쳐선 안 됩니다. 대신 화내는 다양한 방식을 알려주세요. “소리 지르지 않아도 괜찮아. 대신 ‘싫다’, ‘마음에 안 든다’, ‘내 거야’라고 말해볼까?”하며 아이가 자기주장을 표현하도록 초점을 맞춰보세요.

박 기자 ▶ 말하자면 분노를 표현하고 조절하는 것에도 훈련이 필요하다는 건데 그 훈련은 어떻게 하나요?

김 소장 ▶ 화를 조절하려면 일단 화부터 내봐야겠지요. 다양한 상황에서 화를 내보는 것, 참았다가 손해 보게 되는 상황 등 경험이 필요합니다. 보통 만 3세 이하 아이가 화를 내는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먼저 ‘몸이 불편할 때’입니다. 배고프고 피곤할 때, 더울 때,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등이죠. 또 다른 이유는 ‘욕구 좌절’ 상황입니다. 놀고 싶은데 그럴 수 없을 때, 원하는 걸 손에 넣지 못했을 때, 뜻하는 대로 되지 않을 때 등이 해당됩니다. 그런데 부모 입장에서는 아직은 자기 의사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아이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또 되도록 좌절감을 느끼지 않게 하려고 아이가 불편해할 만한 상황은 아예 만들지 않으려 하죠. 과잉보호가 대표적인데요. 과잉보호는 아이의 의존심을 높이고, 결국 부모가 자신을 도울 수 없는 상황에 닥쳤을 때 더 큰 분노를 불러오게 됩니다. 게다가 ‘이제 혼자 해보자’라는 부모의 말을 ‘거부’의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사람은 수용받고 싶은 사람에게 거부당한다고 여겨질 때 느끼는 분노가 가장 큽니다.

박 기자 ▶ 다양한 감정을 경험해보는 게 참 중요한 것 같아요. 더군다나 부족한 것 없이 자란 요즘 아이들에게는 더욱 필요하겠죠. 그러고 보면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이나, 지난해 유아도서 베스트셀러였던 <42가지 마음의 색깔>이 ‘감정’을 주제로 한 책이라는 점도 다 세태를 반영한 결과라는 생각이 들어요. 다양한 감정을 경험할 기회가 점점 줄어들고 감정 다스리는 방법이 서툴다 보니 이렇게 책이나 영상매체를 통해 일정 지침을 제안하지 않았나 싶네요. 분노를 비롯한 다양한 감정을 경험해보는 게 성장 과정에서 꼭 필요하다는 말에 충분히 공감합니다. 하지만 분노 상황을 일부러 만들어줄 수도 없는 노릇이고, 또 분노 상황에 아이를 노출했다가 오히려 성격을 버리는 건 아닐지 걱정도 돼요.

김 소장 ▶ 그렇죠. 그런데 아이에게 분노를 경험할 기회를 주는 것과 방치는 다르지요. 일부러 아이를 약 올려서 슬슬 화를 돋우라는 것도 아니고요. 기본적으로 배고프고 피곤해서 화가 나는 상황은 생존과 관련된 것인 만큼 미리미리 신경 써줘야해요. 신체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서 생기는 분노는 몸으로 기억되고 부모에 대한 신뢰를 잃게 만드니까요. 그러나 내 뜻대로 되지 않아서 화가 나는 경우는 살다 보면 수없이 경험해야 하잖아요. 제아무리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다 해도 말이죠. 게다가 아이가 욕구 좌절을 느끼는 상황은 예측 불허입니다. 모든 상황을 하나하나 다 살펴준다면 오히려 엄마가 더 화가 나서 아이를 잡게 될 수 있어요. 위험하지 않다면 아이가 자연스럽게 상황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1 # 바나나가 부러졌다고 입을 삐쭉대기 시작합니다. 이제 곧 화난 표정에 팔짱 낄 겁니다. ID -bestkjh 2 #낮잠을 너무 오래 자는 것 같아 살짝 흔들어 깨웠더니 짜증과 분노 폭발이네요. ID dbwldud530 다음 호 ‘우리 아이는 왜?’ 칼럼의 사진 공모 주제는 카카오스토리 베스트베이비 채널에 공지합니다. 소식받기(story.kakao.com/ch/bestbaby)를 꾹 누르고 응모하세요. 응모하신 사진 중 선정하여 <베스트베이비> 매거진(온·오프라인)에 소개하고 소정의 선물을 보내드립니다.

버럭쟁이 아이를 다스리는 법…

박 기자 ▶ 그렇다면 아이의 분노 표현을 어느 선까지 수용하고, 어느 선부터 제지해야 할까요?

김 소장 ▶ ‘감정은 수용하되, 행동은 제한한다’는 원칙, 저도 말이 쉽지 그게 되나 공감도 합니다. 예를 들어 “화가 많이 났네. 그래도 물건을 던지는 건 안 돼” 같은 상황이죠. 그런데 이게 불가능한 건 또 아닙니다. 아이들은 안 듣는 것 같아도 부모의 말을 듣고 있습니다. 이런 한 마디 한 마디 말이 달아오르고 있는 아이의 감정 뇌를 조금은 다독입니다. 이때 “화 많이 났구나?”라고 공감해주는 부모의 말에 진심이 담겼는지, 또 물건을 던지지 않는 대신 다른 대안 행동이 있는지, 아이의 나이와 분노 단계가 어디쯤 이르렀는지가 중요합니다. 아이가 만 2세 이전이라면 달래는 말보다는 “잠깐, 기다려. 안 돼” 같은 짧은 말이 더 효과적입니다. 그리고 자리를 옮겨서 주의를 전환시키는 편이 낫습니다. 그런데 이미 아이가 바닥에 드러눕거나 울면서 악을 쓰는 단계라면 이런 말은 소용이 없습니다. 벌써 폭발한 상태라면 주변의 위험한 물건을 치우고 다치지 않게 신경 쓰면서 옆에서 버텨주는 게 최선입니다. 사실 이때야말로 부모들이 평정심을 유지하기 제일 힘든 순간이죠. 우선 숨을 천천히 들이마시고 5~6초 멈추었다 다시 천천히 내쉬거나, 마음속으로 숫자라도 세면서 일단 버텨보세요. 달래려고 애쓰거나 아이의 과격한 표현에 지레 겁먹으면 아이는 귀신처럼 알아채고 이 상황을 자기한테 유리하게 만들고자 더 심한 행동을 보입니다. 아이의 화에 공감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단호함이 아이의 조절력을 키우는 데 약이 됩니다. 아이의 분노에 대처하는 방법을 요악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만 2세 이전이라면 ‘잠깐’, ‘기다려’, ‘안 돼’ 같은 짧은 말과 단호한 행동, 그리고 주변을 환기하는 게 효과적이다.
아직 행동으로 분노를 드러내지 않았다면 화난 마음을 읽어준다. 단, 아이가 드러누운 상황이라면 달래는 공감 멘트는 효과가 없다. 대신 곁에서 묵묵히 버틸 것. 견디기 힘든 순간이지만 이런 과정을 거쳐야만 아이도 부모도 성장한다.
일상생활 속에서 기다리는 연습을 종종 해보자. “아이고, 과자 봉투가 잘 안 열리네. 같이 열 셀 동안 열어볼까? 잠깐만 기다려줘.”
‘화난다’는 대신 ‘속상해’, ‘답답해’, ‘슬퍼’, ‘졸려’ 등 아이가 자신의 감정이나 몸 상태를 구체적으로 알릴 수 있는 다양한 표현을 알려주고 일상생활에서 써보자.
부모도 분노 표현법과 조절 방법을 생각해보고 어떻게 표현할지 연습해본다.


기획·글 : 박시전 기자, 김이경(관악아동발달심리센터 소장) | 사진 : 이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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