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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교육이 필요한 이유

미술관 교육이 필요한 이유

미술관 교육은 하나의 현장 학습이다. 작품을 감상한다는 것은 예술가의 이름을 척척 외우는 것과는 확연히 다른 활동이며, 작품의 창작과는 또 다른 창의력의 발현이다.

인터넷에서 한 기사를 읽고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예술가 제이크 채프먼이 “아이들을 미술 전시회에 데려가는 것은 시간 낭비이며 예술가에 대한 모독이다”라고 이야기하자, 같은 나라 출신의 예술가 앤서니 곰리가 “어린이들은 우리보다 더 직접적인 방식으로 사물을 경험하기 때문에, 그들에게 미술 작품은 이해되는 것이 아니라 경험하는 것이다”라고 반박했다는 기사였다.

그의 말처럼 미술관에서의 경험은 어린이들에게 세계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게 하고 창의력을 높이는 일이라 할 수 있다.

미술 교육의 장점과 중요성에 대해서는 많은 학부모가 공감하겠지만, 미술관이라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진다. 앞서 이야기한 사례처럼 같은 시대, 같은 나라의 예술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기 때문이다.

미술관에 아이들을 데리고 가면 “어린애들이 뭘 안다고 여길 데려오느냐”며 눈을 흘기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정말 미술관에서 그림을 감상하는 것이 어른들만 향유할 수 있는 고급문화이며, 교양 있는 사람만 우아하게 찾는 그런 공간일까?

특히 현대 미술은 어른들도 이해하기 힘들 만큼 난해하고 괴상하면서 흉측한(?) 작품이 난무하는데, 그런 것들을 모아 전시하는 미술관을 어린 나이부터 경험한다는 게 과연 어떤 도움이 되는지 의구심이 들 수 있다.

과거에 비해 부모들이 아이와 함께 미술관을 찾는 횟수가 점점 늘고 있지만, 현대 미술이 어렵다는 인식은 여전하다. 본인들 스스로는 어려워도 아이들에게 무언가 교육적인 효과가 있다고 생각해서 오는 부모도 많다.

어린이들에게 현대 미술을 감상하게 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과 미술관에서의 경험을 통해 다양한 시각을 접하고 세상을 보는 눈을 넓힐 수 있다는 의견, 그중에서 무엇을 선택하겠는가?

우리나라의 미술 교육은 초등학교 3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 정규 교육으로 편성돼 있다. 국가가 정해놓은 큰 틀 안에서 아이들의 학년에 맞게 미술 활동을 하는데, 굳이 미술관에서 도슨트의 키즈 프로그램을 들어야 하는 이유는 무얼까? 이를 알기 위해서는 먼저 학교에서의 미술 교육과 미술관에서 하는 미술 교육의 차이점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역시 작품을 실제로 보느냐, 보지 않느냐의 차이다. 예를 들어 좋아하는 배우의 얼굴을 작은 사진으로, 화질 좋은 TV로, 그리고 실물로 직접 본다고 상상해보라. 교과서에서는 손바닥만 한 사진으로 본 작품도 실제로 보면 건물만큼이나 높고 클 수 있다. 어마어마한 차이가 느껴지는 순간이다.

또 사진으로는 한쪽 면만 볼 수 있었던 입체 조각 작품을 앞과 뒤, 옆에서도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작품을 눈으로 직접 마주한다는 것은 오감으로 느낄 수 있다는 뜻이고, 이는 실제로 보기 전까지는 진품에 의한 감동을 온전히 느낄 수 없음을 의미한다.

미술관의 교육적 기능이 점점 확대되는 추세다. 관람객들은 큐레이터나 작가와의 대화를 통해 전시의 기획 의도를 파악할 수 있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도 마찬가지. 작품을 실제로 볼 수 있다는 미술관만의 장점은 어린이 대상의 교육 프로그램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확장된다. 작게는 작품의 내용과 전시의 기획 의도를 알 수 있는 활동지부터 작가가 되어 직접 작품을 만들어 보는 창작 활동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작품의 감상을 돕는다.

살아 있는 교육이 될 수 있도록 작가들과 직접 진행하는 워크숍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어린이를 위해 특별히 기획되는 전시 또한 기존 작품만 전시된 공간과는 다르게 구성된다. 디지털 기기를 활용해 작품을 움직여보는 등 다양한 감상 방식으로 흥미를 유발하고 연령별 발달 과정과 특성을 고려하여 교육 효과를 극대화한다. 안전과 내구성 또한 세심하게 살펴서, 미술관에 대한 긍정적인 인상을 심어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흔히들 미술 작품을 직접 만들어야 창의성 계발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만, 감상하는 것 역시 창의성을 증진시킬 수 있다. 예술 작품은 작가의 고민과 생각이 창의적으로 표현된 결과물인 만큼, 수학의 결과물처럼 딱 떨어지는 정답이 없다. 이런 특성은 어른들이 ‘뭘 말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현대 미술을 이해하는 데 여전히 어려움을 느끼게 하는 반면, 어린이들로 하여금 현대 미술에 재미와 흥미를 느끼게 만드는 부분이기도 하다.

작품을 본 뒤 자신이 느끼는 여러 가지 생각과 감정을 정리하고 유추해보면서, 이전에는 접하지 못했던 다양한 주제와 독특한 재료에 대해 탐구하는 것이다. 도슨트의 키즈 프로그램은 바로 이런 길잡이 역할을 한다. 기존 사물의 변화를 경험하고, 폭넓은 상상력을 토대로 자신의 생각을 정리 및 재구성하는 능력은 아이의 창의성을 높이는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그 밖에도 문화 공간을 이용하는 올바른 자세와 심미적 태도를 길러주며, 미술 작품에서 느껴지는 추상적인 감정을 구체적 언어로 표현하고 묘사하게 하면 아이의 언어 능력 발달에 도움이 된다.

처음부터 ‘미술관에 가고 싶다’고 스스로 이야기하는 아이는 드물다. 자의와 관계없이 엄마 손을 붙잡고 처음 찾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일 터. 아이가 미술관의 키즈 프로그램에 의욕적으로 참여하기 위해서는 미술관을 친근하게 느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엄마의 역할이 중요하다.

아이를 통제하기에 앞서 미술관에 대한 아이의 반응을 잘 살피자. 미술관에 와서 “공공장소니까 조용해야 돼”라고 주의를 주기보다는, 작품을 보며 자신만의 생각과 감정을 쌓아나가는 곳이란 인식을 심어주라는 얘기. 그러면 미술관에 오는 목적을 인지한 아이는 다른 관람객들의 행동을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관찰하고, 어느샌가 따라 하면서 동참하게 될 것이다.

전시를 굳이 처음부터 끝까지 볼 필요도 없다. 아이가 좋아하는 도형이라든가 색을 찾으면서 감상해도 좋고, 감상 시간 역시 아이가 적응할 수 있도록 차츰차츰 늘려나가는 것이 미술관과 친해지는 지름길이다.

미술관에 온 아이에게 도슨트는 바로 엄마다. 미술 작품을 보고 “이게 뭐야?”라고 묻는 아이에게, 엄마는 작품 밑에 적힌 작가의 이름과 작품 제목 그리고 설명 등을 읽어주며 전달한다. 아이의 식견을 두루 밝혀주려는, 부모의 정성 어린 마음일 것이다.

하지만 아이가 미술 감상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재미를 느끼게 하기 위해서는 그게 누구의 작품인지, 무엇을 그린 것인지 알려주기보다는 그림 자체가 아이에게 어떻게 다가오는지를 표현하게끔 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엄마의 눈에는 어떻게 보이는지도 아이에게 이야기하며 작품이 다르게 해석될 수 있음을 알게 해야 한다. 하나의 작품이 서로의 눈에 다르게 비친다는 것은 얼마나 재밌고 신기한 일인가! 마치 그림을 활용한 추리게임처럼, 미술 감상은 그렇게 즐거운 놀이로 아이에게 다가갈 것이다.

미술관은 자신의 경험을 기초로 다양한 사고를 하게 만드는 공간이다. 또 그 공간 자체를 즐기는 문화의 경험은 아직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세계와의 소통을 통해 다양한 사고를 촉진한다.

이 시기의 관심과 경험은 커서도 계속되어 수학적으로 계산할 수 없는 자산으로 쌓이게 된다. 여기에 다른 사람의 감상을 존중하는 법까지 배운다면, 아이는 개인의 창의성뿐만 아니라 사회성까지 발달한 참된 교양인으로 자랄 것이다.

기획_윤지영 | 사진_설레다
여성중앙 2017.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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