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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성 작가가 제안하는 아이를 위한 '진짜 인문학' 교육법

얼마 전 한 초등학생이 학원 화장실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보도되며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안겼다. 한창 뛰어놀 나이의 어린아이가 이처럼 극단적인 선택을 내린 이유는 무엇일까. 비단 이번 일만이 아니다. 사회 이곳저곳에서 위기에 처한 아이들의 모습이 어렵지 않게 목격된다. 세상은 풍요로워졌지만 우리 아이들이 살기에는 점점 험난한 시대가 되고 있다. <리딩으로 리드하라>, <생각하는 인문학> 등 인문학 멘토로 잘 알려진 이지성 작가가 최근 신간 <내 아이를 위한 인문학 교육법>을 펴냈다. 이 시대의 아이들에게 ‘진짜’ 필요한 것은 인문학 교육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지금 아이들이 힘들어하는 이유는 과도한 경쟁과 부모나 타인에게 휘둘리는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에요. 가정과 학교에서 가르치는 대로 따르면 되지만 그러다 보면 성인이 되어서 아무것도 혼자서 할 수 없게 됩니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은 더 많은 경쟁을 하게 될 테고, 물질적인 것뿐만 아니라 지식에 있어서도 빈익빈부익부가 심해질 거예요. 아이들은 더욱 흔들리겠죠. 아이가 사회에서 도태되지 않고 당당하게 자신의 삶을 살 수 있도록 키우고 싶다면 스스로 생각하고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줘야 해요. 그 방법은 인문학 교육을 통해서 배울 수 있습니다.”인문학은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교육이자 스스로 생각할 힘을 길러주는 학문이다. 좋은 대학에 가고 돈을 많이 버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고전을 읽고 철학적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면서 성장해나가는 과정이다. 그 가운데서 아이들은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자신만의 삶의 방식을 발견할 수 있다.“배를 만들고 싶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바다에 대한 꿈을 심어주는 거예요. 아이가 공부를 하길 바란다면 우선 아이가 무얼 좋아하고 어떻게 살고 싶은지 알아야죠. 그리고 아이에게 꿈을 심어주는 거예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알게 되면 부모가 시키기 전에 공부할 겁니다. 무슨 일이든 억지로 떠밀려서 한다면 어떤 아이도 절대 행복할 수 없어요.”

부모가 바뀌어야 아이도 바뀐다

요즘 부모들은 교육의 수혜를 받고 자란 세대다. 그 덕분에 이상적인 삶이 무엇인지는 알고 있다. 하지만 그에 다가가는 방법은 대부분 누군가를 앞지르거나 정해진 길을 가는 것이라고만 배웠다. 나만의 생각을 갖는 것은 위험하고도 별스러운 것이 돼버렸다. 남들보다 앞서되 튀어서는 안 된다는 사고방식은 아이를 낳아 키울 때도 크게 변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이 가지 않는 길로 갔을 때, 검증되지 않은 길로 아이가 갈 때 혹시나 잘못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에 육아서에서 본 대로 교구나 장난감을 사 주고, 다른 아이들처럼 영어학원에 보내고 미술관도 찾아다닌다. 잠시라도 아이가 또래와 다른 행동을 보이면 남들보다 뒤처지는 건 아닌지 불안해한다. 나만의 육아철학을 갖지 못한 채 갈팡질팡하는 것이다.이 작가는 몇 년 전부터 시작된 인문학 열풍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런 사고방식의 연장이라고 평가한다. 인문학이 아이에게 필요하다는 얘기에 너도나도 고전이 담긴 책을 구입해 읽히지만 수학과 영어를 학습하듯 달달 외우기에 그칠 뿐이고, 인문고전에 담긴 본질은 무시한 채 흉내만 내기에 급급하다. 그래서 이 작가는 ‘부모들에게도’ 제대로 된 인문학 교육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부모가 먼저 주체성을 회복하고 나만의 교육, 나만의 철학으로 아이를 키울 준비가 되어 있어야 아이를 위한 인문학 교육 또한 가능하기 때문이다. “부모가 인문학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데 아이한테 논어와 플라톤을 가르친다고 해서 아이가 제대로 배울 수 있을까요? 정말로 아이에게 인문학을 가르치고 싶다면 부모가 먼저 고전을 읽고 이해하고, 쉬운 언어로 아이에게 설명해주어야 합니다. 그보다 선행되어야 하는 건 아이를 잘 관찰하고 무엇이 필요한지 아이의 이야기를 잘 듣는 거예요. 하지만 엄마 아빠들은 어리다는 이유로 아이의 말을 무시하고 귀담아듣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결국 자신이 피하고자 했던 주입식 교육, 일방적인 지시형 교육을 반복하고 마는 거죠.” 지난해 말 이지성 작가는 아빠가 됐다. 8년 동안 교단에서 아이들을 만났지만 아빠가 됐다는 사실은 전혀 다른 경험을 선사했다. 아이를 키우면서 육아가 얼마나 힘든지 느끼며 교육의 중요성을 새삼 실감하는 중이다. 한편으로는 ‘이렇게 바쁘고 힘든데 부모들에게 시간을 내서 책을 읽고 세상에 도전하라는 이야기를 계속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기도 한단다. 그럼에도 그는 결코 부모가 책을 손에 놓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초등학교 교사 시절 책을 많이 읽는 아이들을 자세히 보면 부모 역시 같은 경우가 많았어요. 아이는 부모가 보여준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죠. 저도 평소에 아내와 아이 교육에 대해 이야기할 때마다 아이를 어떻게 키울지를 대화 주제로 삼지는 말자고 해요. 대신 우리가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실천하자고 말하죠.”

물음표가 아닌 느낌표 인문학

인문학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해도 막상 내 삶에 적용하려면 막막한 게 사실이다. 이 작가는 인문학이 낯선 부모라면 제일 먼저 고전을 읽어보길 권한다. 인문고전은 인간에 대해, 나에 대해 생각하게끔 만드는 책이기 때문.“우선 <논어>나 플라톤의 ‘대화편’을 읽어보세요. 인문고전에는 인류의 지혜가 담겨 있거든요.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깨닫고 배울 때 사람은 자신감이 생기고 자존감이 높아지는 경험을 할 수 있어요. 만약 고전이 어렵고 딱딱하게 느껴진다면 인문학 프로그램에 참여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지역 주민센터나 동네에도 찾아보면 인문학 소모임이 많거든요. 같은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고 자극을 받으면서 나 스스로도 변해야겠다는 마음가짐이 자연스레 들 거예요.”정해진 길에서 벗어나면 실패할 것이라는 생각은 두려움을 불러일으키고 발목을 잡는다. 하지만 직접 부딪치고 도전해보면 그렇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계속 질문만 던지고 물음표만 그리다 보면 답을 찾지 못하고 나와 아이의 삶 역시 변하지 않을 것이다. 더 나은 인생을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면 거기에 느낌표를 찍자. 책을 읽었다면 간단하게라도 독후감을 쓰거나 토론에 참여해 책에서 얻은 지식을 진짜 자기 것으로 만들자. 마지막으로 이 작가는 인문학을 제대로 배우고 싶다면 저소득층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봉사에 한번쯤 참여해볼 것을 권한다. 아이가 진정으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면 내 아이만 잘 가르치고 키우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아이는 끊임없이 타인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갈 것이다. ‘내 아이만’이 아닌 ‘함께’ 잘 사는 사회를 만들려고 노력해야 결국 내 아이도 안심하고 잘 살수 있는 것이다. 아이를 어떤 어른으로 자라게 할 것인가? 높은 성적, 좋은 대학과 안정된 직업이 아이를 행복하게 만들어줄까? 물론 물질적인 것을 배제할 수 없지만 그보다 먼저 나는 누구인지,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내 인생의 방향을 생각해야 한다. 스스로 자기 인생의 주인이 될 때 비로소 행복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주체적으로 생각하는 힘을 가질 때 가능하다. 지금 우리 아이에게, 또 부모에게 인문학 교육이 절실한 이유다.


이지성 작가는요… 2000~2008년까지 초등학교에서 교사 생활을 하며 자신만의 교육철학인 6·3·1 교육법으로 아이들이 행복한 교육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교사 시절 첫 단행본인 <학원, 과외 필요 없는 6·3·1 학습법>을 펴낸 이후 <꿈꾸는 다락방>, <리딩으로 리드하라>, <여자라면 힐러리처럼> 등 서른 권이 넘는 자기계발서와 인문서를 썼다. 2014년 차이에듀케이션을 설립하고 부모와 교사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인문학 교육 커리큘럼을 제공하고 있다.

이지성 작가의 아이를 위한 인문학 교육 첫걸음

인문학 하면 심각하고 진지하게 생각하기 쉽지만, 목표가 무엇인지 생각하면 바로 답을 알 수 있다. 인문학을 배우는 이유는 사람답게, 행복하게 살기 위함이다. 따라서 인문학 교육도 행복하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시작해야 한다. 즉, 강압이 없어야 한다는 뜻. 아이에게 여유 시간을 주면서 생각하는 즐거움을 일깨워주자. 만약 아이가 어려서 공부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면? 이때는 적절한 보상으로 공부에 흥미를 돋워주자. 이지성 작가가 제안하는 보상 방법은 놀이. ‘재미’와 ‘보상’이야말로 아이들을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인문고전을 읽고 배웠다면 그다음 신나게 놀게 하는 거다. 놀이와 학습이 반복되면서 아이들은 점차 공부에 흥미를 느끼게 된다. 또한 아이가 못했을 때보다 잘했을 때 칭찬과 보상을 한다면 아이는 성취감을 느끼고 부모에 대한 신뢰감도 쌓아갈 수 있다. 모든 아이가 높은 기준에 도달할 수는 없지만 높은 기준이란 무엇인지 보여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상적인 삶의 모습을 알려주는 것이다. 이 작가가 아이들에게 위인전을 많이 권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위인전을 읽고 그 모습을 따르려고 하면 점점 자신의 목표에 다가갈 수 있다. 책을 읽고 나서는 위인의 삶과 자신의 삶을 비교하는 독후감을 구체적으로 쓰는 것도 좋다.

부모에게 필요한 일상 속 인문학 실천법

1. 독서와 강연

인문고전은 인간의 본성과 또 나를 어떻게 변화시켜야 하는지를 일깨워준다. 하루 1시간 혼자 있는 시간을 확보해 오로지 책에 몰두하자. 일주일에 한 번 이상 강의나 독서모임에 참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직접적인 자극을 받을 수 있으며 독서 습관을 유지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2. TV 대신 책 읽기

책과 멀어지게 만든 일등 공신은 TV. 텔레비전 속 화려한 삶을 보고 열등감과 공허함에 빠지기도 쉽다. TV를 없애면 그 시간에 책을 읽거나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인문학을 실천하고 싶다면 먼저 TV를 없애보자.

3. 인문학적으로 영화 보기

영화를 단순히 재미로 보는 것도 좋지만 깊이 생각하며 입체적으로 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보통 영화 속 주인공에 몰입해 보는 경우가 많지만 그 이외 인물의 입장에서도 생각해본다면 인간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다.

TIP 영화로 역사 배우기

아이와 인문학적으로 영화를 보는 방법은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한 작품을 시대 순으로 보는 것. 역사를 쉽고 재미있게 알려줄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추천 영화

<황산벌> - 삼국시대 신라의 김유신과 백제의 계백 장군이 벌인 황산벌싸움을 배경으로 한 영화

<관상> - 15세기 수양대군이 왕위를 빼앗기 위해 일으킨 계유정난을 소재로 한 영화

<십계> - B.C 1446년 구약의 출애굽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4. 문학·예술 즐기기

학과 예술에는 사람들이 추구하는 보편적인 가치가 담겨 있고 감정과 정서가 녹아 있다. 따라서 예술을 자주 접할수록 감정과 정서가 풍부해지고 타인과 함께 공동의 가치를 추구하는 일도 가능해진다.

PLUS TIP 인문고전을 읽는 5단계

인문학 교육을 할 준비가 되었다면 이제 인문고전을 읽을 차례. 어렵고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며 읽는다면 책 속에 담긴 지혜를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

➊ 통독하기 아이와 같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본다. 한 문장 한 문장을 이해하려고 애쓰기보다 책의 전반적인 내용을 보고 생각하는 과정으로 생각하면 된다.

➋ 정독하기 책을 꼼꼼히 읽으며 깊게 생각하는 단계. 이해가 안 된다면 몇 번이고 다시 읽고 반복해 읽는다. 정독을 통해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 있다.

➌ 필사하기 눈으로 책을 읽고, 머리로 이해하면서, 손으로 따라 쓰는 필사는 온몸으로 책을 읽는 방법이기도 하다. 여러 감각이 동원되어 책 내용을 확실히 각인시키며, 따라 쓰는 동안 자신만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다.

➍ 자신만의 의견 갖기 이 책에서 내가 취해야 하고 버릴 것은 무엇인지, 이 책으로 어떻게 성장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정하는 단계. 책에 담긴 지혜를 진짜 내 것으로 만드는 과정이다.

➎ 대화와 토론하기 인문학의 기본은 ‘대화’다. 처음에는 책 읽은 감상을 가볍게 나누는 것으로 시작하자. 대화가 충분히 이뤄졌다면 적절한 주제를 잡아 토론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기획 : 전미희 기자 | 사진 : 한정환 참고도서 <내 아이를 위한 인문학 교육법> (이지성 저, 차이정원) | 장소협조 : 파주 커피발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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