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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엄마 심리 파고든 번개 기숙학원 가봤더니

금요일 저녁에 가서 일요일 저녁에 돌아오는 학원이 있다. 주 5일제 수업이 본격 시행되면서 나타난 몰입식 '번개 기숙학원'이다. 소위 '대치동 엄마'나 '목동 엄마'들 사이에서는 입소문이 났는데, 불법 학원일 수도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지난 5월 4일 금요일 서울 강남 대치동 학원가. 저녁에는 제법 한가하던 거리가 밤10시를 넘기면서부터 북새통을 이뤘다. 건물마다 최소 2~3개씩 들어선 학원에서 아이들이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수학학원 앞에 차를 세워두고 딸을 기다리던 한 엄마는 "주 5일제 수업이 되면서 이 동네 학원가는 토요일에 차가 더 많이 밀린다"고 말했다. 그녀는 "다른 동네에서 학원 유학을 오는 학생도 있는데 요즘엔 더 많아진 것 같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최근 강남 학원가에는 주말 특강이 크게 늘었다. 이날 기자가 가본 한 종합학원은 올해부터 회당 3만원짜리 주말 단과 특강을 개설했는데 한 달로 수강하면 17만원이다. 이 학원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한 강사는 일주일 기준으로 일하는 시간이 3시간 늘어났다고 했다. 학원 관계자는 "일이 늘었지만 주말 수요가 많으니 학원으로서도 어쩔 수 없다. 공부 많이 시키려는 엄마들이 토요일을 그냥 허비하겠나. 근처 학원들이 대부분 토요일 강의를 늘리거나 새로 개설했다"고 말했다.

2박 3일 수강료 65만원, 친구들이 전부 주말 학원에 다닌다?

 

사교육 시장에서 주 5일 수업은 시쳇말로 '돈이 되는' 키워드다. 아닌 게 아니라 요즘 강남 학원가의 주말 특강은 일반적인 '보충 수업' 수준을 넘어섰다. 일부에서는 자습을 감독해주며 따로 돈을 받기도 하고, 심지어 2박 3일 코스의 '번개 기숙학원'을 운영하는 곳도 있다. 금요일 저녁에 '입소'해 일요일 밤에 '퇴소'하는 학원이다. 수강료는 학원마다 다르지만 65만원부터 85만원까지 다양하다. 강남의 일부 학원은 100만원 이상 수강료를 받는데, 이건 재수생 대상 기숙학원보다 1.5배 이상 비싼 수준이다. 이런 기숙학원은 강남뿐만 아니라 목동이나 분당 등 교육열이 높은 동네에서도 입소문을 타고 숫자가 늘어가는 추세다.

주말반 수업을 끝내고 나오는 아이들을 만나봤다. 구룡중학교 3학년 최모군은 "친구들이 전부 주말반 학원에 다닌다"고 말했다. '기숙학원' 얘기를 물어봤더니 "친구 중에 다니는 아이가 있는데 그 얘기를 꺼내면 나도 다니라고 할까 봐 모르는 척했다"고 말했다. 알고 보니 '주말 기숙학원'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학원가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대개 "모르겠다"며 답을 피했고, "우리 동네(대치동)에는 없는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인근 부동산 중개업자들의 얘기는 달랐다.

유명 학원 근처에 사무실을 가진 한 공인중개사는 "학원 근처 고시원이나 원룸과 연계해 그곳을 사실상 기숙사처럼 운영하는 곳들이 있다"고 말했다. 건물 한 층을 통째로 임대해 2층 침대와 샤워 시설을 들여놓고 간이 기숙사를 만든 학원도 있다고 했다. 한 부동산 임대업자는 "대치동에 학원이 많아진 건 강남권인데도 유흥가와 사무실이 없어 아이들 공부 환경이 좋았기 때문인데, 그러다 보니 고시텔이나 원룸텔 수요가 학원으로 대거 편입된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불법 학원 운영하다 영업 정지 당하기도

 

문제는 이 학원들 중 일부가 '불법'이라는 거다. 학원 자체는 불법이 아니지만, 일반 학원이 숙박 시설을 설치해놓고 아이들을 재우면 그건 불법이다. 밤 10시 이후에는 수업을 진행하거나 자습을 감독할 수 없고, 소방 시설 미비 등에 따른 안전 문제를 비롯해 여러 위험이 있어서다. 실제로 교육과학기술부 사교육대책팀에서 주말 기숙학원에 대한 단속에 나서기 시작했다. 허가 없이 침대나 샤워 시설을 설치해두고 학원을 운용하면 교과부에서 직접 고발하고 세무 조사를 의뢰한다.

신문규 사교육대책팀장은 "학원 근처 고시원이나 원룸을 '학사'라는 이름으로 학원과 연계해 운영하면서 기숙사처럼 쓰는 곳은 불법인 경우가 많다"며 "주택가 한복판 건물에서 3층 기숙사, 4층 자습실, 5층 강의실 같은 형태로 운영된다"고 말했다. 신 팀장은 "세무 조사나 영업 정지 등으로 학원 운영에 차질이 생기면 아이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주의하는 게 좋다"고 당부했다. 주 5일제 수업 시행 후 학원이 이렇게 성황을 이루는 이유는 뭘까. 대치중학교에 다니는 아들을 둔 한 엄마는 "불안한 심리를 학원이 잘 파고든다"고 말했다.

"부모는 기본적으로 학교에서 아이들을 일일이 잘 케어해주지 못하는 것 아닐까 하는 불안함을 가지고 있어요. 그 와중에 학원에서는 공부 스케줄을 집중적으로 관리해준다고 홍보합니다. 논술 특강처럼 맞춤형 교육을 하고 부족한 스펙 관리까지 해준다니까 마음이 흔들릴 수밖에 없죠. 솔직히 공부하고 싶어서 학원에 가는 아이가 얼마나 되겠어요. 아무래도 엄마가 등을 떠밀 수밖에 없는 상황이니까 그렇겠죠. 주말도 아이를 편하게 놀리지 못하는 이유가 결국 그런 것 아니겠어요."

 

 

 

취재_이한 사진_강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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