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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함께하는 효과적인 신문 토론

시사에서 인성 교육까지, 부녀지간의 신문 토론
아빠 나정관씨와 딸 예린(16) 양

 

 

매주 일요일마다 특별한 약속을 잡는 부녀가 있다. 바로 서울 창덕여중 3학년에 재학 중인 나예린 양과 아버지 나정관씨다. 예린 양과 나정관씨는 매주 일요일 저녁에 함께 신문을 읽고 토론하는 시간을 갖는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3년 넘게 꾸준히 지켜온 두 사람만의 소중한 시간이다. 예린 양은 아빠와 꾸준히 해온 신문을 통한 토론 훈련 덕에 교내 발표 대회와 토론 대회에서 다양한 상을 수상했고, 특별한 사교육의 도움 없이도 늘 전교 1, 2등을 유지하고 있다. 부녀가 함께 신문 읽기를 시작한 것은 예린 양이 초등학교 4학년 때.

경기대학교에서 정치학과 북한학을 가르치고 있는 아버지 나정관씨는 학생들에게 수업 내용과 관련된 신문 사설이나 기사를 매주 몇 개씩 스크랩하고 나름의 관점을 찾아 평하는 과제를 내곤 했는데, 그게 시작이었다. 대학생들도 처음에는 어려워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론적 강의가 신문 속 현실과 접목되자 수업에 더 큰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나정관씨는 학생들의 반응과 변화를 지켜보며 딸과 함께 신문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던 것.

처음에는 예린 양이 관심 있어 할 만한 짧은 내용의 기사를 함께 읽으며 2~3분 정도 얘기를 나누는 것이 전부였지만,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예린 양이 신문 읽기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하자 그 시간을 점차 늘려나갔다. 부녀는 이제 매주 일요일마다 각자 찾아둔 기사를 함께 읽으며 몰랐던 개념을 알아가기도 하고 각자의 생각을 자유롭게 나누며 생각을 확장해 간다.

1 예린 양이 정리한 사설 스크랩 노트. 주제, 3줄 요약, 나의 생각, 중요 어휘 등으로 구분해 내용을 정리한다.

2 스크랩북은 일반 시사 내용을 정리한 것과 관심 분야인 생명 공학과 과학 기사를 정리한 것으로 나뉜다. 예린 양의 장래 희망이 생명과학과 교수이기 때문.

 

신문을 통한 토론 훈련, 토론 대회에서 빛을 발하다

예린 양과 나정관씨가 함께 읽는 신문은 중앙·조선·동아일보를 비롯해 매일경제, 한겨레신문 등 그 가짓수만 해도 다섯 가지에 달한다. 사실을 전달하는 기사는 신문마다 중복되는 내용이 대부분이므로 그 부분들을 제외하고 신문마다 조금씩 특징이 다른 섹션 파트와 관심 기사를 추려 하루에 1~2시간 정도를 '신문 읽기'에 투자한다. 특히 교육, 문화, 도서, 과학 등 신문별로 다양한 이슈를 재미있게 다루는 토요일 섹션을 주 토론 주제로 활용하고 있다.

예린 양은 신문을 보며 모르는 어휘를 찾아 정리하고 기사의 내용을 요약한 뒤 자신의 의견을 덧붙여 스크랩한다. 그 내용을 바탕으로 매주 일요일마다 아빠와 함께 토론하는 것. 그러나 처음부터 신문을 통한 토론이 활발하게 이뤄졌던 것은 아니었다. 대학생들도 어려워하는 부분이 중학생이던 예린 양에게 처음부터 쉬웠을 리 없다.

"때가 되면 싹이 움트듯이 서두르거나 조급해하지 않고 예린이가 자연스럽게 신문에, 사회적인 이슈에 관심을 갖게 되길 기다렸죠. 처음에는 예린이가 흥미를 느낄 만한 재밌는 기사를 찾아줬어요. 시사적인 내용보다 인문학 관련 기사나 아이들에 관한 내용을 다룬 기사를 건네곤 했죠."

예를 들어 요즘 학생들의 핸드폰 사용 실태를 지적하는 내용의 기사가 나오면 나정관씨는 딸에게 "요즘 애들은 이렇다는데, 너는 어떠니"라며 자연스럽게 대화를 유도했다. 예린 양이 신문을 읽고 모르는 부분을 질문하면 잘했다는 칭찬을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렇게 시작한 신문 토론이 어느덧 3년. 이제는 각자 신문을 보며 토론 주제를 찾는 것도 호흡이 척척 맞는다. 아빠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읽어보라고 권유하려던 기사는 이미 예린 양도 찾아 스크랩을 해놓은 뒤다. 예린 양 스스로도 신문 읽기에 내공이 쌓여 중요한 기사를 골라내는 능력이 생긴 것이다.

"신문을 통한 토론을 하다 보니 아이의 시사 상식이 몰라보게 풍부해진 것은 물론이고 어떠한 주제가 나와도 자신의 생각을 막힘없이 이야기하더군요. 특히 요즘 아이들은 어휘력이 약한 편인데 예린이의 경우 신문을 읽으며 모르는 단어를 찾아 정리하다 보니 또래에 비해 다양한 어휘를 구사하는 편이에요."

나정관씨는 신문을 읽고 토론을 한다고 해서 처음부터 가시적인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고 말한다. 그러나 일정 시기가 지나면 분명 아이의 내공이 여러 가지 방식으로 빛을 발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예린 양의 경우 토론 대회에서 신문 토론으로 쌓아온 그간의 내공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우연히 교내 토론 대회에 참가한 뒤 교육청 대회까지 나가게 된 예린 양은 그간의 토론 훈련 덕분에 서울 중부교육청 은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올린 것.

"대회의 주제가 '사형 제도를 둘러싼 찬반'이었어요. 사실 사형 제도는 그동안 아빠와 신문을 보면서 여러 번 접했던 내용이었거든요. 아빠와 이미 공부했던 내용이라 긴장하지 않고 좀 더 자신감 있게 얘기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제 예린 양은 아빠가 따로 권유하지 않아도 스스로 찾아서 적극적으로 토론 대회에 참여한다. 올해도 '투게더 디베이트 클럽'에서 열리는 토론 대회에 교장 선생님의 추천서를 받아 신청해 둔 상태다.

 

성적은 물론 인성 교육까지, 토론 교육의 힘

신문을 통한 토론은 학과 공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신문을 보며 핵심 내용을 파악하고 자신의 의견을 정리하는 것이 습관이 된 예린 양은 학교에서 공부하는 과목들도 중요한 부분을 쉽게 파악하고 이해한다. 특히 신문을 통해 실생활과 관련된 공부가 가능해져 암기도 쉬워지고 다양한 내용을 더욱 오래 기억할 수 있게 됐다. 가령 신문을 통해 신라 시대에도 황사가 있었다거나 황사가 심한 날 밖에 나가면 피부가 더욱 건조해진다거나 하는 재미있는 얘기들을 접하게 되니 학교 과학 시간에 황사를 주제로 딱딱한 수업을 해도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는 것. 뿐만 아니라 신문을 통한 토론은 부녀의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만들었다.

"사실 서로 바빠서 함께 시간을 보내기가 어려웠어요. 세대차가 나기도 하고 딸아이라 공통의 이야깃거리를 찾는 것도 쉽지 않았고요. 하지만 신문 토론 시간이 있으니 적어도 매주 한 번 이상은 딸아이와 오롯이 서로 집중하는 시간을 보낼 수 있죠. 신문을 보고 대화를 나누다 보면 자연스럽게 딸아이의 생각과 요즘 공부는 어떤지, 친구와 문제는 없는지 등도 알게 되고요."

신문 토론의 주제는 시사와 인문학, 과학과 철학 등 지식적인 부분을 넘어 인성 교육까지 영향을 미쳤다. 예를 들면 지난 5월 추신수 선수의 음주 운전 사건이 터졌을 때도 두 사람은 단순한 사건 이상의 많은 얘기를 주고받았다. 스스로 정상에 섰을 때의 외로움을 경계해야 하고 사투를 벌여야 하는 대상은 결국 자기 자신이라는 얘기까지. 굳이 이건 좋고 이건 나쁘다거나 이건 해야 하고 이건 하면 안 된다는 식의 규제를 하지 않아도 예린 양은 아빠와의 토론을 통해 자연스레 세상을 알아가고, 또 자신만의 올바른 가치 판단의 기준까지 세울 수 있게 됐다.

 

아이와 함께하는 효과적인 신문 토론

1 단기간에 실력이 늘기를 강요하지마라

신문을 주도적으로 읽는 것도, 자신의 의견을 논리적으로 말하는 것도 단기간 안에 이루어지긴 어렵다. 아이에게 무조건 신문을 읽으라고 강요하거나 자신의 생각을 말해 보라고 재촉하기보다 아이가 신문을 통한 토론에 흥미를 가질 때까지 기다려주는 자세가 필요하다. 부모와 제대로 된 토론을 나누기까지는 적어도 2~3년은 걸린다는 것을 기억하자.

2 신문 너머를 볼 수 있어야 한다

신문을 통한 토론을 하다 보면 아이가 자신의 생각이 아닌 그 신문의 방향성을 따라갈 우려가 있다. 신문은 여러 정보를 얻는 창구일 뿐 정답은 아니라는 것을 알릴 필요가 있는 것. 신문에서 얻은 정보 이상의 대화를 통해 아이 스스로 신문의 정보를 뛰어넘는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은 부모의 몫이다.


 

기획_강민경, 지희진, 엄수진, 박해나 사진_하지영, 김진희, 이민희, 강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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