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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남매 데리고 캠핑하기

[연재] 우리집 보물 넷, 사람 만들기

여행을 좋아하는 우리 부부, 결혼 전에 중국도 다녀오고, 일본도 다녀왔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은 자전거 하이킹이었다. 자전거 두 대에, 자전거용 가방을 싣고, 작은 텐트 하나 싣고 떠났던 여행이었는데, 조치원에서 경북 성주까지 꼬박 1박 2일을 달렸었다. 밤에는 기찻길 옆에 텐트를 치고 나는 텐트 안에서 남편은 밖의 벤치에서 잠을 잤다. 자기 전에 끓여먹은 라면 맛이 꿀맛이었고, 자전거로 내리막길을 내려갔던 그 유쾌하고 시원했던 기분을 잊을 수가 없다.

아이들을 낳고 키우면서 우리 부부는, 아이들이 얼른 커야 자전거 하이킹도 가고 캠핑도 가지 하는 생각에, 얼른 커라, 얼른 커라, 하며 주문을 외웠다. 그러나 2003년 결혼한 후, 바로 다음 해에 임신, 첫째 낳고, 일년 넘게 젖 먹인 후 또 임신, 수유 후 또 임신, 반복되는 임신과 출산과 수유로, 하이킹이나 캠핑은 꿈도 꿀 수 없었다.

그러던 중 넷째를 임신하며 가입한 다자녀 카페에서 캠핑을 다니는 다자녀가족의 후기를 읽었다. 우리집처럼 4남매를 둔 그 집은 막내 임신 때부터 캠핑을 다녀 지금 막내가 우리 셋째 정도 되는 나이가 됐다. 참 좋아보였다. 아이들도 참 잘 놀고, 오롯이 가족들만이 함께하는 시간들이 부러웠다.

부러우면 지는 건데, 하며 부러워만 하다가, 넷째가 6개월도 지난 시점에, 우리도 한번 시도해보자 하고 결심을 했다. 부러워만 하지 말고 실행해보자!

캠핑 관련 카페에 가입하고 정보를 모으며, 가을이 가기 전에 첫 캠핑을 가겠다고 준비를 했다. 캠핑장비 중고 매매 카페에 상주하며 어떤 물건들이 팔리는지 살피고, 우리 가족에게 맞는 텐트는 어떤 것일까 고민했다. 매장에 나가서 질문도 하고, 수도 없이 검색에 검색을 거듭했다.

우리의 두 번째 집이 될 텐트는 우연한 기회에 내 눈에 들어왔다. 우선 여섯 식구라 커야하고 튼튼해야 하는데, 그 조건에 딱 맞았다. 그리고 다 비슷비슷한 칙칙한 색의 텐트들 가운데 노란색 찬란한 빛깔을 자랑한다. 무척 비싼 다른 텐트들에 비해 가격도 합리적인 듯 보였다. 그래서 미국 아마존 사이트에 가입해 배송대행사를 이용해 직접 구입을 했다. 해외쇼핑을 하기는 또 처음이었다.

참 맘에 드는 노란색 우리집. 막내를 위해 휴대용 아기의자도 장만했다. 10월 1~3일 첫 캠핑. ⓒ원혜진


캠핑 용품들을 하나하나 마련하면서 참 즐거웠다. 우선 맘에 쏙 드는 텐트를 장만한 것도 좋았고, 이런저런 물건들이 배달돼 오는 것을 풀어보는 것도 꽤나 즐거웠다. 장비들이 종류도 많고 비싸고 부담스러웠지만, 우선 꼭 필요한 것들만 샀다. 가을이니 그늘막(타프)도 내년에 장만하자고 미뤄뒀다. 사실은 한동안 아무것도 못 하고, 컴퓨터 앞에 앉아만 있었더랬다.

그리고 드디어 9월 마지막 주, 첫 캠핑에 나섰다. 하늘은 맑고 파아랗고, 단풍이 지기 시작한 나무들도 예쁘고, 밤도 주울 수 있고, 공기도 좋고, 모든 것이 좋았다. 아이들은 흙투성이가 되어 돌아다니며 놀았다. 아직 엄마 아빠가 초보가 보금자리를 마련하는데 오래 걸리고 식사준비하는 데 오래 걸리기는 했지만, 아이들은 배고픈 것도 잊고 그저 놀았다.

아이들을 위해 여러 가지 장난감들도 준비했다. 활쏘기도 준비하고, 우리 텐트 옆에 꽂아둘 바람개비도 준비하고, 물고기를 잡아줄 통발도 준비했다. 해먹도 걸어줬다. 아이들은 밖에서 놀고 밖에서 잔다는 것 하나만으로 기분이 업 돼서 참 잘 놀았다.

해먹을 걸어주니 신나서 노는 아이들. 밝게 웃는 모습이 참 좋다. 10월 7~9일 두 번째 캠핑에서. ⓒ원혜진


밤에 너무 추울 것을 대비해서 집 근처의 캠핑장에서 두 번 캠핑을 했다. 요즘 캠핑이 대세라더니, 정말 그랬다. 사람이 너무 많았다. 집이 가까워 일찍 가서 좋은 자리에 집을 짓는 것은 가능했으나, 우리집 아이들 뛰노는 것이 다른 집에 방해가 되지 않을까 신경을 곤두세우게 됐다. 다른 집 장비를 구경하는 것도 재미진 한편 스트레스가 되기도 했다. 큰아들은 정말 커다란 텐트를 보더니 그집 아저씨더러 “아저씨는 부자에요?” 하고 천진난만하게 묻기도 했다.

그래서 세 번째에는 친정집 뒷산에다 텐트를 쳤다. 그야말로 야생의 캠핑이었다. 평평한 곳으로 자리를 잡고 풀을 베었다. 아이들도 함께 풀을 뽑고, 나뭇가지를 주워다모았다. 할머니 할아버지 엄마 아빠 이모 이모부가 텐트를 치고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중에, 아이들은 저희들끼리 나무를 자르고 불을 피우며 놀았다. 집에서 전기를 끌어다 텐트 안에 전기요를 깔고 작업등을 켜고 모닥불을 피워 고기를 구워먹었다.

아이들이 아무리 돌아다니고 떠들어도 걱정이 없는 뒷산 캠핑. 10월 29~30일 세 번째 캠핑에서. ⓒ원혜진



밤에 추우면 친정집에 들어가서 자려고 했는데, 전기요를 깔고 자니 그닥 춥지 않아 텐트에서 잤다. 아침에는 따뜻한 집으로 들어가 아침밥을 얻어먹고 장비를 철수해 집으로 돌아왔다.

평소에도 주말이면 외갓집에 가서 자는 걸 좋아하는 우리 삼형제, 신이 나서 뒷산을 뛰어다니는 걸 보니, 먼 데 갈 필요 없겠다, 아이들이 어리니 한동안은 우리집 전용 캠핑장으로 요 뒷산을 찜해야겠다. 막둥이가 아직 아기라, 혹한기만 제외하면, 뒷산에 텐트 치고 고기 구워먹고 불장난하고 잠도 자고 할 예정이다. 막둥이도 얼른 커서 오빠들 따라 산을 뛰어다닐 모습을 그려보니 그저 흐뭇하다. 아가씨, 얼른 커라, 얼른 커라, 놀아줄 오빠들도 많고 놀 꺼리도 많단다.

*칼럼니스트 원혜진은 3남 1녀(04년, 06년, 08년, 11년생)를 키우는 주부이다. 이화여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학원, 도서관 등에서 논술 강사로 일해왔으며, 커가는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갖기 위해 전업주부로 전향할 계획이다. 홈스쿨링과 자연 속에서의 삶을 꿈꾸며, 집안일하는 것보다 아이들과 책 읽고 노는 것을 더 좋아하는 철없는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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