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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알아야 할 아빠의 스트레스

갓 태어난 아이의 눈을 마주치는 순간, 엄마뿐 아니라 아빠도 새롭게 태어난다. 나를 닮은 존재가 세상에 존재한다는 경이로움을 느끼지만 곧 가장으로서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부담감 또한 밀려온다. 실제로 배우자의 임신과 출산, 육아 등 생애 전환기에 남편들이 겪는 스트레스 지수는 매우 높다고 알려져 있다. 

미국 시카고 노스웨스턴 대학교 연구팀이 평균 25세 남성 1만623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아이 출생 5년 이내에 우울증을 앓을 확률이 ‘아버지가 아닌’ 또래 남성에 비해 68%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미국 버지니아 의대의 연구 결과를 보면 10.4%의 아빠들이 산모처럼 산후 우울감을 느낀다고 한다. 

아이를 낳은 엄마와 마찬가지로 생후 12주 내에 우울감을 느끼는 아빠도 25%가 넘었다. 여성은 임신을 하면서부터 본능적으로 엄마가 될 준비를 하지만 아빠는 준비가 미흡한 것이 사실. 게다가 경제적인 책임만 다하면 좋은 아빠로 여겨지던 이전과는 달리, 가사나 육아에도 적극 참여해야 한다. 평균적으로 아빠가 되는 나이는 가장 열심히 일을 해야 하는 시기. 직장에서의 위치는 불안하고 맡은 일을 잘해내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이처럼 일에 대한 스트레스 지수가 높은 상황에서 가족을 부양해야 한다는 압박감까지 더해지면 스트레스는 배가된다. 한마디로 책임감은 무겁고, 할 일은 많으며, 기대치는 높은 상황. 가정의 경제를 책임지는 동시에 가사뿐 아니라 육아에도 적극적인 아빠가 되고 싶지만 안타깝게도 현실은 녹록지 않다.


▶ 아빠의 스트레스 원인

1. 경제적인 부담감

아이가 태어나면 이전보다 지출이 늘어난다. 당장 쓰는 기저귀며 분유 값, 병원비뿐 아니라 장차 커가며 들어가는 교육비까지 생각한다면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가족을 경제적으로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은 아빠에게 스트레스로 작용하기 쉽다.

2. 이전보다 더 커진 아빠의 역할

이전까지만 해도 가정에서 아버지의 역할은 돈을 벌어와 식구들을 풍족하게 먹여 살리는 것이었지만 요즘은 아빠의 역할이 더 확대됐다. 가족의 경제적 활동을 책임지는 것뿐 아니라 가사와 육아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길 바란다. 임신 열 달 동안 아이를 뱃속에서 키우며 천천히 엄마가 될 준비를 하는 아내와는 달리 아빠들은 상대적으로 준비가 미흡하다. 아빠 육아교실 등이 이전보다 많아지긴 했지만 참여 또한 쉽지 않다보니 시행착오도 많다. 아이가 태어나 부부 모두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아이를 돌보는 방법이 미숙하다 보니 아내의 핀잔을 듣기 쉽고 이는 좌절감으로 이어진다.

3. 라이프스타일의 변화

아이가 태어나면 생활 패턴 또한 완전히 달라진다. 집 안의 스케줄은 모두 아이 위주로 돌아가고, 영화를 보거나 여행을 가고 외출을 하는 등 평범한 일상생활에도 제약을 받는다. 주말에 쉬고 싶어도, 회식을 할 때에도 아내와 아이의 컨디션을 살펴야 한다. 제대로 쉴 시간이 없으니 피로는 계속 쌓인다.

4. 가정 내의 소외감

아이가 태어나면 아내의 관심은 아이에게 쏠린다. 이전엔 살뜰히 챙겨주던 아내가 자신을 소홀히 대하는 걸 보며 서운함과 동시에 상대적인 박탈감까지 느낄 수 있다. 아이가 커서도 마찬가지. 아이와 애착을 제대로 쌓지 못해 집 안에서 아웃사이더처럼 소외감을 느낀다고 고백하는 아빠들도 많다.

▶ 위기의 아빠들

감정 표현에 서툰 아빠들은 스트레스를 참거나 그대로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스트레스가 계속되면 신경이 예민해져 작은 일에 짜증을 내고 집중력이 떨어지며 아이 돌보는 일을 귀찮아하고 밖으로만 도는 등 회피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아이를 키우는 데 필요한 방법과 절차를 하나하나 습득하기보다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는 막연한 불안감과 상황의 무게에 압도되어 아빠로서의 역할을 해야 할 때 뒤로 한 발자국 물러나 침묵하거나 체념하게 되는 것이다. 지속적인 스트레스는 신체적인 트러블도 유발한다. 

유난히 피로감을 느끼고, 건망증이 생기거나 불면증이 장기간 이어지고, 심한 경우 공격적인 행동을 보일 때도 있다. 술 마시는 횟수가 늘어나거나 별일 아닌 일에 화를 내고 짜증을 내기도 하는데, 아내 입장에서는 가정을 돌보지 않는 남편이 원망스럽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자연스레 아내와 트러블이 잦아지고 일부는 가정불화로까지 이어진다. 아빠들의 스트레스는 아이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미국 정신의학회에서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울감을 느끼는 아빠 밑에서 자란 아이들이 산후우울증을 겪은 엄마를 둔 아이들보다 언어 발달에 더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환경에서 자란 아이는 장차 커서 또래들과 제대로 어울리지 못하고 문제행동이나 과잉행동을 보일 확률 또한 높다. 최근에는 아빠의 스트레스가 아이뿐 아니라 손자 세대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되기도 했다. 멜버른 대학교의 플로리 신경과학정신건강연구소에 따르면 과도한 스트레스 호르몬이 정자를 통해 다음 두 세대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 

엄마의 육아 스트레스 만큼이나 아빠의 그것도 결코 가볍지 않다. 아이는 엄마 아빠, 어느 누구 한 사람만의 수고나 노력으로 키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부모가 각자 맡은 역할을 충실히 해나갈 때 아이는 정서적으로 균형감 있게 자랄 수 있다. 이때 아내의 자세가 중요하다. 자기만 힘들다고 생각할 게 아니라 남편 또한 자신의 위치에서 가족을 위해 부단히 애쓰고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육아를 하는 데 있어 자신이 우위를 차지하며 제일 잘한다는 생각도 버려야 한다. 남편은 공공의 적도, 슈퍼맨도 아니다. 공통의 목표를 지닌 동반자이자 친구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 남편의 육아 스트레스 솔루션

아이를 건강하게 키우기 위해서는 엄마뿐 아니라 아빠도 행복해야 한다. 스트레스를 받는데도 속마음을 털어놓지 못하고 꾹 참다 보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보통 아빠 8인이 털어놓은 육아 스트레스에 대한 전문가의 조언.

Q : 퇴근 후 지친 몸으로 집에 가면 아내는 짜증부터 냅니다. 힘든 건 이해하지만 그럴 때마다 화를 참을 수가 없습니다.

A : 하루 종일 아이와 씨름한 아내는 몸과 마음이 치친 상태. 남편 또한 회사 일로 온종일 스트레스를 받고 집에 오면 잠시라도 편안히 쉬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다. 집에 오면 아내의 하소연도 들어주고 집안일도 돕고 싶지만 짜증이 이미 나 있는 아내의 얼굴을 보는 순간 이러한 마음이 연기처럼 사라진다. 시한폭탄처럼 누구 한 사람이라도 심기를 상하게 하는 말을 하는 순간 큰 싸움으로 이어지는 건 자명하다. 아내의 짜증이 도를 넘었다면 솔직하게 이야기할 것. 감정이 격해진 상황에서 말로 이야기를 하면 싸움으로 번지기 쉬우므로 좋은 분위기에서 속내를 솔직히 털어놓자. 이때 아내의 힘든 점을 공감한다는 사실 또한 분명히 이야기해야 한다.

Q : 주말 하루는 아이랑 놀아주고 싶은데 뭘 하고, 어떻게 놀아야 할지 난감해 늘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A : 여가 시간이 아빠에게 오히려 스트레스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특히 요즘 아빠들의 경우가 그렇다. 주말마다 아이와 뭘 하고 놀아줘야 할지 몰라 고민하는데, 매주 놀이공원에 가고 아이에게 아빠표 장난감을 만들어 준다고 해서 좋은 아빠가 되는 건 아니다. 아이와 둘이 휴식을 취하는 것도 여가를 보내는 좋은 방법이다. 아이랑 같이 거실에 누워 책을 읽거나 낮잠을 자고 음식을 함께 만들어 먹는 사소한 일상도 아이에게는 특별한 추억이 된다. 일주일 동안 있었던 일을 아이에게 이야기하거나 요즘 뭐에 관심이 있는지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줘라. 놀이터에 나가 그네를 함께 타고 아이의 자전거를 뒤에서 밀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Q : 회사에서 힘든 일이 있어도 꾹 참고 전혀 내색하지 않습니다. 이야기를 꺼냈다가 아내에게 괜한 걱정을 살까 걱정됩니다.

A : 대부분 남자들이 감정 표현에 인색하고 서툴다. 남자에게 힘들다는 고백은 경쟁에서의 패배를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기 때문. 이렇다 보니 회사에서 힘든 일이 있어도 아내에게 털어놓거나 상담하는 남편이 많지 않다. 평소 부부 간의 대화는 무척 중요하다. 아무리 오래 산 부부라도 오늘 밖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서로 말하지 않으면 속내를 알기 힘들다. 또한 따뜻하고 정감어린 말 한마디는 부부 사이에 큰 힘이 된다. 서툴더라도 평소에 감정을 표현하는 연습을 해보자. 따로 시간을 내기 힘들다면 잠자리에 들어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 대화를 나누어도 좋다. 그리고 상대방이 충분히 노력한다는 걸 잘 알고 있음을 표현하는 것도 중요하다. 아이 돌보느라 하루 종일 고단했을 아내에게 “오늘 힘들었지?”, “내가 뭘 도와줄까?”라고 먼저 말을 건네자. 이렇게 말하면 아내도 분명 남편과 대화를 이어나갈 것이다.

Q : 퇴근 후 집에 와서도 스마트폰으로 업무를 봅니다. 야근도, 주말 출근도 잦다 보니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거의 없습니다. 아내는 아내대로 서운해하고 그럴 때마다 저는 더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A : 평생직장이라는 말이 사라진 지 오래. 퇴근 후에도 스마트폰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아빠들이 대부분이다. 최근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아빠의 29%가 근무 시간 후에도 동료, 고객, 상사와 이야기를 나누어야 한다고 답했으며, 65%는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일자리를 잃을까 봐 불안하다고 답했다. 퇴근 후 가족들과 오붓한 시간을 보내기가 쉽지 않으니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도 당연히 적을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때다. 평균적으로 하루에 아빠들이 아이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은 60분 정도. 최대한 이 시간만큼은 잠시 휴대전화를 꺼두자. 퇴근 후에도 회사 일에 계속 신경을 쓰면 뇌가 극도로 긴장하고 그 결과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되어 신체뿐 아니라 정신도 긴장 상태에 놓인다. 긴장 상태가 지속되면 아이와 함께 있어도 집중할 수 없다. 하루에 1시간만이라도 가족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갖자. 얼마나 아이와 많은 시간을 보내느냐보다 얼마나 밀도 있게 보내느냐가 훨씬 더 중요하다.

Q : 영업직이라 하루 종일 돌아다니다 밤 9시쯤 퇴근해 집에 오면 아이를 직접 씻기고 잠깐이라도 놀아주려고 노력합니다. 그런데 일과를 모두 마치고 잠자리에 드는 시간이 보통 새벽 1시쯤 되니 정말 몸과 마음이 지칩니다.

A : 요즘 아빠들은 바쁘다. 직장 업무, 아이 돌보기, 집안일까지 신경 쓰다 보면 온전히 쉴 수 있는 시간이 없다. 이렇다 보니 극도의 정신적·신체적 피로감을 호소하며 무기력해지는 현상인 ‘번아웃 증후군(Burnout syndrome)’을 호소하는 아빠도 많다. 체력이 이전보다 떨어진 것 같은 느낌을 받거나 쉽게 짜증이 나고 감기·요통·두통 등 질환에 만성적으로 시달린다면 번아웃 증후군을 의심해볼 수 있다. 증상이 경미하다면 휴식만으로도 어느 정도 치유되지만 심한 경우 무기력증에 시달리거나 우울증에 빠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치료가 필요하다. 혼자 고민하지 말고 아내에게 몸 상태를 이야기하고 조언을 얻을 것. 업무 시간에도 장시간 한 가지 일에 집중하면 오히려 능률이 떨어지므로 60~90분 간격으로 일을 나누어 하고, 중간 중간 물을 마시거나 스트레칭을 하는 등 휴식을 취하는 게 좋다. 되도록 정해진 업무 시간 내에 일을 해결하고 퇴근 후에는 집에서 온전히 휴식을 취하자.

Q : 아이를 돌보다 실수라도 하면 아내의 잔소리가 시작됩니다. 매번 이러니 육아가 더 부담스럽습니다.

A : 많은 아내들이 서툰 남편 대신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나서서 일을 처리한다. 처음에는 아이를 위해 뭔가를 해주고 싶은 의욕에 넘쳤던 남편들도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흥미를 잃고 외면하게 된다. 게다가 용기를 내어 아이를 목욕시키고 있는데 옆에서 아내의 핀잔이라도 들으면 사기는 바닥으로 떨어진다. 처음부터 잘하는 엄마가 없듯 아빠 또한 배워야 한다. 아내가 자꾸 핀잔을 준다면 스스로 노력하고 있다고 이야기하자. 그래도 계속해서 핀잔을 준다면 ‘자꾸 이렇게 얘기하면 도움을 줄 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하는 것도 방법이다.

Q : 아내에게 쉬는 시간을 주고 싶어도 아내 없이 아이와 단둘이 있는 게 두려워 그러질 못합니다.

A : 아빠와 아이 사이에 사랑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관계가 형성되려면 둘이 직접적으로 만나는 시간이 있어야 한다. 스킨십은 아이와의 애착 형성에 큰 도움이 된다. 분유 먹이기, 기저귀 갈기, 목욕시키기 등이 대표적. 실제로 연구 결과 기저귀 갈기나 분유 먹이기 같은 돌보기나 놀이, 훈육 등 아빠 역할과 관련해 수업을 받은 아빠가 그렇지 않은 아빠보다 아이의 상호작용이나 반응을 더 많이 이끌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가 분유수유 중이라면 분유를 직접 먹여보자. 이때는 엄마가 젖을 물리는 것처럼 아이를 품고 꼭 안고 먹여야 하는데 아이와 눈을 맞추기 쉽고, 아빠의 심장 소리와 체온이 아이에게 전달된다. 기저귀 갈기와 목욕 하기 또한 아빠의 손길을 느끼게 하는 좋은 기회다. 자연스럽게 스킨십을 하며 아빠의 손길과 체온을 전달할 수 있기 때문. 서툴고 두렵더라도 단둘이 보내는 시간을 조금씩 늘려가는 게 중요하다.

Q : 아이가 있어 행복하지만 한편으론 내가 아이를 끝까지 책임질 수 있을지 두려움이 생깁니다.

A : 자식에게는 뭐든지 해주고 싶은 게 아빠의 마음이지만 끝까지 뒷바라지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고 불안한 마음이 들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불안감의 대부분은 앞으로 일어나지도 않을 일에서 기인한다. 아이는 금세 자란다. 한번 지나간 시간은 되돌아 오지 않는다. 지레 겁먹고 막연한 두려움을 갖는 건 시간 낭비다. 물론 아이를 키우려면 큰돈이 들어가므로 미리 계획하고 준비해두는 게 좋다. 앞으로 아이에게 들어 갈 비용을 따져보고 생활비를 적절히 분배할 수 있도록 아내와 미리 계획해야 시행착오도 적고 부담감도 줄일 수 있다.


기획 : 황선영 기자 | 사진 : 한정환 | 도움말 : 손석한(연세신경정신과 원장), 김영훈(의정부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참고도서 <엄마가 모르는 아빠 효과>(김영훈 저, 베가북스), <아이의 숨은 잠재력을 끌어내는 아빠 대화법>(전도근 저, 지식채널), <슈퍼파더>(안드레아 미쿠스·우베 볼만 저, 니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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