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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시태그로 보는 엄마맘] 시련은 엄마를 강하게 만든다

위기를 겪으며 더 단단해진 엄마와 아기. ⓒ여상미위기를 겪으며 더 단단해진 엄마와 아기. ⓒ여상미

결혼 3년 차, 아이를 기다렸던 것은 맞지만 계획된 임신은 아니었다. 그래서 임신 전에 꼭 챙겨 먹어야 한다는 엽산도 먹지 않았고, 아이가 생긴 줄 모르고 감기약 복용은 물론 건강검진 중 CT 촬영까지 했던 터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임신 확진을 받고 돌아오는 길이 마냥 기쁠 수만은 없었다. 밤새 인터넷 카페며 뉴스 등을 찾아보며 이럴 때에도 아이가 괜찮은 건지 알아봤지만 시원한 답변은 어디에도 없었다. 무언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다는 생각에 찝찝한 기분을 떨치기 힘들었고 마음의 안정이나 태교보다는 혹여 아이한테 무슨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까 걱정만 가득했다.

다행히 아기는 건강했고 어느덧 비교적 안정적인 중기 단계에 접어든다는 진료를 받고 돌아온 날이었다. 무탈하게 잘 넘어간 초기 단계를 자축하며 이날만큼은 걱정을 내려놓고 임산부라면 조심해야 한다는 초밥에 삼겹살, 아이스크림 등을 신나게 먹고 잠이 들었다. 그런데 새벽 무렵 갑자기 느껴지는 구토 증세에 잠이 깬 나는 이어 난생처음 몸이 뒤틀릴 만큼 고통스러운 아랫배 통증을 느꼈다. 서둘러 달려간 병원 응급실에서는 정말 뜻밖의 진단이 나왔다.

급성 충수염. 맹장의 염증 수치가 너무 높아서 당장 수술하지 않으면 터질 수 있다고 했다. 임신 중 당뇨 검사, 기형아 검사 등등 이름만 들어도 무서운 검사들과 그 결과를 기다리며 노심초사했던 때에도 이때만큼 무섭지는 않았던 것 같다. 임신 중 수술이라니! 이런 상황이 나에게 생길 거라곤 상상해 본 적도 없는 일이었다.

천신만고 끝에 무사히 마친 수술 직후 초음파로 확인한 아이의 심장 소리를 들으며 임신 후 처음으로 온 마음을 다해 가만히 배를 쓸어 보았다. 아직 모성애가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내 안에 있는 이 작은 생명이 세상에 태어나기 위해 정말 최선을 다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미안하고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또, 그 마음은 걱정만 하다 놓쳐버린 소중한 시간들에 대한 후회로 이어졌다. 사실 지난날 했던 모든 걱정의 초점은 나에게 맞춰져 있었지 막상 아기를 위해서 진심을 다해 고민한 일이 있었을까? 엄마가 된다는 것 자체는 분명 축복받을 일이지만 아무런 노력 없이 그 축복을 누린다는 것은 너무 이기적인 마음이었구나!

그러나 수술 이후에도 봄철 황사에 비염이 심하게 재발하는가 하면 욕실에서 미끄러지는 사고 등 크고 작은 위기들은 계속됐다. 대체 이대로 무사히 아이를 낳을 수 있을까 싶은 걱정이 다시 뭉게뭉게 피어오를 때마다 나는 주문처럼 괜찮다 괜찮다를 중얼거렸다. 어쩌면 나의 태교는 불안한 마음을 떨치려는 일종의 수련이었을지 모르겠지만 그 이면에는 '네가 어떤 아이라도 사랑하겠다'는 굳은 각오와 책임이 자리 잡았던 것 같다. 아이와 단둘이 차가운 수술실을 무사히 벗어났던 그 날부터.

마침내 아기와 처음 대면한 날! 내가 아이를 마주하고 내뱉은 첫 마디는 이랬다.

"아기가 왜 이렇게 빨개요?"

그간 머리와 가슴으로 준비한 멋진 말들은 어디다 내버리고 고작 저런 말을 했을까. 지금도 떠올리면 웃음 나고 후회스러운 에피소드지만 임신, 태교, 출산 모든 게 처음인 초보 엄마는 그렇다. 첫아이를 가진 세상 모든 엄마는 엄마가 처음이니까. 그렇기 때문에 지금도 나와 같은 걱정을 하고 있을지 모를 엄마들에게 조금 부족한 환경에서 아이를 가졌더라도, 또 그렇게 태어났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힘내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 적어도 내 경험상 같은 아픔을 겪고 있는, 혹은 겪었던 이의 위로가 가장 큰 도움이 됐으니 말이다.

연습해 볼 수도 없는 이 모든 경험이 처음인 초보 엄마는 오늘도 좌충우돌이지만 역시 조금의 시련은 엄마를 더 강하게 만든다고 믿는다.

*칼럼니스트 여상미는 이화여자대학교 언론홍보학 석사를 수료했고 아이의 엄마가 되기 전까지 언론기관과 기업 등에서 주로 시사·교양 부문 글쓰기에 전념해왔다. 한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은 아이와 함께 세상에 다시 태어난 심정으로 육아의 모든 것을 온몸으로 부딪히며 배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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