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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의무에 대하여

부모가 되면 으레 자연스럽게 자식에 대한 의무가 생긴다. 실질적인 양육 의무뿐만 아니라 ‘아이에게 좋은 부모가 되고 싶다’는 개인적인 바람과 의지까지 더해져 많은 부모들이 고군분투한다. 하나부터 열까지 오로지 내 손으로 직접 돌봐야 하는 존재, 내 아이. 이처럼 누군가에게 절대적인 존재가 된다는 건 아마도 자식이 부모에게 선사하는 가장 큰 축복이자 경험이 아닐까. 하지만 동시에 이는 알게 모르게 굉장한 부담으로 다가온다. 육아의 방법이 틀리지는 않았는지 수시로 불안감이 드는 탓이다. 

특히 초보 엄마들이 이런 부담감을 많이 호소한다. 자람패밀리 이성아 대표는 육아에 대한 시각 자체를 바꾸라고 조언한다.“‘잘하고 싶다’는 것에만 집중하지 말고, ‘나는 왜 육아를 잘하고 싶은 걸까?’ 한번 생각해보세요. 우리는 육아뿐만 아니라 직장 생활, 인간관계 등 일상의 많은 영역에서 의무감을 느낍니다. 우리가 의무감이나 책임감을 가진다는 건 그 일에 관심이 매우 높거나 나에게 그만큼 가치가 있다는 뜻이죠. 육아는 말할 것도 없어요. ‘애 키우기 힘들다’고 하지만 부모들은 다시 또 마음을 다잡고 잘하려고 노력하죠. 의미와 가치가 있기 때문이에요. 그러니 내 앞에 놓인 과업처럼 무조건 의무적으로 잘해내야 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나한테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라고 접근해보면 어떨까요? 육아의 기준이 아이가 아닌 ‘나에게 가치 있는 일, 그래서 즐겁고 행복한 일’이 되는 거죠.”

모유수유, 이게 그렇게 중요해?

Q ‘완모’, 엄마라면 한 번쯤 꿈꾸는 목표가 아닐까요? ‘아기에게 가장 최적화된 영양분’이라는 명목하에 모유수유는 엄마라면 꼭 해내야 할 숙제처럼 여겨지는데요. 그런데 수시로 아기에게 젖을 물리다 보니 몸이 피곤해서 저는 모유수유가 별로 행복하지 않아요. 그런데도 모유수유를 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쉽게 떨쳐내지 못하겠어요.

A 완모가 얼마나 좋은지를 떠나서 우선 ‘나는 왜 완모를 하고 싶을까?’ 생각해보세요. 물론 모유수유는 아이의 건강이나 정서 발달에 분명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그것만이 유일한 방법은 아니에요. 완모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엄마의 몸과 상황이 따라주는 만큼만 하면 돼요. 개인에 따라 모유 분비량이 다 다른데다, 직장 등 모유수유를 할 수 없는 환경적인 요인도 많으니까요. 그러니 죄책감은 느끼지 마세요. 엄마 스스로를 힘들게 할만큼 의무감을 가질 필요도 없습니다. 모유수유를 하고 싶다는 건 내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길 바란다는 것이잖아요. 그 긍정적인 의도만 가져가고 각자 맞는 방법을 찾으면 됩니다. 모든 일에는, 특히 육아에는 절대적인 기준이라는 게 없으니까요.


맘 커뮤니티,꼭 가입해야 돼?

Q 주변의 얘기를 들어보면 ‘산후조리원 동기 모임’이 그렇게 끈끈하다고 하더라고요. 또래 엄마들끼리 아이 데리고 삼삼오오 짝지어 다니기도 하고요. 그런데 저는 내성적인 성격이라 남들과 친해지거나 관계를 오래 지속하는 게 어려워요. 남들은 다 하는 커뮤니티 모임, 안 하면 많이 손해인가요?

A 이러한 고민도 본질적인 질문으로 접근해보세요. ‘엄마들 커뮤니티가 나에게 왜 필요할까?’ 생각해보는 거죠. 임신한 순간부터 여자들은 제2의 삶을 살게 되는데, 그동안 쌓아오고 유지해왔던 인간관계에도 큰 변화가 생깁니다. 그런데 의외로 많은 엄마들이 과거를 그리워해요. ‘아이 태어나기 전에는 밤새 놀았는데’, ‘싱글 친구들하고 노는 게 재밌지’ 이렇게요. 하지만 아이와 더불어 살아가면서 필요한 관계가 생기는 거라고 생각해보세요. 아이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거나, 혹은 본인의 필요에 의해 관계를 유지하는 거니까요. 물론 그런 모임이 적성에 맞지 않거나 여건상 할 수 없다면 그것도 잘못이 아니죠. 중요한 것은 인간관계의 주체는 ‘나’라는 거예요. 관계가 내 생활과 삶을 지배하게 두는 것은 어떤 경우에도 좋지 않아요. 손해도 아니고, 잘못된 일도 아니랍니다.

태교여행·출산여행, 꼭 가야돼?

Q어쩔 수 없이 주변 엄마들이 아이와 어떻게 놀고, 시간을 보내는지 유심히 관찰하게 됩니다. 오감육아다 뭐다 해서 일찌감치 문센을 찾는 엄마들도 있고, 돌쯤 되면 가까운 해외여행 한 번 가는 게 마치 코스처럼 짜여 있기도 한데요. 저희는 맞벌이라 시간적 여유도 없고, 아직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아이와 여행을 가는 것이 엄두가 나지 않아요.

A아이의 오감은 억지로, 인위적으로 발달하는 게 아니라 일상생활을 통해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겁니다. 교과서와 조미료를 펼쳐놓고 “이건 짠맛이고, 이건 단맛이야” 하는 것보다 다양한 음식을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미각이 발달하는 것처럼요. 아이와 주말마다 어디에 꼭 가야 한다, 어떤 클래스를 들어야 한다는 것 또한 철저히 부모의 입장이고 욕심이에요. 실제 상담 사례 중에 아이에게 많은 경험을 시켜주고 싶어서 주말마다 여행, 체험학습을 빠지지 않고 다니던 엄마가 있었는데 그 집 아이가 하루는 “엄마, 이번 주말에는 그냥 집에서 놀면 안 돼?”라고 말하더래요. 지치지 않는 아이들도 부모가 너무 과욕을 부리면 버거워합니다. 그게 무엇이든 아이의 컨디션과 성향에 맞추는 게 중요해요. 차분하게 앉아서 노는 걸 좋아하는 아이에게 활발하게 뛰어놀지 않는다고 걱정하고 채근하는 게 과연 옳을까요? 아이의 오감은 일상생활을 하면서, 편안하고 모두가 행복한 가정의 분위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발달하는 것이랍니다. 나와 우리 가족이 함께 행복하기 위한 노력만으로도 충분해요.


하나부터 열까지 육아서와 다른 아이, 내가 뭘 잘못한 걸까?

Q 좋은 엄마가 되고자 나름 공부도 하고 주변의 조언도 많이 들었습니다. 신생아 때부터 아기에게 올바른 식습관과 수면습관을 들이려고 최선을 다했고요. 그런데도 쉽지 않아요. 제가 뭘 실수하거나 놓친 건 없는 걸까요?

A 가장 중요한 기본은 내 아이를 살피고 관찰하는 데 집중하는 거예요. 그리고 아이에게 맞는 나만의 육아 방식을 찾아가는 거죠. 그 과정에서 주변의 조언을 듣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어요. 다만 조언이 현실과 맞지 않는다고 해서 좌절할 필요는 없어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는다는 건 해답을 찾기 위함이 아니라 내 아이를 조금이라도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입니다.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아이가 있구나, 내가 아이를 잘못 키우고 있는 것이 아니구나’라는 여유를 찾아 보세요.


기획 : 황선영 기자 | 취재 : 김은향(프리랜서) | 사진 : 이혜원 | 도움말 : 이성아(자람패밀리 대표)

육아에 대한 부담은 모든 엄마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된 고민이자 숙제다. 아무리 주변에서 조언을 해줘도 불안감을 쉽게 떨쳐내기 힘들다. 초보 엄마들의 아주 흔하고 지극히 사소한 고민들, 어떻게 대처하고 해결하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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