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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낳고 나선 모든 게 아이 중심.. 나는 어디로?

Q. 아이는 한시도 쉬지 않고 자신의 욕구를 표현하고 저는 아이의 욕구를 충족시키는데 온 힘을 기울입니다. 아이의 욕구는 어느 정도 충족이 되겠지만 밥 먹이고, 씻기고, 빨래, 청소 후 아이가 잘 때까지 나를 위해 하는 것은 얼른 배 채우고, 씻고, 아이를 재우며 같이 잠드는 식입니다. 아이가 귀엽고 사랑스럽지만, 삶이 재미가 없고 아이 낳은 걸 후회하면 안 되는데 모든 게 불만족스러워요.

즐겁고 의미 있는 삶은 아이와 부모 모두에게 중요합니다. ⓒ베이비뉴스즐겁고 의미 있는 삶은 아이와 부모 모두에게 중요합니다. ⓒ베이비뉴스

A. 아이는 축복이자 삶의 기쁨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아이가 웃으면 나도 기쁘고, 아이가 맛있게 먹으면 내 배도 부른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아이의 출생 이후의 상황이 지옥, 전쟁, 감옥과 같은 극단적인 말들로 표현되는 것으로 볼 때 후회나 불만족과 같은 말은 상대적으로 덜 극단적인 표현인 것 같습니다. 그럼 왜 사랑스러운 아이를 두고도 내 삶이 불만족스럽게 되는 걸까요?

◇ 아이의 욕구를 위해 살아가기

아이를 돌보는 상황은 아이의 출생 이전의 상황과는 많이 다릅니다. 처음에는 별로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머지않아 시도 때도 없는 긴장 상황이 연속적으로 들이닥쳤다가 지나가고, 긴장감을 잠시 내려놓는 아주 짧은 순간 출생 이전의 삶이 까마득히 멀게 느껴지는 순간이 옵니다. 그때가 돼서야 생명에 대한 무게감과 내게 온 아이에게 집중하기 위해서는 다른 식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매 순간 아이에게 주의를 기울이고, 아이의 욕구를 최우선으로 충족시키며, 아이를 위해 돈을 쓰고, 일과는 아이를 중심으로 짜고 보내게 됩니다. 그런 다음 혹시 시간이 남더라도 아이와의 놀이나 교육 등 또 다른 뭔가에 쓰게 됩니다. 아이를 돌보기 위해 예전에 자신을 위한 많은 활동과 시간을 포기하게 되며 아이의 식사와는 달리 자신의 식사는 남은 음식 몇 숟가락 털어 넣는 것으로 대신합니다.

이런 양육과정을 대부분 부모는 아이를 낳고 난 후부터 배우기 시작합니다. 어떻게 내 아이에게 맞게 먹이고, 씻기고, 재우는지를 익히고, 아이가 자라남에 따라 아이의 생존과 발달에 필요한 것들과 아이가 원하는 바를 충족시키기 위해 또 다른 기술들을 연속적으로 익히게 됩니다. 아이를 기르는 상황이 기대와 달리 유쾌하고 만족감을 충분히 주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입에 담기도 싫지만 잠시 후회감이 들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양육 과정에서 부모는 아이의 감정과 욕구에 맞춰 사는 데 익숙해집니다. 대신 배우자뿐만이 아니라 자신의 감정과 욕구에는 무뎌지게 됩니다. 그리고 삶이 불만족스럽더라도 다른 대안을 찾는 것에 무기력해집니다.

◇ 어떻게 욕구가 충족되지 못했는지 알 수 있을까요?

욕구가 충족되지 못하면 갑작스레 화를 내기도 하지만 별다른 감정이 일어나지 않기도 합니다. 아이와 달리 성인의 경우 역할과 책임에 맞추어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미루거나 포기하는데 익숙한 나머지 자신의 감정과 욕구에 무감해지기 때문입니다. 남자 성인의 경우 걱정이 될 때도 화를 내고, 답답할 때도 화를 내어 좀 헷갈릴 수도 있습니다. 육아에 지친 엄마들은 즐겁지도 않지만 크게 기분이 나쁘지도 않은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두 경우 모두 자신의 감정을 알아차리고 표출하는데 취약합니다. 그러나 아이의 욕구를 파악할 때 정서 상태를 먼저 공감하듯이 성인의 욕구도 자신의 정서 상태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쉽게 드러날 수 있습니다. 충족되지 못한 욕구는 우울, 불안, 분노, 짜증과 같은 부정적 정서를 유발하고, 두통, 위장장애 등 신체적인 질환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그래서 언제, 어떤 상황에서 부정적인 정서가 발행됐는지를 돌아보면 잠재된 욕구를 알아차리는 데 도움이 됩니다.

◇ 어떤 욕구가 충족되지 못했을까요?

아이 낳은 것이 후회스럽다거나 현재의 삶이 불만족스럽다는 것은 뭔가 충족되지 못한 욕구가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각자가 처한 상황도 다르고 상황에 대한 해석도 다르고 욕구도 다를 수 있습니다. 가령 불만족스러운 기분이 드는데 그게 뭔지 잘 떠오르지 않고 다른 대안은 없어 보이는 상황을 가정해 봅시다.

같은 상황에 어떤 사람은 자신을 돌아볼 만한 여유가 없기 때문에 불만족스러울 수 있고, 다른 사람은 더 나은 대안이 없기 때문에 불만족스러울 수 있습니다. 전자의 경우 마음의 여유를 찾을만한 시간이 필요한 것이고, 후자는 주변 사람들이나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것입니다. 만약 내가 선택할 수 없다는 것이 불만족스러운 이유라면 선택할 수 있는 부분과 없는 부분을 나누어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적어도 어떤 마음가짐으로 받아들일지는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결국, 욕구는 숨은 그림처럼 가려져 있어 명료화에 좀 더 공을 들일 필요가 있습니다. 그다음에는 여러 가지 욕구가 동시에 생기더라도 순서를 정한다거나 실행할 수 있는 여력도 가져볼 만할 것입니다.

◇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까?

우선 자신을 돌볼 수 있는 시간과 여유를 찾아야 합니다. 자신이 이미 지쳐있으면 상황을 왜곡되게 받아들이고 판단도 어려워지게 됩니다. 여유시간을 가지기 위해 주변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도움을 받는다는 것은 수치스러운 것이 아닙니다.

다음으로 집중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면 내게 드는 기분이 불안인지, 우울함인지, 분노인지 구분해보고 어떤 욕구가 충족되면 기분이 좋아질지를 찾아봅니다. 얼른 판단하기에 불만족스럽고 화가 나는 것 같지만 사실 불안하기 때문에 분노 행동을 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또한, 비슷한 상황에서도 욕구는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나의 상황과 기분에 집중해야 합니다.

욕구를 찾았다면 충족이 가능한 것인지, 어려운 것인지, 어렵다면 장애는 무엇인지, 대안은 뭔지를 찾아야 봅니다. 욕구가 복잡하고 여러 가지라면 기록해두었다가 차차 시도해 볼 수도 있습니다. 상황에 따라 욕구 간에 충돌이 있을 수 있습니다만 나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다른 누구의 욕구가 무시되거나 배제되어서는 안 됩니다. 아이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부모가 욕구를 포기하거나, 부모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아이의 욕구를 무시할 필요도 없습니다. 조정하는 데 시간은 걸리겠지만 상황에 따라 우선순위를 정할 수도 있고, 대안도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는 자신의 욕구에 따라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분명히 얘기하는 편입니다. 다만 욕구가 즉각적으로 충족되지 못할 때 감정조절이 어렵거나 욕구를 추구해가는 과정에 대한 연습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자기가 원하는 바를 정확히 표현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반면 부모는 자신의 역할과 책임에 집중한 나머지 자신의 감정 상태나 평소 자신의 욕구가 뭔지를 알아보는 데에 소홀해지기 쉽습니다. 그래서 잠시라도 육아에서 벗어나기를 바라지만 막상 짬이 생기면 뭘 해야 할지 생각이 나지 않게 됩니다. 아이를 기르는 자체가 큰 욕구가 되고 아이를 통해 큰 만족감을 얻게 됩니다. 그러나 양육만으로 모든 욕구가 충족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부모도 아이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알아차리는 연습이 필요한 것입니다.

즐겁고 의미 있는 삶은 아이에게나 부모에게나 모두 중요합니다. 아이가 비록 발달상의 이유로 부모의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지만, 분명히 다른 자아를 가진 개체이고 성인이 되면 스스로 자신의 삶을 가꿔야 하는 책임이 있습니다. 부모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을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드는 것은 자신의 몫입니다.

*칼럼니스트 박지훈은 가톨릭대학교 심리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2009년부터 한국가이던스 연구원으로 심리검사 및 진단도구의 개발을 기획하고 관리하였으며 심리검사를 활용한 교육프로그램 개발을 담당해왔다. 또한 성격심리, 심리검사, 전산통계, 인적자원관리와 관련한 강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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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부모, 현명한 부모] 아이 낳은 게 후회스럽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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