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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신할머니, 왜 하필 쌍둥이래요?' 우리 만남은..

모처럼 긴 오침을 즐기는 쌍둥이들. ⓒ전아름모처럼 긴 오침을 즐기는 쌍둥이들. ⓒ전아름

혼전임신이다. 임신을 확인했던 당시 나는 32살이었고, 당시의 남자친구이자 현재의 철없는 애아버지인 남편은 35살이었다. 다리몽댕이 '뽀사지고', 머리 빡빡 밀릴 각오로 가족에게 알렸는데 웬걸, 양가 모두 '갈 때 됐다'며 혼전임신을 오히려 반기는듯 했다. 결혼해서 애를 낳고 살아야 진짜 어른이 된다며 칭찬도 받았다. 다행스럽게도, 거기까진 아무 문제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쌍둥이란다.

처음 임신을 확인했을 땐 안 보이던 아기집이 갑자기 두 개가 됐다. 이 소식을 친정 아빠에게 전하니 땅이 꺼질 듯 한숨을 쉬었다. "너는 엄마도 없는데 어떻게 키울래?"라고 했다. 쌍둥이를 반기지 않는 친정 아빠가 야속했다. '왜 하필 쌍둥이냐'고 타박하듯 묻는데 속상해서 할 말이 없었다. 엄마 대신 상견례 자리에 나와 주신 작은고모도 쌍둥이 임신 소식을 듣자마자 "아이고, 하느님 아버지"라는 말부터 하셨다.

친구들도 비슷했다. "아니 어쩌다가?"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마치 길을 걷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거나, 현금을 잃어버리거나, 모처럼 산 좋은 옷에 얼룩이 묻었을 때의 반응과도 같았다. 나는 도대체 주변에서 왜 이렇게 걱정을 하고 탄식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냥 축하한다는 말이나 하면 될 것을 "아이고 어쩌면 좋으니"같은 말은 왜 하냔 말이다.

물론 애들을 키우다 보니 왜 그런 반응이었는지 이해하게 됐다. 그 이야기는 차차 하기로…

◇ 우럭이나 광어한테도 자연산이냐고 물으면 실례입니다

탄식에 이어, 타인에게 쌍둥이를 임신 중이라고 하면 백이면 백, 집안에 쌍둥이가 있느냐고들 묻는다. 그러나 우리 집과 남편 집의 다사다난한 가족사를 아무리 헤아려봐도, 조상님의 조상님까지 거슬러 올라가더라도 쌍둥이는 단 한 명도 없다.

친정아빠는 곰곰이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다 "너희 할아버지가 6.25 전쟁때 피난하면서 북에 두고 온 가족 중에 누군가 쌍둥이가 있을 것 같다"고 했지만 확인 불가, 사실무근의 추측에 불과하다. 얼마나 믿기지 않으면 그런 말까지 했을까 싶기도 하다.

사람들이 그다음으로 궁금해하는 것들이 있다. 쌍둥이를 자연임신 한 것인지, 인공수정이나 시험관 시술로 임신한 것인지 확인하고 싶어 한다.

쌍둥이가 우럭이나 광어도 아닐진대, '자연산이에요?'라고 묻고 싶어서 입술이 근질근질한 게 보인다. 그들의 말마따나 '자연산'이든, '양식'―실제로 애를 '양식'한 거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이든, 그런 질문을 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무례한 일임을 알았으면 좋겠다. 쌍둥이 부모들 대부분 그런 질문에 상처를 받는다. 굉장히 사적인 영역이기 때문이다.

시술이든 아니든, 아기는 엄청난 확률과 전쟁 같은 수정과정을 거쳐 엄마의 몸에 자리를 잡는다. 로또 1등 당첨 확률은 약 800만 분의 1. 그러나 전혀 다른 곳에서 태어나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아온 두 남녀가 만나, 연애를 하고 사랑을 하고, 심지어 엉겁결에 임신을 해 쌍둥이를 낳을 확률은 문자나 숫자로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대충 표현해 보자면, 우주에서 떨어진 목화씨 한 알이 문익점 선생의 필통 속에 들어가, 그 씨앗이 번식에 번식을 거듭해 내가 현재 입고 있는 티셔츠의 실 한 오라기를 장식하고 있을 확률 정도로 계산해 보자면 얼추 수가 맞을까.

우연을 가장한 엄청난 필연으로, 당장 내일이 오지 않을 것처럼 철없이 살던 두 남녀가 만나 결혼을 했고, 지금 우리 옆에서 태어난 지 150일 된 쌍둥이들이 모처럼 긴 오침을 즐기고 있다. 아직도 가끔 믿기지 않지만, 우리는 그렇게 쌍둥이 부모가 됐다.

*칼럼니스트 전아름은 용산에서 남편과 함께 쌍둥이 형제를 육아하고 있는 전업주부다. 출산 전 이런저런 잡지를 만드는 일을 했지만 요즘은 애로 시작해 애로 끝나는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Copyrightsⓒ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

[용산 트윈스 육아일기] 혼전임신, 결혼, 그리고..얼떨결에 쌍둥이 부모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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