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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왜 이렇게 싸우는거야?

SCODE #17

사랑하는데, 이렇게 많이 싸우는 이유

사랑하는 사이. 서로를 애인이라 부르며 둘은 사랑을 한다. 좋은 감정을 공유하고 시작한 관계니 늘 좋을 줄만 알았는데, 사랑 한다는 것은 부딪히고 싸우다의 다른 말 같은 나날이 많다. 내 남자친구가 나와 이렇게까지 맞지 않는 사람일 줄은 예상치도 못했다. 만나면 싸우는 게 일이 되어버렸는데, 이렇게 계속 만나는 게 맞는 건지. 블록처럼 처음부터 딱 맞아 떨어지면 좋겠지만 살아온 역사가 다른 두 사람이 만나는데, 그건 아마 연애에 대한 환상 같은 거겠지. 취향이 너무 비슷해서 호감을 느낀 경우라 하더라도 그 사람이 고작 취향으로 설명되진 않으니까.

끝내는 방식, 싸우고 나서의 행동을 보고 판단하는 게 좋다. 그런 말이 있지 않나. 애정이 있으니 싸우는 거라고. 싸울 수 있다는 건 그만큼 관계에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

물론 그걸 깨달은 건 몇 번의 연애에서 지쳐버린 후였다. 연인이라면 으레 사이가 좋아야 하고, 갈등 요소가 두드러지지 않아야 행복한 거라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다. 난 그때 싸우는 게 무서웠다. 싸우면서 의견 차를 좁히는 일이 두려웠다. 싸우는 건 나에게 공포였다. 인간이란 얼마나 자기 중심적인지. 내가 그렇게 참고, 져주고, 이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희생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마치 내 사랑만 숭고한 것처럼. 상대방을 이기적인 사람으로 만들고 그럼에도 그를 보듬어 사랑하는 나 자신에게 빠졌다. 둘이서 해야 마땅한 사랑을, 혼자만의 감정에 취해 혼자 사랑하고 있었다. 내가 그를 사랑하는 만큼 보상받지 못한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사랑은 점점 기울어졌다. 그때 관계를 끝냈어야 했다. 그럼에도 내가 이렇게 참고 인내한 관계니, 억울해서라도 끝낼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가 나를 여전히 사랑하고 있는지 증명받고 싶었다. 그칠 줄 모르는 나의 애정 갈구. 상대는 자신에 대한 신뢰가 없어서 내가 자꾸 애정을 갈구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는 이내 그걸 견디지 못했다.

만족할 줄 모르는 사람. 기대를 채워주기 어려운 사람. 야속하게 들렸던 그의 말이 지금 돌이켜보면 가장 나를 잘 아는 사람이라 해줄 수 있는 정확한 말이었다. 당신은 '사랑'의 정의를 공유한 적이 있나? 난 너무 늦게 깨달았다. 상대가 이 관계에서 추구하려는 사랑이 무엇인지 궁금해한 적이 없다는 것을. 사랑에 푹 빠졌다고 생각한 그 시기에 나는 사랑을 전혀 모르는 상태였다. 그런 이기적인 나를 토닥거려 주면서 내가 하고 싶어하는 대로 맞춰 준 건 그 사람이었다. 늘 내게 말로 표현하는 게 어려우면, 넌 글을 잘 쓰니까 편지로 네 얘기를 해달라고 하던 사람이었는데. 나는 편히 내 속내를 말한 적도, 쓴 적도 없다. 철저한 실패가 지금의 깨달음을 준 것일 테지만,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걸 알고 나서도 타고난 나의 어떤 기질들은 연애를 망치는데 여전히 한 몫하곤 한다. 사랑은 여전히 어렵다. 나의 실수를 반복할까봐 두렵고, 조심스럽다. 우리는 서로를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그 사랑이 뭔지 모른 채 사랑을 말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그저 관성처럼, 사랑을 유지하기 위해 사랑한다고 말한 지도 모른다. '너를 사랑해' 말하지만, 나를 더 사랑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혹자는 말한다. '뭐 그럴 수도 있는 거 아니냐' '사랑을 너무 거창하게 생각하는 거 아니냐'고. 가벼이 여기면 한없이 가벼울 수도. 무게를 더하고자 하면 먹먹해질 정도로 무거울 수 있는 게 사랑이다. 사랑이란 상대적이고 주관적인 것이어서 사랑을 규정하는 건 우스운 일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불확실한 사랑에 나는 오늘도 휘둘린다.

에디터 김은정

글 현정

사진 영화 <체실 비치에서> 스틸컷

SCODE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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