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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팅 청문회

몇 가지 질문이면 첫 만남에서도 내 사람인지 아닌지 판가름할 수 있다는 소개팅 킬러 남녀에게 자신만의 킬링 파트를 물었다

가장 오래 만났던 연애 기간은?

이 질문은 상대방이 마음에 들었을 때, 첫 만남에서 3차까지 갔을 때 술자리에서 던지는 질문이다. 질문을 추가해 마지막 연애는 언제였는지, 어떤 이유로 헤어졌는지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지면 그 사람이 나를 가볍게 만날 사람인지 아닌지 판가름하는 힌트가 된다. 한두 달 만나고 헤어져도 아무렇지 않은 사람보다 최근에 한 연애가 없어도 오랜 연애를 한 사람이 관계를 중요하게 여긴다고 느낄 때가 많았다. 또 연애 기간이 길었다는 것은 상대에 대한 많은 이해와 배려가 동반됐을 거라는 나만의 기준도 있다. (여, 30세, 네일 아티스트)

고기 좋아하세요? 첫 만남에서 파스타 먹으러 가자는 남자는 일단 비호감이다. 고기야말로 누군가와 가장 빨리 친밀해질 수 있는 음식이라고 생각한다. 또 고기를 굽는 동안 자연스럽게 상대의 성격을 엿볼 수 있는 순간들이 발생한다. 서로 음식을 준비해 가면서 대화를 이어 나가야 하는데, 이때 그가 지닌 센스와 배려가 나타난다. 기름이 튈까 봐 앞치마를 챙겨주는지, 서빙하는 사람을 어떤 호칭으로 부르는지, 불판을 늦게 갈아줄 때 초조한 표정인지를 보면 성격이 나온다. 잘 익은 고기를 상대에게 먼저 주는지도 관건이다. 자기가 굽고 먼저 먹는 남자들도 꽤 있다. 전 남자친구와 첫 만남에서 돼지 껍데기를 먹었는데 껍데기가 볼에 튀어 작은 화상을 입었다. 그때 그가 메시처럼 약국으로 달려나가 연고와 밴드를 사오는 모습에 반했다. (여, 29세, 바리스타)

타투를 어떻게 생각하세요?

여러 가지 경로로 운행 가능한 질문이다. 온몸에 굵직한 타투 몇 개가 박혀 있는 내 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게 첫 번째. 그 뒤에는 자연스럽게 “혹시 타투 있으세요?”라는 질문으로 흘러간다. 물론 없다고 답하는 이들이 대부분이지만, 간혹 “안 보이는 데에 아주 작게 있어요” 이렇게 나오는 순간 눈이 번뜩 뜨인다. “한번 볼 수 있어요?”라며 살짝 떠보면 대개 부끄러워하면서도 싫어하지 않는 눈치다. 타투를 찍어둔 사진을 보여달라고 하며 한 걸음 다가갈 수 있고, 운 좋은 날에는 첫 만남에서 잠자리도 가능하다. 방탄소년단 노래처럼 서로 불타오를 수 있다. 무엇보다 타투 있는 여성은 밤에 섹시하다. 내가 잠자리에서 겪은 지극히 주관적인 통계다. 타투가 있다는 건 그만큼 개성 있는 사람이란 뜻이고, 침대에서 그 남다른 개성을 확인할 수 있을지도. (남, 27세, 타투이스트)

지난 주말에 뭐 하셨어요?

평범한 질문이지만 두 가지 의미가 담겼다. 시간 날 때 무얼 하는지 취향을 묻는 것과 교회를 얼마나 열심히 다니는지의 여부다. 사실 두 번째 이유가 더 크다. 꼭두새벽부터 새벽 기도를 가거나 주말 내내 교회에서 시간을 보낸다면 나 같은 무교인에겐 다소 버거운 존재다(절대 종교를 비난하려는 게 아니다). 더욱이 혼전 순결을 지키고 싶어 한다면? 솔직히 오래 만날 자신이 없다. (남, 31세, 프리랜스 에디터)

근데 다스는 누구 걸까요?

밥을 먹다가 혹은 일상적인 이야기를 하다가 갑작스럽게 던진다. “근데 다스는 누구 걸까요?” 질문은 이렇게 뜬금없어야 제맛이다. 그 사람이 답을 알고 있을 리는 만무하다. 좌측인지 우측인지 묻는 것도 아니다. 그냥 요즘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뉴스는 보는지 궁금해서다. 세상사에 무관심한 것만큼 답답한 사람도 없다. 다스 질문에 “뭐요? 연필 한 다스요?” 한다면 음, 왠지 부끄러워서 도망치고 싶을 것 같다. (여, 32세, 학원강사)

자주 가는 카페가 있어요? 좋아하는 카페가 어느 정도 일치하면 소개팅 성공률이 높았다. 카페는 단순히 커피만 마시는 장소가 아니라 인테리어와 음악, 조명, 식기 등 취향이 집약된 공간이라 상대방의 취향을 자연스럽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첫인상은 별로 맘에 들지 않았지만 소개팅 남이 내가 좋아하는 카페를 나열할 때마다 호감도가 상승했던 적 있다. ’그동안 왜 마주치지 못했을까?’

‘외모가 마음에 들지 않아도 호감이 생길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상을 공유할 수 있는 남자가 이상형이었기에 당연히 애프터를 수락했고, 그는 지금 내 남자친구가 됐다. (여, 33세, 에디터)

나중에 어떤 집에 살고 싶어요? 현재 어떤 공간에 살고 있는지, 아파트가 좋은지 마당 있는 주택이 좋은지, 도시 한복판에 살고 싶은지 한적한 외곽에 살고 싶은지 등등 ‘집’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다. 결혼 적령기 여성이라면 내가 그곳에 함께 살게 될 수도 있으니 중요한 질문이다. 대화하다 보면 생활방식이나 사고방식, 나아가 ‘내 집 마련’을 위한 재정 상태까지 엿볼 수 있다. 부모와 함께 살면서 나만의 공간에 대한 어떤 관심이나 준비도 없는 남자라면…. 글쎄. (여, 35세, 서점 운영)

그 사람 아이폰 쓰니?

이 질문은 소개팅이 성사되기 전 주선자에게 먼저 묻는 질문이다. 어떤 스마트폰을 쓰는지 따지는 게 어처구니없이 들릴 수도 있지만, 디자이너라는 직업적 특성상 가전제품도 남녀 간에 취향과 일상을 공유하는 데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생각한다. 최근에 만난 그녀는 적당히 귀여운 외모도 마음에 들었지만 나보다 더한 애플 유저라 적극적으로 대시했다. (남, 34세, 편집 디자이너)

요리하는 거 좋아해요?

셰프처럼 맛있는 요리를 할 수 있는지 ‘능력’을 검증하자는 게 아니다. 누군가 차려준 음식만 먹는 것이 아니라 자기 손으로 밥상을 차려본 사람인지 아닌지 알고 싶은 거다. 먹을 것을 스스로 챙길 줄 아는 사람은 적어도 자신의 삶을 책임질 수 있는 어른으로서 기본을 갖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21세기에도 밥은 여자가 해야 한다는 고루한 생각을 물려받은 20세기 남자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다. 이 질문은 자연스럽게 음식 취향이나 맛집 이야기로 대화를 이어나가기 위한 시작이기도 하다. 요리하는 남자가 섹시하다는 건 틀린 말이 아니다. (여, 34세, 브랜드 마케터)

남자들은 회식 때 룸살롱 많이 간다던데 가본 적 있어요? 룸살롱에서 벌어지는 회식, 접대 문화에 대해 우연히 알게 된 뒤로 이 질문을 꼭 한다. 이때 ‘나는 그런 곳에 가는 남자는 혐오한다’는 눈빛은 접어두고 마치 고해성사를 들어주는 신부처럼 너그럽게 물어보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여기서 “남자면 갈 수 있죠” “원래 남자는 다 가요”라는 식의 답변이 나오면 바로 아웃. 소개팅 자리에서 대뜸 물어보기 껄끄러운 질문이지만 상대의 젠더 감수성, 윤리의식에 대해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훗날 콩깍지가 씌여 “내 남자는 그럴 리 없어”라며 현실을 부정하는 것보다 초장에 거르는 게 낫지 않나? (여, 30세, 인테리어 디자이너)

엄마가 편해요, 아빠가 편해요? “두 분 다 편해요” 또는 “두 분 다 불편해요”라는 대답에서 가족의 화목도나 성장 환경을 짐작할 수 있다. 가족 간의 유대관계가 좋은 집안에서 자란 남자는 연애는 물론, 사회생활에서 소통을 잘한다. 엄마가 편하다고 답할 땐 왜 편한지 묻다 보면 ‘마마보이’인지 아닌지도 알 수 있다. 가족 이야기에 유독 미간을 찌푸렸던 소개팅 남과 100일 정도 사귄 적 있는데, 툭하면 아버지와 다투는 그의 푸념을 들어줄 때마다 나도 모르게 스트레스가 쌓였다. 지금의 남편은 가족은 물론 친척들과 관계가 돈독하다. 사랑받은 사람이 지닌 정서적 안정감과 낙천성이 결혼생활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싱글녀들에게 꼭 말해주고 싶다. (여, 36세, 주부)

일러스트 KESZEG AGNES

컨트리뷰팅에디터 김경민

디자인 전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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