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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꾼 여자친구, 연락두절은 부가서비스?

술이 좋아, 내가 좋아?

 

그녀에게 물어보면 손잡이 빠진 맷돌로 콩을 가는 편이 더 쉽겠다는 표정으로 대답합니다. 자기는 질투할 게 없어서 이제는 술을 질투해? 하지만 이건 질투가 아니에요. 엄밀히 말하자면 걱 투더 정! 걱정이라고. 그녀가 술을 좋아하는 정도는 (아니야, 좋아하는 게 아니라 사랑이야) 단순한 기호나 취미생활의 수준을 뛰어넘어요. 술 약속 때문에 데이트를 취소한 적도 있으니 말 다했지. 거기에 옵션으로 삐빠뿌빠 인사불성은 물론이고, 연락두절은 부가서비스.

 

같이 마시면 되지 않냐고 주변에서 쉽게 말하지만 저는 순수한 남자라 술을 한 방울도 입에 못 대요. 친구들을 만나도 맛집 찾아 밥 먹고, 당구를 치거나 하는 정도로 시간을 보내죠. 초식남이 아니라 건강한 여가를 즐기는 사지 멀쩡 육식남 맞고요. 여자친구 때문에 술을 몇 번 마셔보려고 한 적도 있지만 전혀 즐겁지가 않았어요. 즐겁지 않은 일을 억지로 할 수는 없는 거잖아요, 저는 순수한 남잔데.
 

술독에 빠진 여자친구의 마음을 돌려놓는 방법은 없을까요? 연락이라도 끊기는 날이면 초조해서 물어뜯은 손톱이 열 손가락도 모자라 발톱까지 물어뜯을 지경이에요. 밤길이 얼마나 숭한지는 잘 아시잖아요. 아무리 타일러도 잔소리로 받아들이는 여자친구 때문에 이 땅의 양조장까지 원망스럽습니다. 술, 술, 이놈의 술이 웬수!
 

 

그렇게 좋으면 술이랑 연애하지!

 

북어 패는 어머니의 고전적인 레퍼토리를 기억합니다. “술이 그렇게 좋으면 술이랑 결혼하지 왜 나랑 결혼을 해가지고 사람 고생을 시켜?” 술과 인간의 전쟁은 세대를 뛰어넘는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죠. 똑 같은 풍경이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다는 것은 뾰족한 해결책이 없었다는 뜻일지도 모르겠어요. 이번 고난은 결코 만만한 도전이 아닐 겁니다. 단전에 힘을 딱, 주시고 그대로 따라 하세요. 믿습니까?

 

유사 커플의 성공사례를 벤치마킹 하는 것으로 첫 단추부터 꿰어나 봅시다. 이 커플 역시, 마시는 여자와 못 마시게 하는 남자의 치열한 전쟁이었습니다. 하지만 남자는 알코올 의존성 자가진단 테스트를 정성스레 컬러 인쇄하여 여자에게 들이민다거나, 알코올 중독 상담센터를 소개하는 등의 호들갑으로 여자의 간담을 급속냉동시키지는 않았더라 이겁니다. 마시면 토하고 아프면서도 또 마시는 여자를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그런 여자를 바라보는 태도에는 항상 ‘스트레스를 푸는 방식’ 이라는 이해가 깔려 있었더랬죠. 하여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이야기하며 한 발자국씩 양보를 해나가더라는 참으로 뻔하고 훈훈한 결말이긴 합니다만, 들어봅시다.

 

 

맥주는 홀짝홀짝이 아니라 발칵발칵!

 

여자는 남자를 위해 술을 줄이는 대신, 남자의 취향에 맞는 술집을 찾아 소개했습니다. 술맛을 일깨워주기 위해 “맥주는 홀짝홀짝이 아니라 발칵발칵!”이라는 명언을 남기며 친히, 사이키델릭한 술독의 세계로 남자의 첫발을 떼어주기도 했고요. 술을 전혀 즐기지 않았던 남자에게 술자리의 즐거움이란 남극에 사는 제왕펭귄의 다리길이만큼이나 상상할 수 없는 것이었기 때문에, “꼭 술을 마셔야 스트레스가 풀리는 건 아니잖아!” 라는 말이 나오는 건 당연했거든요. 남자 역시 술을 마시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여가생활을 소개해 술독 바깥의 세계로 인도하는 것을 잊지 않았죠. 하지만 이와 같은 모범답안을 제외하고 꼭 짚고 넘어갈 문제가 하나 남았네요.

 

 

이게 다 술 탓이오? 이게 다 내 탓이오!

 

고민남은 이 연애의 모든 함정이 술에게 있다고 믿지만 애석하게도, 틀렸습니다. 술과 술 마시는 여자친구가 몰빵을 맞기엔 조금 억울한 면이 보이는군요. 고민남은 자신의 여가생활에 대해 건전하다, 순수하다는 수식으로 선을 긋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어요. 그렇다면 여자친구가 술자리를 좋아하는 것은, 불건전하거나 불순한 취향? 고민남은 술을 마시지 않으니 술로 기분전환을 꾀하거나 스트레스를 푸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편견만 키우고 있는 거잖아요. 몸에도 안 좋고 맛도 없는 그놈의 술이 웬수, 이러면서.

 

 

술자리라고 다 선남선녀 어우러져 노는 건 아니잖아?

 

취해서 흐트러진 모습을 다른 사람들이게 보이고 술자리에 함께 한 사람들과 깊은 교감을 나누는 것 또한 고민남에겐 달갑지 않았을 겁니다. 뭐야, 그러고 보니 걱정이라기 보다는 질투가 맞네? 자신이 즐기지 못하는 영역에서 다른 남자들에게 훤히 노출된 나의 여자친구, 게다가 술에 취해 흐트러진 나의 여자친구, 더욱이 연락이 두절된 나의 여자친구. 상상의 나래를 펴기에 좋은 조건을 모두 갖추었으니까요. 고민남, 내성손톱 되는 건 시간문제겠어요.

 

오랫동안 연애하는 커플들은 문제의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는 공통점이 있다고 해요. “이 또한 내 탓이오” 정신이 필요하다는 거죠. 고민남에게도 술 탓, 술 마시는 여자친구 탓, 보다는 “내가 술 마시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탓”, “술 마시는 여자친구를 불순한 여주인공으로 만드는 탓”, “스티븐 스필버그 뺨치는 내 상상력 탓”으로 돌리는 자세가 선행되어야 해요. 어쩌면 고민남이 술로 스트레스를 푸는 방식을 건전하지 못하다고 여기기 때문에 연락을 피하는 것일지도 모르니까. 어차피 지금 실시간으로 잔소리 듣느니, 일단은 재미지게 놀고 나중에 사과하자! 그러는 거지 뭐.

 

누가 봐도 문제는 술독에 빠진 여자인 것 같은데 왜 편 들어주냐고? 고민을 먼저 보냈다는 건 태도를 바꿀 준비가 되어 있다는 거니까 그랬어요, 서운하게 생각하지 말아요. 그래도 그녀가 바뀌지 않거든 그 언니 좀 만나봐도 괜찮죠? 소주 한잔 하면서 애인의 연락두절이 영혼파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말해줘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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