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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은 왜, 뭘 잘못했는지 말해보라고 할까?

男 내가 미안해. 내가 잘못했고 다시는 안 그럴게,
女 잘못? 그럼 뭘 잘못했는지 말해 봐.
男 …….
女 됐어. 마음에도 없는 소리 할 거 없어!

 

쪽지가 한 통 도착했습니다. 내용인 즉, 여자친구와의 싸움이 너무 어렵다는 겁니다. 자신은 싸우면 생각이 정리 될 때까지 일단 자리를 피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는데, 여자친구는 자꾸만 이야기를 하자고 한다는 겁니다. 억지로 자리에 앉아 대화를 거듭하다가 마음이 조금 가라앉은 거 같아 미안하다고 하면 어김없이 같은 질문이 날아오죠. 뭘 잘못했는지 말해봐! 익명의 사연남은 도대체 여자들은 왜 그렇게 대화에 집착하냐고, 뭘 잘못했는지 말해보라는 과정은 좀 생략하면 안되겠냐고, 절규합니다. 사과 하려던 남자의 안면근육을 매너모드 울리듯 떨게 만드는 그 질문, 거의 다 풀었는데 다시 꽉 막혀버린 수리문제처럼 남자를 골탕먹이는 그 질문, 다시 분노의 맨 처음으로 돌아가서 연인들을 싸우게 하는 그 질문!

"자, 안 때릴 테니까 뭘 잘못했다는 건지 말해봐!"



생각하지 않으려고 잠드는 남자, 생각하느라 잠 못 드는 여자

 

사랑싸움은 연애남녀의 일상다반사입니다. 하지만 싸움에 대처하는 방식은 좀처럼 하나로 모아지질 않아 잦은 싸움에도 익숙해질 리가 없죠. 곁에서 늘상 지켜보던 한 커플은 서로 빈정이 상해 싸움을 치를 만한 상황에도 됐다 됐어, 손사래를 치며 넘어가곤 하더군요. 더 이상 싸우기도 지치고 귀찮다는 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이별을 맞이해야 했습니다. 그들도 처음에는 크고 작은 전쟁을 치르는 시절이 있었지만 말이죠. 사랑싸움도 서로에 대한 기대와 애착이 있어야 발생하는 사건임은 분명한 것 같아요.

 

너무도 사랑하기에 싸운다는 연애남녀. 남자는 싸움이 있은 후, 여자를 피합니다. 데이트 중이었다면 집에 가려고 하고, 통화 중이었다면 전화를 끊으려고 하죠. 남자는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상대와 겪었던 감정의 비릿함을 떨쳐버리려고 합니다. 다 끝난 일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물고 늘어지는 일은 소모적이라 여기는 것입니다. 차라리 잠이나 자고, 술이나 마셔서 얼른 기억을 털어내는 것이 낫다고 여깁니다. 문제가 있다면 상황 탓이지, 두 사람의 문제는 아니라고 여기는 경우입니다. 사랑하는 여자와의 애정전선에 문제가 있다는 것 자체를 인정하는 것은 남자에겐 상당한 불명예이기 때문입니다.

 

반면 여자는 계속해서 대화를 이어가길 원합니다. 여자는 싸운 일을 잊는 것이 종국의 해결책은 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상황으로부터 멀리 도망치려는 남자를 귀찮게(!) 합니다. 혼자서 싸움의 원인을 분석하려면, 오늘 밤 잠은 다 잤거든요.


자기야, 우리 얘기 좀 해!

 

남자는 털어내고 잊으면 그만일 사소한 일을 자꾸 큰 싸움으로 몰아가는 여자의 ‘물고 늘어짐’이 난해합니다. 하지만 여자는 싸움을 유발한 상황 속에서 자신이 의도한 것, 상대에게 기대한 것, 어떤 점이 어긋났으며 어떤 종류의 서운함이 들었는지 설명하고 싶어 합니다. 남자가 자신을 서운하게 만든 행동의 본래 의도가 무엇이었는지 듣고 싶습니다. 그만 얘기하자는 남자에게, 대화 좀 하자고 요청하는 여자의 마음은 사실, 더 큰 싸움을 만들고 싶어서가 아니라는 말이죠. 그러나 남자가 여자의 대화요청을 거부하고 더 멀리 도망칠수록, 자신과의 관계를 발전적으로 대하지 않는 남자에게 자존심만 다칩니다. 대화를 피하려는 남자의 태도에서 여자의 분노는 한 칸 더 차곡차곡 쌓여가죠.


“뭘 잘못한 건 줄은 알아? 뭐가 미안한데?”

 

남자는 여자의 끈질긴 요구를 들어주기로 하고 여자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빨리 싸움을 끝내고자 하는 마음에서지, 싸움의 원인을 찾아 함께 해결책을 강구해 보려는 시도라고 해석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미 낙담한 남자는 여자의 이야기가 끝나면 미안하다고 사과합니다. 어김없이 날아오는 여자의 질문은 제발 건너뛰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여자는 정말 자신의 이야기를 알아들은 것인지, 정말 미안한 마음으로 사과하는 것인지 믿을 수 없어집니다. 나름대로 자신도 남자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으므로, 과정은 생략한 채 쉽게 미안하다는 말을 꺼내놓는 남자의 태도가 불성실하다는 생각이 드는 거죠. 분명 또 다시 같은 일을 번복하게 될 거라 예측하면서, 어물쩡 넘어가려고 때우는 사과인지 알고 싶어 합니다. 모르고 뱉는 사과라면,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는 다짐이 애초에 성립되지 않으니까요.

 

그러나 남자들은 애당초 여자와의 말싸움이 본인에게 불리 하다는 것을 눈치챕니다. 언어능력을 선천적으로 타고난 데다가, 평소 갈고 닦은 수다 내공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압니다. 자신의 잘못이 무엇인지 알고 사과한 경우라 해도 그럴 듯 하게 설명하기 골치 아프고, 감정이라는 것은 대단히 비가시적인 것이기 때문에 정리정돈하기가 쉽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남자는 또 화가 납니다. 미안하다고 사과를 해도 받아주지 않는 여자,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서) 하자는 대로 이야기도 들어주었고 먼저 미안하다는 말까지 꺼냈는데 여자는 한 발자국도 양보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남자의 사과가 원인도 모른 채 막 던지는, 상황모면용 사탕발림은 아니라는 것, 여자의 질문이 싸움을 크게 만들려는 도전장이 아니라는 것, 우리는 어쩌면 그것을 알면서도 감정에 휩쓸려 서로에게 너무 많은 상처를 준 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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