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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카림 라시드의 진지한 모험

카림 라시드의 진지한 모험

세계 3대 디자이너로 꼽히는 카림 라시드의 회고전 ‘Design Your Self’가 열리고 있다. 이를 위해 한국에 온 카림 라시드를 여성중앙이 만났다.

카림 라시드(Karim Rashid)는 전천후다. 물병 디자인부터 조명, 호텔 인테리어, 건축, 패션 디자인까지, 그는 끊임없이 세상을 디자인한다. 20년 전, 이집트 출신의 카림 라시드는 “디자인으로 세상을 바꿀 것”이라고 했다. 디자인은 인간의 경험을 향상시키고 생활을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을 지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그는 예순이 가까워진 나이에도 여전히 세상을 디자인한다.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서. 카림 라시드의 30년 디자인 인생을 돌아보는 회고전 ‘Design Your Self’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6월 30일~10월 7일). 이를 위해 한국을 찾은 그를 만났다.

그동안 한국의 많은 브랜드와 협업했다. 한국과의 인연이 꽤 길지 않나
2003년 한국에서의 첫 천시를 서울에서 열었다. 큰 규모는 아니었지만, 나의 디자인을 선보이기 좋은 기회였다. 전시 이후 한국 기업들과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현대카드의 블랙 카드 디자인, 한화그룹 로고와 브랜딩 디자인, 파리바게트 오 생수병, 현대자동차 i40 그래픽 디자인 등이 있다.

작업을 많이 한 만큼, 다른 외국 디자이너보다 한국에 대해 많이 알고 있을 것 같다. 당신이 생각하는 한국, 서울은 어떤 곳인가
서울은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고 일상생활에 적용하는 문화가 있다. 나는 이것이 ‘스마트한 삶’이라 생각한다. 세계의 다른 도시에서도 이러한 문화를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지금은 디지털 시대다. 우리는 언제, 어디에서나 상관없이 세계의 모든 사람과 연결되어 있다. 서울은 전 세계 어느 도시보다 빠른 인터넷 속도를 자랑한다. 이는 결국 세계의 수많은 사람과 더 빠르고 쉽게 연결될 수 있다는 뜻이다.

당신은 이집트인 아버지와 영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화가이고, 어머니는 패션 디자이너였다. 이러한 환경이 당신의 성향에 꽤 영향을 주었을 것 같다
나는 예술적인 환경에서 성장했다. 아버지의 그림은 전 세계 도시에서 열렸던 전시에 초대되곤 했다. 그래서 우리는 늘 이사를 다녔다. 로마, 파리, 런던, 알레산드리아 등 참 많은 도시를 돌아다녔다. 그럴 때마다 아버지는 나에게 이렇게 이야기했다. “여행만큼 마음을 넓혀주는 것은 없다.
눈과 귀를 열면 너는 교실에서 배우는 것보다 여행에서 훨씬 더 많은 것을 배울 거야.” 아버지의 이러한 생각 덕분에 1~2주 정도 학교 수업을 빠지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여행을 가면 아버지는 내게 스케치북과 연필을 쥐어 주고, 거리로 데려가서는 “네가 보는 것을 그려. 네가 본다고 생각하는 것 말고” 라고 말했다. 이때 나는 사물을 제대로 관찰하는 방법을 배웠다.

그때부터 사물에 대한 관심이 생겼나? 당신은 호텔 디자인과 건축도 했지만, 대중에게는 ‘키스하는 소금·후추통’ ‘가르보 쓰레기통’을 디자인한 사람으로 더 유명하다
어린 시절 우리 집은 가난했다. 그러나 아버지는 저렴하고 작지만 디자인이 아주 잘된 물건을 내게 사주곤 했다. 독일 브랜드 브라운의 것이 많았다. 아름다운 형태의 대량 생산된 제품. 대학에서 산업 디자인을 공부했는데, 그때 대량 생산되는 물건에 대해 깨달은 바가 있다. 산업 혁명 이후 디자인은 소수가 아닌 다수를 위해 대량 생산되었다.
내가 자서전에도 쓴 바 있듯 이것이 ‘Designocracy(디자인 민주주의)’다. 가르보 쓰레기통이 세계 여러 나라에서 엄청나게 판매된 이유도 대량 생산으로 제작해 싸고, 가볍고, 편리하고, 좋은 형태를 지녔기 때문이다. 명품 브랜드와 협업하는 것도 좋지만, 물병을 만들고 반팔 티셔츠를 디자인하는 것이 내게는 더 가치 있다.

현재 한국에서는 북유럽 디자인이 유행이다. 그들은 장인 정신과 손으로 만든 무언가를 강조한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크래프트맨십’은 디자인과 다르다고 생각한다. 크래프트맨십이 디자인보다 우수하거나 가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어 완성하는 작업은 앞으로 더욱 줄어들 것이다. 그래서 아마 가격은 더 오를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앞서 이야기했듯 가격이 비싼것이 결코 좋은 물건의 기준은 아니며, 손으로 만들었다고 더 가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당신이 생각하는 ‘좋은 디자인’이란 무엇인가
첫째, 독창적인 모험을 시도하는 것. 둘째,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시대에 뒤처지지 않는 것, 혹은 연관 있는 것. 셋째, 인간의 경험을 향상시킬 수 있는 것. 마지막은 기능적이고 성능이 우수한 것. 이 네 가지 요소를 갖춘 것이 좋은 디자인이라 생각한다. 우리는 디자인으로 뒤덮인 세상에 살고 있다. 하루에도 몇백 가지 디자인 물건을 만지고, 사용하고, 본다.
고로 훌륭한 디자인은 더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설탕으로 의자를 만들었다고 치자. 이 의자가 환경에 무해하고, 자연스럽게 폐기될 수 있다면 좋은 디자인이다. 마이크로 필터가 들어 있는 물병은 어떤가? 그 물병만 있으면 전 세계 어느 곳의 수돗물을 담아도 문제없이 마실 수 있다. 이런 것들이 훌륭한 디자인이다. 디자인은 스타일이 아니다. 현재와 미래를 만드는 것이다.

한국 사람들은 ‘집=휴식’이라는 생각이 많은 편인데, 당신은 어떤가
집은 영감과 에너지를 주는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전시와 나의 집은 매우 닮았다. 여러 색감, 디지털적인 요소, 움직임 등이 비슷하다. 색은 사람에게 영감과 에너지를 주는 원천이다. 옛날부터 색은 치유의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나 역시 그랬다. 분홍색은 분노 조절 치유 효과가 있고, 긍정적인 기운을 북돋아준다. 내가 유독 분홍색을 좋아하는 것도 그 이유다. 집에도 분홍색이 제법 있다.

한국 사람들은 자연색을 좋아한다. 그래서 집에 갈색, 검은색, 흰색, 회색을 주로 사용한다.
다양한 색을 사용하는 것을 두려워해서 그렇다. 이는 한국인 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사람들이 마찬가지다. 인간은 2만여 종의 색을 식별할 수 있는데, 일부의 색만 사용하고 보는 것은 인간 감각의 일부를 차단하는 것과 같다.
두세 가지 목소리만 듣고 있거나, 몇 가지의 음식 맛만 느낄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뉴욕에 있는 나의 집은 하얀색을 기본으로 갖가지 색감의 가구와 소품들로 채워져 있다. 집 안에 들어서면 에너지가 절로 느껴진다. 도자기, 나무, 에폭시, 메탈, 벨벳, 유리 등 소재도 다양하다. 나의 디자인 철학이기도 한 ‘감각적인 미니멀리즘’을 집에 구현한 것이다.

당신은 미래 지향적인 사람이다. ‘디자인은 미래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 말한적도 있지 않은가. 당신이 생각하는 미래의 집은 어떤 모습인지
첨단 기술과의 접목이 보다 밀접해져 하나의 주택이 인공 지능형 컴퓨터처럼 주거자의 모든 환경을 최적으로 조절해주는 공간이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창문에 커튼이 달려 있지 않아도 리모트 컨트롤 버튼 하나만 누르면 햇살이 가려지고, 창밖의 햇빛이 약해질 즈음이면 알아서 창문이 투명하게 바뀌는 것처럼 말이다.
집에 사용되는 소재 역시 기술과 접목될 것이다. 걸을 때 소음이 나지 않고, 내가 있는 곳의 바닥 온도가 알아서 적당하게 유지되는 식으로 말이다.

1 뷰티 브랜드 겐조 아무르 패키지.
2 캐나다 브랜드 움브라와 제작한 가르보 쓰레기통.
3 이탈리아 가구 브랜드 자노타에서 출시한 카림 라시드의 쿠치 소파.
4 책이나 물건을 보관할 수 있는 포켓이 있는 비라인의 스눕 사이드 테이블.
5 2011년 이탈리아 브랜드 비라인을 위해 디자인한 우피 체어.

에디터_김은정 | 사진_윤상명, 브랜드 제공
여성중앙 2017.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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