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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작가의 생활 물건 #1

작가의 생활 물건

‘정서적 가치’라는 말이 있다. 식탁 위에 좋은 그릇이 놓여 있다고 상상해보자. 그곳에 앉아 밥을 먹을 때 그릇이 주는 즐거움과 분위기. 이때 느끼는 만족감이 바로 정서적 가치다. 작가, 디자이너가 만드는 물건은 일상생활 속에서 정서적 가치를 체감하게 한다.

생활 물건을 만드는 작가와 디자이너 열 명을 만났다. 접시 하나를 한 달에 걸쳐 만드는 집요함, 실험실을 방불케 하는 도전 정신, 새로운 재료에 대한 탐구, 1년에 300가지가 넘는 제품을 만드는 성실함으로 뭉친 이들이 만든 생활 물건.

1 도자 작업을 한 지 10년이 된 이정은 작가. 2 금색 테가 돋보이는 블루밍 머그컵. 가격 미정 3 흙으로 빚은 다이아몬드 펜던트 조명. 50만원 4 작업실 선반 위에는 그녀가 여태 만들었던 작품들이 놓여 있다.
1 도자 작업을 한 지 10년이 된 이정은 작가. 2 금색 테가 돋보이는 블루밍 머그컵. 가격 미정 3 흙으로 빚은 다이아몬드 펜던트 조명. 50만원 4 작업실 선반 위에는 그녀가 여태 만들었던 작품들이 놓여 있다.

도자 작가

이정은

흙으로 화병, 조명을 만든다. 전통 기법을 탐구해 모던한 디자인에 접목시킨다.
도예 브랜드 ‘세라믹 플로우(Ceramic Flow)’의 작가 이정은. 일상에서 사용 가능한 생활 자기를 선보일 뿐만 아니라 다양한 전시회를 여는 등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그녀는 흙으로 화병과 조명, 그릇 등을 만든다. 머릿속에 떠오른 디자인을 종이에 그려 실제 크기로 모델링 해본 후 작업에 들어간다.


흙은 완벽히 구워진 후에는 딱딱하지만, 만드는 과정에서는 굉장히 불안정하다. 흙으로 모양을 빚는 도중에 한번 찌그러진 것은 다시 반듯하게 펴서 형태를 만들어 가마에 넣어도 찌그러져버린다. 제대로 빚은 것도 가마 속에 들어가면 높은 온도와 뜨거운 공기의 흐름 때문에 흔들거린다.


물기가 많은 흙으로 빚은 것은 제대로 구워지지 않는다. 가마에서 꺼내는 타이밍도 중요하다. 너무 늦게 꺼내면 심하게 딱딱해져 사포질을 할 수 없을 정도가 되고, 너무 빨리 꺼내면 꺼내는 순간 깨져버린다. 도예 작업은 결코 우아하지 않다.

그녀는 초기 작품 중 하나인 ‘다이아몬드 펜던트’ 조명을 만들 때 흙이 가진 이런 성질을 무시하고 어려운 것을 표현하고자 했다. 처음 형태에서 각이 어느 정도 있지만 각각을 칼로 깎고 사포질로 연마하는 등 더 견고한 각을 살려 디자인적, 기능적 완결성을 추구했다.


하지만 지금은 흙의 물성을 그대로 살린 작업에 집중한다. 손으로 흙을 툭 뜯었을 때 나타나는 질감, 유약을 칠하지 않았을 때 매트하게 구현되는 흙의 색 등을 그대로 보여주고자 한다.


일례로 2014년 개인전을 위해서는 청초한 이미지의 백제 토기를 떠올리며 작업했다. 장식성을 최대한 덜어내 단순하고 간결한 형태로 흙을 빚은 뒤 질감과 색으로 엄숙한 도자기의 아름다움을 표현했다. 그 후로도 이정은 작가는 전통 유산의 미적 요소들을 탐구하며 하나씩 작품들과 접목시키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그녀는 작품에 주로 하얀색을 쓰며 강렬한 색은 쓰지 않는다. 작품 자체가 눈길을 사로잡기보다 일상에 녹아들면서 은은하게 자기 역할을 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제 삶의 모토이기도 해요. 사람도 조용하게 자기 역할을 하면서 보면 볼수록 괜찮은 사람이 좋듯이, 작품도 한눈에 끌리는 것보다 보면 볼수록 더 좋고, 작업 과정이 눈에 확 보이지는 않아도 손길이 많이 갔음이 느껴지는 게 좋거든요.”


공장에서 생산된, 남들과 똑같은 물건을 쓰기보다 작가들의 스타일, 철학이 담긴 작품들로 일상 속에서 예술적인 감성을 느끼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작가의 작품은 비쌀 것이라 생각하고, 그런 작품을 쓰려면 예술에 대해 잘 알아야 할 것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 옛날 도자기는 서민부터 왕족까지 골고루 쓰던 생활 물건이었다.


작가들은 그것을 예술의 도구로 쓰는 것뿐이다. “사람들이 비싼 물건은 아니어도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가 만든 그릇, 조명 같은 생활 물건을 사서 커피를 마실 때, 밥을 먹을 때 사용한다면 예술적인 감성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저는 일상에서 예술을 쉽게 즐길 수 있는 그런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

1 현재 디자인 수정 작업 중인 테이블 조명과 거울. 각각 가격 미정  2 선반 위 미러 캔들 홀더와 알루미늄 선반. 각각 6만3000원, 11만5000원  3 송범기 디자이너는 매일 서울 성북동에 위치한 쇼룸에 출근한다.  4 다각형 트레이. 10만원대
1 현재 디자인 수정 작업 중인 테이블 조명과 거울. 각각 가격 미정 2 선반 위 미러 캔들 홀더와 알루미늄 선반. 각각 6만3000원, 11만5000원 3 송범기 디자이너는 매일 서울 성북동에 위치한 쇼룸에 출근한다. 4 다각형 트레이. 10만원대


금속 디자이너
송범기


진중함과 섬세함, 위트를 동시에 지닌 금속 디자이너. 대표 제품은 모자 캔들과 부채 캔들 홀더. 휴식이 디자인의 모토인 남자.
사는 게 바쁠수록 잘 쉬어야 한다. 브레이크 타임 키트의 송범기 디자이너는 휴식을 모토로 제품 디자인을 한다. “한국 사람들, 참 바쁘게 살죠. 바쁜 만큼 잘 쉬어야 하는데, 질 좋은 휴식을 즐기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어요.”


휴식을 디자인의 모토로 삼겠다고 생각한 건 대학교 4학년 때 간 유럽 여행에서 였다. “길을 걷는 유럽 사람들의 여유로운 걸음걸이와 표정, 손짓, 몸짓을 보고 놀라웠죠. 길을 걷다 서로 몸이 부딪쳐도 싱긋 웃고 지나가는 그 여유가 부러웠어요. 그들은 삶을 온전하게 즐기고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의 주 전공은 금속 디자인이다. 향초, 촛대, 조명, 선반, 커피 메이커, 커피 잔을 금속으로 만든다. 모두 휴식과 관련된 제품이다. 유독 촛불과 연관된 것이 많은데, 촛불이 가늘게 흔들리는 모습이 마음에 평안을 준다고 송범기 디자이너 스스로 느꼈기 때문이다.


모자 캔들은 유치원을 다니는 아이들의 유치원 모자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디자인이고, 반사판이 달린 미러 캔들 홀더는 초롱불에서 영감을 얻었다. 색색의 금속 반사판이 촛불을 비추어 촛불이 흔들리는 모습을 강조했다. 유치원 모자의 동심, 초롱불의 고즈넉함을 디자인에 적용한 것이다.


그의 제품을 보면 얼핏 디자인에 치중한 것 같지만, 알고 보면 무릎을 탁 치게 하는 위트와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는 세심함이 있다. 미러 캔들 홀더는 앞쪽 나무 부분과 반사판이 자석으로 연결되어 있다. “테이블 위에 미러 캔들 홀더를 두었더니 나와 이야기하고 있는 앞사람을 캔들 홀더 반사판이 가리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반사판이 부담스러울 땐 떼어내고 사용할 수 있게 자석으로 연결했죠.”


선반과 거울, 조명을 만들 때 그는 알루미늄을 사용한다. 촉감 때문이다. 철은 손으로 슬쩍 만졌을 때 차갑고 무거운 느낌인데, 알루미늄은 촉촉하고 부드러운 느낌이 든다. 선반은 벽에 걸었을 때 간결한 라인이 돋보이도록 용접이나 접착을 최대한 하지 않고, 금속판을 절곡하는 방식으로 만들었다. 벽에 고정하는 나사를 끼우는 부분도 선반과 같은 소재로 한 번 덧씌웠다.


매일 생활하는 공간 안에 둘 물건이기에 미세한 부분까지 신경 써서 만든 티가 난다. 브랜드를 시작한 지 2년 정도 되었는데, 그의 물건은 챕터원, DDP, 상상마당 등 편집 숍과 온라인 쇼핑몰 곳곳에서 볼 수 있다. 그만큼 많은 사람이 그의 제품에 공감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바이기도 하다.

에디터_김은정, 신현진(객원 에디터) | 사진_MAENG MIN HWA, YANG SUNG MO
여성중앙 2017.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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