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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나 혼자, 제대로 산다 #2

나 혼자, 제대로 산다

나홀로족, 싱글족, 혼밥(혼자 먹는 밥), 혼술(혼자 먹는 술), 혼행(혼자 하는 여행), 혼영(혼자 보는 영화)까지. 최근 몇 년 사이에 ‘혼자 하는 것’에 대한 신조어가 유독 많이 생겼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과연 사람들의 사회성이 과거보다 떨어져서일까?

어쩌면 ‘온전한 혼자’가 되고자 하는 사람이 많아진 것인지도 모른다. 혼자 사는 이들을 만났다. 이들은 혼자의 삶을 각자의 방식대로 즐기고 있었다. 혼자 사는 경험을 통해 내가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싫어하는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고 있었다.

MAXIMALISM

1 집 한쪽 벽면은 온통 LP로 가득하다. 2 벽도 러그도 테이블도 파란색으로 맞췄다. 침대 옆에는 일러스트레이터 파라의 그림이 그려진 비치타월을 걸었다. 3 커피는 핸드 드립으로 내려 마신다.
1 집 한쪽 벽면은 온통 LP로 가득하다. 2 벽도 러그도 테이블도 파란색으로 맞췄다. 침대 옆에는 일러스트레이터 파라의 그림이 그려진 비치타월을 걸었다. 3 커피는 핸드 드립으로 내려 마신다.

공백을 허용하지 않는다
한 창 헌


소장하고 있는 LP만 수백 장. 선반에 술도 수십 병. 집 밖에 안 나가도 될 정도로 좋아하는 것들로 빽빽하게 채운 집.
사진 한 장을 보았다. 원룸인 듯한데, 한쪽 벽면이 온통 LP판으로 가득했고, 다른 쪽 벽은 일러스트레이터의 포스터 몇 점이 붙어 있었다. 빈틈이 없어 보였다. 그러나 그 사진 밑에는 이런 문구가 있었다. ‘빈 곳이 많아 마음이 빈 것 같다.’

사진 속 집주인 한창헌씨는 요즘 유행하는 ‘버리고 살기’ ‘미니멀리즘’과는 분명히 반대되는 성향의 사람이다. 물건을 잘 못 버리기도 하지만, 그가 생각하는 집은 취향의 집약체다. 좋아하는 것들이 집 안에 잔뜩 있어서 밖에 나가지 않아도 충분히 즐거워야 하는 곳이다.
그의 독립은 심플했다. 베개 두 개와 LP판 몇 개 들고 나와, 서울 연희동 빌라에서 혼자 살기 시작했다. 이사 온 첫날 밤엔 가구는 물론 덮을 이불도 없었다. 사실 처음 이사 온 집은 지금 집 바로 위층이었는데, 얼마 전에 월세 10만원 더 주고 테라스가 있는 1층으로 내려왔다.

“본가가 서울이라 딱히 독립할 이유는 없었어요. 굳이 이유를 들자면, 회사랑 집이 먼 것? 늘 혼자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서 어느 동네에 가건 밥을 먹고 나서 길을 걷다 부동산이 보이면 슬쩍 들르곤 했죠.
연희동에서 밥 먹은 날 역시 부동산에 들렀는데, 꽤 넓고 괜찮은 방 하나가 있다길래 바로 집을 보러 갔죠. 그러곤 크게 고민하지 않고 계약했어요. 이사하는 날이 토요일이었는데, 금요일 밤에 부모님께 말씀드렸어요. 독립한다고(웃음).”

방의 평수는 아직도 정확히 모른다. 눈으로 보았을 때 방의 크기와 채광이 마음에 들었다. 부모님과 사는 집에서 그의 사생활은 거의 없었다. 방문이 있긴 하지만 없는 거나 다름없고, 부모님의 공간이라는 생각에 마음대로 바꾸거나, 그럴 의지나 필요도 느끼지 못했다. 부모님과 함께 사는 집은 그에게 잠만 자는 공간일 뿐이었다.


한창헌씨는 tvn 마케터다. TV 프로그램의 마케팅이 되는 수단, 예를 들어 포스터나 티저 영상 같은 것을 기획하고 제작한다. 과거에는 ‘인생술집’이라는 프로그램을 맡았고, 지금은 ‘SNL’을 맡고 있다. 야근이 잦을 것 같지만 7시면 ‘칼퇴근’이다.

회사와 집의 거리는 차로 5분에서 10분 사이. 퇴근하자마자 곧장 집으로 오는 날이 대부분이라 집에 있는 시간이 많다. LP, 커피, 영화, 술. 좋아하는 것들이 집에 다 있으니 밖에 잘 안 나간다.
그는 대학 시절에 음반을 수입해 판매했을 정도로 음악을 좋아한다. 당시에는 스크리모 장르의 음악을 좋아했다. 굉장히 격정적인 음악인 데다가 그리 유명하지 않은, 지금은 활동 여부도 모르는 이탈리아, 스페인, 일본 밴드들이 많이 하는 음악이었다.

MP3 체제로 바뀌고 난 후 음반 사업은 그만뒀다. 현재 집에 있는 LP는 그러고 나서 2년쯤 뒤부터 모은 것들이다. 4년 정도 모았다. 턴테이블이 없었을 때부터 여행 가면 기념품 사듯 LP 몇 장을 사 오곤 했다. 친구에게서 중고 턴테이블을 산 후 본격적으로 LP를 모았다.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인근 합정동에 있는 친구네 LP 바 ‘만평’이라는 곳에서 음악을 튼다. 전문적으로 디제잉을 하는 것은 아니고, 좋아하는 음악을 같이 듣고 싶어서 트는 정도다.

혼자 살기 시작한 이후, 일상에서 취미가 차지하는 비중이 훨씬 높아졌다. 영화 보고, 음악 듣고, 커피 마시고. 생활의 질이 달라졌다.

에디터_김은정 | 사진_MAENG MIN HWA, YANG SUNG MO
여성중앙 2017.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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