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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나 혼자, 제대로 산다 #1

나 혼자, 제대로 산다

나홀로족, 싱글족, 혼밥(혼자 먹는 밥), 혼술(혼자 먹는 술), 혼행(혼자 하는 여행), 혼영(혼자 보는 영화)까지. 최근 몇 년 사이에 ‘혼자 하는 것’에 대한 신조어가 유독 많이 생겼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과연 사람들의 사회성이 과거보다 떨어져서일까?

어쩌면 ‘온전한 혼자’가 되고자 하는 사람이 많아진 것인지도 모른다. 혼자 사는 이들을 만났다. 이들은 혼자의 삶을 각자의 방식대로 즐기고 있었다. 혼자 사는 경험을 통해 내가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싫어하는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고 있었다.

EXPERIENCE

일본에서 구한 촛대와 이베이에서 구매한 독일 빈티지 벽시계, 길 가다 들른 농장에서 사 온 화분 등의 소품을 곳곳에 두었다.
일본에서 구한 촛대와 이베이에서 구매한 독일 빈티지 벽시계, 길 가다 들른 농장에서 사 온 화분 등의 소품을 곳곳에 두었다.

고쳐 사는 여자
최 고 요


옛날 집을 입맛대로 고쳐 사는 공간 디렉터. 고양이 두 마리와 같이 산다. TV 없는 거실에서 멍하니 있기를 좋아한다.
최고요씨는 공간 디렉터다. 하얗고 단정한 인상이다. 지금 사는 서울 자양동으로 이사한 지는 한 달째. 그녀는 옛날 집을 좋아한다. 이전에 살던 이태원 집도 옛날 집이었다. 오래된 집을 구해 자기 입맛대로 조금씩 손본다.

보통 사람 같으면 어차피 월세를 내며 살 집이니 고치는 대신 애초에 깨끗한 집을 구할 텐데 그녀는 좀 다르다. 처음 이 집은 벽, 바닥, 화장실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된 공간이 없었다. 오죽하면 집주인이 “집은 고칠 예정이니 집 크기와 구조만 보라”고 이야기했을까.
“어차피 내가 살 집이니 직접 고치겠다고 집주인에게 이야기했어요. 예산은 700만원? 그 돈으로 바닥, 벽, 주방, 화장실에 현관까지 전부 고쳤죠. 천장 중앙의 나무틀이랑 창문은 모양이 예뻐서 남겨두었고요. 옛것을 실제로 사용해보니 얻어지는 것들이 꽤 있더라고요. 상업 공간에 적용해도 될 것, 안 될 것에 대한 기준도 생기고요.”

옛날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창틀과 천장이 멋스런 거실. 샹들리에는 을지로에서 산 조명의 비즈를 떼어내고 금색 스프레이를 뿌려 만든 것이다.
옛날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창틀과 천장이 멋스런 거실. 샹들리에는 을지로에서 산 조명의 비즈를 떼어내고 금색 스프레이를 뿌려 만든 것이다.

그녀는 집을 고칠 때 여러 시도를 한다. 직업 때문이기도 하지만, 남들과 다른 집에서 살아보고 싶은 이유가 크다. 전에 살던 이태원 집도 직접 고쳤는데, 장판을 걷은 뒤 시멘트 바닥에 검은색 페인트를 칠했다.
처음엔 집에서 슬리퍼를 신어야 하는 것과 바닥에 뒹굴거나 누울 수 없는 것이 불편했지만 금세 익숙해졌다. 검은 바닥은 집 전체를 이국적인 분위기로 만들었다. SNS를 통해 그 모습을 본 몇몇 이들은 그녀를 따라 바닥에 페인트칠을 하기도 했다.
거실에 있는 테이블에 앉아 찬찬히 눈으로 집 안을 살피기를 좋아한다. 테이블에 놓은 화병과 책, 선반에 놓은 촛대, 벽시계까지 지극히 자신의 취향에 꼭 맞는 것을 두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보는 맛이 있으니까.

1 작업실에 둔 무화과 나무. 열매도 제법 열렸다. 2 주방 선반 위에는 커피 잔 하나, 냄비 하나, 티포트 하나가 가지런히 놓여 있다. 3 거실 테이블 위에 걸린 그림은 김찬송 작가의 작품이다.
1 작업실에 둔 무화과 나무. 열매도 제법 열렸다. 2 주방 선반 위에는 커피 잔 하나, 냄비 하나, 티포트 하나가 가지런히 놓여 있다. 3 거실 테이블 위에 걸린 그림은 김찬송 작가의 작품이다.

최고요씨가 디자인한 공간은 그녀의 집과 참 많이 닮았다. 비슷한 디자인의 공간에 살면서 경험으로 얻은 소재, 가구, 소품 매치에 대한 노하우와 아이디어가 있다. 그녀는 특히 소품을 선택하는 감각이 뛰어나다.
“편집 숍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소품에는 눈길이 잘 안 가요. 그보다 길에서 주운 예쁜 돌이나 나뭇가지가 더 좋아요. 제가 남들과 조금 다른 인테리어를 하는 것도 이런 취향 때문인 것 같아요.”
집 안 소품도 범상치 않다. 검은색 석단과 거실 바닥에 툭 놓인 20kg이 넘는 주물 샹들리에, 몇십 년은 족히 되어 보이는 벽시계가 눈에 띈다. 이것들도 벼룩시장에서 사거나 쇼핑몰 이베이에서 구했다.

4 침실에는 큰 침대 하나와 옷가지를 걸쳐놓을 수 있는 사다리, 작은 사이드 테이블이 전부다. 5 집에 작업실을 만들고 나니 시간 활용이 훨씬 편해졌다. 6 말끔히 정리해놓은 작업실.
4 침실에는 큰 침대 하나와 옷가지를 걸쳐놓을 수 있는 사다리, 작은 사이드 테이블이 전부다. 5 집에 작업실을 만들고 나니 시간 활용이 훨씬 편해졌다. 6 말끔히 정리해놓은 작업실.

최근 몰두해 있는 것은 식물이다. 작은 집 곳곳에 화분이 많기도 하다. 독특한 형태의 일본산 강아지풀, 무화과나무, 배나무 같은 것을 키운다.
구석구석 살펴보면 불편을 감수하고 사용해야 하는 물건이 있다. “가끔 엄마가 집에 오시면 주방 수전을 두고 그렇게 잔소리를 해요. 물줄기가 하나로 나오는 형식인데, 영 시원치 않은가 봐요. 저는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 그 점을 감수하고 구매한 거라 상관없거든요.”
욕조도 비슷하다. 공사할 때 다들 욕실이 작아 욕조는 무리라고 했지만, 탕 목욕을 좋아하는 그녀는 작은 욕조를 찾아내 설치했다. “혼자 살아서 좋은 점은 너무 당연하게도 ‘나만을 위한 집’에 산다는 거죠. 내 작업실, 내가 좋아하는 조명의 밝기, 내 마음대로 둔 물건의 위치, 내가 좋아하는 고양이와 살 수 있는 것까지, 온통 나를 위한 것이죠.”

에디터_김은정 | 사진_MAENG MIN HWA, YANG SUNG MO
여성중앙 2017.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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