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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젊은 디자이너가 꾸민한옥을 닮은 집

장병희 디자이너와 아내 이아림 씨. 다실과 다이닝 룸, 침실 등 대청마루가 하는 일은 생각보다 다양하다.

이들의 공간은 전주시 한가운데의 신시가지 뒤쪽 골목길에 위치해 있다. 공간 1층은 에어비앤비로도 이용한다.

전주에 지은 한옥 닮은 집

사람들로 북적이는 전주 신시가지 뒷길. 아이들이 뛰노는 초등학교 운동장을 마주하고 한 채의 상가주택이 들어섰다. 인테리어 디자인 그룹 디자인투플라이 장병희 디자이너의 집이 있는 공간이다. 1층은 에어비앤비를 겸한 문화공간, 2층은 주거 공간으로 이용하고 있다. 오래된 학원 건물을 직접 뜯어내고 다시 만들었다. “되게 진부한 말이지만요.” 집주인 장병희 씨는 겸손하게 말을 시작했다. “저는 한국적인 게 가장 세계적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정적인 공간을 생각하면서 한옥의 개념을 집에 들이고 싶었어요. 한옥의 개별 요소가 아니라, 한옥이란 주거 공간의 개념에 접근하고 싶었고요.” 기본적으로 한옥에 진입하는 방식은 단을 두어 마당에서 단 위로 오르고, 다시 디딤돌을 딛고 대청마루로 올라가 방으로 들어가는 것. 비교적 동선이 길지만, 대청에 발을 딛는 순간 탁 트인 개방감을 느낄 수 있다. 이 집에서도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거실의 문을 열고 복도를 따라가면, 거실 창가 전면을 따라 고무나무로 만든 대청마루가 길게 자리한다. 한옥, 특히 대청마루의 또 다른 특징은 가변적이라는 점. 소반을 놓으면 다실, 밥상을 놓으면 다이닝 룸, 이불을 깔면 침실이 되기도 한다. 집에 커다란 대청마루를 들여서인지 부부의 일상이 꼭 한옥 같아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믿고 지키는 것은 있지만 고집은 없는 사람이 되어 이 집에 꼭 어울리게 살고 싶다.

직접 고무나무에 오일링을 해 마감한 대청마루. 대청마루 밑에는 한옥의 진입 방식을 따라 디딤돌을 두었다.

1 대청마루와 창가 사이 빈 공간은 부러 베란다로 트지 않고 두었다. 화분도 놓고, 꽃도 심는 공간이 되길 바라서다. 2 공간에 최대한의 개방감을 주기 위해 건너편 안방과 주방 사이에 빛이 투과하도록 벽체 상단을 따라 길게 창을 냈다.

주방과 거실을 구분하는 룸 디바이더를 설치한 것 외에는 집 안에 별다른 구조물을 설치하지 않았다. 주방 역시 하부장만 넉넉히 설치해 수납과 개방감 모두 챙겼다. 거실의 커피테이블과 소파, 체어는 모두 이케아.

비움으로 찾은 휴식

한옥의 개념에 접근하고자 그가 취했던 방식이 또 있다. ‘비움’이다. 한옥에서 말하는 비움은 물건을 넣고 빼는 것과는 조금 다른 의미이다. ‘여백의 미학’쯤으로 해석하면 된다. 무엇인가로 가득 찬 공간에서 겪게 되는 심리적 부담감을 줄이면 휴식이 따라온다. 장병희 씨가 집을 최대한 미니멀하게 유지하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컬러는 절제하고 살림살이는 최소화했다. 쉼의 진정한 가치를 발견하기 위해서다. 장식적인 요소는 현관 입구와 침실을 장식한 자개장뿐이다. 우연찮게 장모님의 지인 집에서 얻어온 자개장이 이들의 집에 켜켜이 걸렸다.

안방에 놓인 화장대는 장병희 씨의 장모가 지인에게서 얻어다 준 것. 지나치게 화려한 자개장이 아닌 진짜 옛날식 자개장을 찾고 있었던 그의 눈에 꼭 들어왔다고. 앉은뱅이 자개장 화장대에 철제 다리를 달아 입식으로 만들었다.

1 집으로 들어오는 현관 복도에 자개장의 문을 장식처럼 배치해 답답해 보이지 않는다. 2 미니멀한 부부 침실. 도장으로 마무리한 벽체와 온돌난방에 견딜 수 있는 데코 타일로 마무리한 바닥재가 모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베이식한 침대 프레임은 이케아.

서울에서 전주로, 친구에서 동료로

그가 이런 공간을 꿈꾸게 된 건 전주로 내려오면서부터다. 그는 원래 서울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던 외지 사람이었다. 그가 속해 있는 인테리어 디자인 그룹 ‘디자인투플라이’는 서울에서 각자 일하던 인테리어 디자이너 두 명과 현장 경험 많은 베테랑, 이렇게 세 명의 친구가 의기투합해 만든 회사다. 스물아홉, 서른 남짓이던 이들은 바쁜 서울에서의 삶을 뒤로하고 전주로 내려와 살기로 결심했다. 전주는 가능성이 있는 곳이었다. “전주의 지역성 중 하나는 상공간보다 주거 공간에 대한 수요가 많다는 거였어요.” 디자인투플라이를 함께 꾸리고 있는 김명훈 씨는 다른 면도 봤다. “구시가지를 중심으로 전주 객리단길이 형성되면서 젊은 크리에이터들이 상생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더라고요. 가쁜 숨을 좀 돌리고 우리 일을 해보고 싶었죠.” 전주로 내려가자는 장병희 씨의 말에 대구 출신 아내는 깜짝 놀랐다. 서울에서 소형 아파트에 살 수 있는 자본금이라면 여기선 이렇게 살 수 있다는 그의 설득이 계속됐고, 아내는 남편을 이해해주었다. “서울에서의 바쁜 생활보다는 매력적인 일상을 보내는 것 같아요. 얼마 전엔 친구들을 초대했어요. 다들 엄청 부러워하던데요.” 이젠 그녀도 전주를 좋아한다.

에어비앤비로 사용되는 위크앤드의 내부. 거실처럼 이용되는 공간이다. 스트링 록킹 체어는 보콰.

1 낡은 건물을 깔끔하게 단장하기 위해 건물 외벽을 그레이 외장재로 마감했다. 2 위크앤드의 특징인 3m 길이의 거대한 테이블과 LP플레이어. 흡사 카페 공간처럼 보이지만 이 공간에 머무는 사람들이 개인의 공간에 갇혀 있기보다 함께 소통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만들었다. 테이블은 자체제작, 행잉 조명은 루이스 폴센.

골목을 바꿀 꿈을 꾸다, Week+and

전주를 좋아하게 된 부부가, 전주로 놀러오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을 꾸리게 된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크고 작은 모임으로 쓰이는 문화공간. 그리고 전주에서 머물며 천천히 도시를 돌아보는 여행을 원하는 이들을 위해 열린 공간으로 ‘위크앤드(Week+and)’가 자리 잡은 건 1년쯤 됐다. “거리와 문화를 만드는 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지만, 사람들을 모이게 하고 재미있는 걸 같이 해보는 건 할 수 있으니까요.” 할 수 있는 일을 재미있게 하다 보니 정말 사람들이 몰렸다. 예약은 꽤 빠듯하게 찬다고 했다. 다른 지역뿐 아니라 전주 사람들도 이들이 만든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기 위해 찾는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실내 디자인이라는 인식이 거의 없던 전주에 새로운 물결이 일고 있다며 장병희 씨는 조심스럽고도 기쁜 어조로 말한다. 주거와 실내 디자인에 대한 수요는 늘었고, 사람들은 더 좋은 느낌을 주는 공간에 머물고 싶어 한다. 어떤 공간들은 행동을 유발한다. 공간의 쓰임에 따라 사람들은 변하기도 하고, 도시의 움직임이 달라지기도 한다. 신시가지 뒷길, 아이들이 뛰노는 초등학교 운동장을 마주 보고 선 2층 상가주택 건물은, 그런 움직임의 시작점에 있는 공간임이 틀림없다.

위크앤드의 특징인 3m 길이의 거대한 테이블과 LP플레이어. 흡사 카페 공간처럼 보이지만 이 공간에 머무는 사람들이 개인의 공간에 갇혀 있기보다 함께 소통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만들었다. 테이블은 자체제작, 행잉 조명은 루이스 폴센.


기획 : 박민정 기자 | 사진 : 김덕창 | 시공과 디자인 : 디자인투플라이(www.desi gnt wopl y.com)

지역성과 취향이 조화로운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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